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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집단에너지 사업활성화에 대한 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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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직 숙명여자대학교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

유승직 숙명여자대학교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

올해도 어김없이 불볕더위와 들불, 대규모 홍수와 같은 기후변화의 재앙이 지구상의 모든 나라에서 발생하였다. 199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을 선언하였지만, 오히려 지구온난화의 추세는 더욱더 빨라지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 대표적인 과학자들의 모임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2023년 승인 발표한 기후변화 종합요약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는 없음을 선언하였다. 지금부터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실행하여 기후변화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피해 관리일 뿐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문화 중심의 집약적 주거문화를 정착시키는 신도시 개발 덕분에 지역난방 보급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였다. 지역난방은 열병합발전을 통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열이나, 쓰레기를 소각하고 발생하는 폐열을 이용하여 주택을 포함한 건물의 냉방, 또는 난방용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역난방은 열병합발전 또는 쓰레기 소각장의 미활용에너지를 이용하여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다. 이는 산업부가 2020년 발표한 5차 집단에너지 공급 기본계획에도 잘 나타나 있으며, 전기와 열을 각각 생산하는 방식 대비 집단에너지 공급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연간 23.7%로 보고 있다. 이에 집단에너지 사업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그리고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을 이행하는 데도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기후변화 대응 정책으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유럽연합(EU)에서도 열병합발전 또는 미활용에너지를 이용한 지역난방 사업에 대해서는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하거나 투자자금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1년부터 시작된 제3차 배출권 거래제 계획기간 중 전반부에 해당하는 2023년까지의 배출권을 지역난방 사업에 대해서는 무상으로 할당하였다. 매우 바람직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정책이었다.

하지만 제3차 계획기간 후반부(2024~)에 대한 지역난방 사업에 대해서도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할 것인지 아닌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동안 지역난방이 우리나라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기여 업적과 향후 보다 적극적인 무탄소 연료, 미활용에너지를 이용한 지역난방 사업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지역난방 사업에 대하여 계속적으로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할 필요가 있다. 지역난방 사업은 현재 화석연료 중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적은 천연가스를 단일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연료 전환을 위해서는 대규모 시설 개체 투자와 무탄소 연료, 그리고 낮은 온도의 미활용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열요금은 연료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적자운영을 하고 있다. 만약 지역난방 사업자가 배출권을 유상으로 할당받고 소비자 요금의 추가 상승을 우려하여 소비자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 지역난방 사업자의 적자를 오히려 키울 수 있다. 지역난방 사업의 만성적인 적자 경영하에서 대규모 저탄소 설비로의 대체와 기술 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큰 정책은 건물에서 사용하는 냉난방용 에너지를 가능한 탄소배출이 낮은 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가 바로 지역난방을 통하여 공급되는 열에너지이다.

건물 부문 난방에 있어서 지역난방과 경쟁 관계에 있는 도시가스사업에 대해서는 현재 배출권거래제를 적용하고 있지 않다. 만약 지역난방에 대한 배출권이 유상으로 할당된다면 탄소 감축 효과가 큰 지역난방사업이 도시가스사업보다 오히려 탄소 비용을 더 지불하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결과로 지역난방 사업이 위축된다면 에너지 전환시대에 절실한 에너지 절약, 온실가스 감축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유럽연합과 같이 연료에 대한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기 이전에는 공정한 경쟁과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지역난방에 대한 무상할당의 유지가 필요하다.

배출권의 무상할당과 적극적인 연구개발 지원을 기반으로 지역난방사업도 수소와 같은 무탄소 연료, 도시 내의 소각폐열, 산업폐열, 신재생열 등의 미활용에너지를 최대한 이용하여 미래의 저탄소사회에 생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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