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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동네 ‘느린우체통’ 있는데…‘시간우체국’ 만드는 광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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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느린 우체통은 영종대교기념관에서 처음 시작됐다.

느린 우체통은 영종대교기념관에서 처음 시작됐다.

광주광역시 남구가 추진하는 ‘시간우체국’ 건립 사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에 비슷한 건축물이 많은 데다 인근 동네에도 이미 ‘느린우체통’(사진)이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9일 광주 남구에 따르면 구는 도시 재생사업 일환으로 총 58억2100만원을 들여 사직동에 시간우체국 건립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비 29억1100만원과 시비 14억5500만원, 구비 14억5500만원 등을 투입한다. 이 중 17억원은 기존 빌라 건물을 매입하는 등 보상비로 썼다. 목조 건물인 시간우체국은 연면적 1550㎡ 규모 1개 동(지하 1층, 지상 3층)을 만든다. 기존 빌라를 철거한 후 내년 2월 착공, 2025년 상반기 준공 예정이다.

시간우체국은 신청자가 지정한 날짜에 맞춰 우편물을 전송한다. 최소 1년에서 최장 100년까지 보관한다. 개인정보 열람 동의를 얻어 수취인 주소가 바뀌면 해당 주소로 보내주기도 한다. 남구는 시간우체국이 지역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남구 안팎에선 이미 전국 곳곳에 컨셉트가 유사한 ‘느린우체통’이 있어 특색 없는 공간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느린우체통은 우체통 관리처에서 우편물을 보관한 뒤 일정 기간 보관했다가 배송한다. 2009년 5월 인천 영종대교 휴게소가 시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느린우체통은 전국에 330여 개가 있다.

광주에는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과 서구 광주종합버스터미널 등에 있다. 시간우체국 예정지 인근인 펭귄마을 우체통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모인 우편물을 한 번에 수거해 전달한다. 우정본부 관계자는 “유명 관광지를 제외하면 전국 대부분의 느린우체통은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남구는 기존의 느린우체통과는 다른 건축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건물 주변에 경관 조명을 설치하고 건물 내부는 포르투갈 ‘렐루 서점’을 모방해 1층과 3층까지 층간 벽이 없는 구조로 설계했다. 해리포터 작가인 조앤 롤링이 영감을 얻은 서점에서 착안한 설계다. 또 음악 살롱과 이벤트 공간도 만들 계획이다. 남구 관계자는 “주변 사업과 공연 등을 연계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사직동을 대한민국 최고 핫 플레이스로 만드는데 시간우체국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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