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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일자리 지표 엇갈리자, 9월 CPI로 시선집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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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달 미국 비농업 일자리 수가 전망치의 2배에 육박하면서 ‘긴축 공포’를 키웠지만, 금융 시장의 반응은 담담했다. 임금상승률이 예상보다 낮아지면서 고용지표를 둘러싼 해석이 갈렸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6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22만7000개) 대비 33만6000개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17만 개)를 크게 웃돌자 시장에선 Fed의 고금리 기조가 더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부터 터져 나왔다. Fed는 고용시장 과열이 임금 상승을 불러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고용지표를 유심히 관찰해왔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기 위해선 추세를 밑도는 성장이 지속하고 노동 시장이 둔화할 필요가 있다”며 조건을 달아둔 상태다.

하지만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장 초반 1% 안팎 하락하다가 반등해 1% 이상 상승하며 마무리했다. 일자리 수보다 임금상승률을 주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은 전월 대비 0.2%·전년 동월 대비 4.2%를 나타냈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0.3%·4.3%)를 하회한 수치다. 인플레이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임금 상승세가 소폭 둔화하자 낙관적인 전망도 고개를 든 것이다.

닉 자쿠마키스 NEIRG 웰스매니지먼트 창립자는 블룸버그에 “임금상승률까지 크게 올랐다면 주식 시장에 원투펀치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일자리 지표가 높게 나오긴 했지만 이번 발표는 경제가 적어도 침체에 빠지진 않을 것이란 신호”라고 풀이했다. 그는 “유리잔이 반쯤 비어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 반쯤 차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일자리 수 이면의 경기 둔화 신호에 주목했다. 지난달 정부기술(IT) 전문가의 실업률(4.3%)과 대졸자 실업률(2.1%)이 증가하는 등 앞으로 임금 상승세엔 한계가 있을 거라는 점을 조명하면서다. 특히 이번 일자리 증가를 주도한 레저숙박업(9만6000개)·정부서비스(7만3000개) 업종은 단기 취업자 비중이 높아 수치 증감 편차가 큰 편이다. 영국 경제 연구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미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편이지만 기조적인 강세라기보단 일시적인 서프라이즈에 불과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일자리 수와 임금상승률이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시장은 오는 12일(현지시간)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전년 대비 3.6%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8월(3.7%)에 비해 소폭 낮아진 수치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가 8월(0.3%)에 이어 둔화세 흐름을 이어갈지도 관심이다. 씨티그룹은 “9월 CPI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 결정에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Fed가 최근 미 장기 국채금리 급등세를 고려해 상당 기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최근 장기금리 상승이 추가 금리 인상을 대체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장기금리가 오르면 기업과 가계의 금융비용을 높여 기준금리를 인상한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6일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0.13% 이상 올라 4.86%까지 상승했고, 30년물 금리도 장중 5%를 웃돌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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