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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공들이던 중국 당혹…中징크스까지 되살린 '피의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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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7일 제3회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이징 국가회의센터 주위에 행사를 알리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신경진 특파원

오는 17일 제3회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이징 국가회의센터 주위에 행사를 알리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신경진 특파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전쟁 양상으로 돌입하자 중국은 당혹해 하는 입장이다. 올해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관계 복원, 팔레스타인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등 중재 외교로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하마스의 공격을 규탄하는 대신 양측의 자제를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8일 중앙일보의 관련 질의에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의 긴장 고조와 폭력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관련 당사자들은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즉각 휴전하며 민간인을 보호하고, 상황의 악화를 방지할 것을 호소한다”는 대변인 답변을 보내왔다.

지난 6월 14일 중국을 방문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오른쪽)이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인민대회당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6월 14일 중국을 방문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오른쪽)이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인민대회당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외교부는 또 “팔·이 충돌을 종식할 근본적인 출로는 ‘두 국가 방안(兩國方案)’을 실천해 팔레스타인을 독립국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제 사회는 팔·이 양측이 조속히 평화 회담을 재개하고 항구적 평화의 길을 모색하도록 해야 한다”며 “중국은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중재 외교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중국은 지난 6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을 6년 만에 베이징으로 초청해 ‘아랍 평화 이니셔티브’를 제시하고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등 이·팔 중재에 힘써왔다.

중국은 이·팔 충돌이 다음 주 베이징에서 열릴 제3회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정상회담 및 이달 말 베트남 국빈방문, 내달 미국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담 등 촘촘히 이어지는 시진핑 주석의 정상외교 일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이해득실 분석에 나섰다. 국수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는 8일 이·팔 충돌로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기 위해 제안한 ‘스파이스 루트(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건설 계획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왕진(王晉) 시베이(西北)대 교수는 “지난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인도와 유럽, 중동 동맹과 연합해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을 제시했고 핵심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의 관계”라며 “이번 팔·이의 격렬한 추돌로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의 모순이 돌출하며 ‘스파이스 루트’가 영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응한 이스라엘 공군의 폭격으로 가자지구에서 불꽃과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응한 이스라엘 공군의 폭격으로 가자지구에서 불꽃과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항저우 폐막 전날 충돌…中 징크스 재현

이번 이·팔 충돌로 중국이 주최하는 국제 스포츠 행사와 국제 분쟁이 겹치는 징크스도 되풀이됐다. 지난 2008년 중국이 베이징 여름 올림픽을 개최하는 동안 러시아가 그루지야를 침공했고, 지난해 2월 베이징 겨울 올림픽 폐막 직후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 게임 폐막을 하루 앞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전격 공격하면서 중국의 국제행사 징크스를 되살렸다.

국제 사회는 이·팔 충돌에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서방 국가는 습격을 주도한 하마스를 강하게 규탄하며 이스라엘을 지지한 반면, 러시아는 중국과 비슷하게 사상자 발생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며 팔레스타인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강조했다.

일본 외무성은 8일 외무상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고 “7일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가자 지구로부터 이스라엘을 향해 다수의 로켓탄을 발사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일본은 이를 강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 또 다수의 이스라엘 시민이 하마스 등에 의해 납치된 데 대해서도 “강하게 비난하는 동시에 조기 석방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가자 지구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나오고 있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더 이상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모든 당사자에게 최대한의 자제를 다시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하마스의 공격과 관련 "죄없는 시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데 대해 강하게 비난한다"고 썼다.

러시아도 7일(현지시간)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린 자하로바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팔·이 분쟁의 급격한 상황 악화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팔·이 양측에 즉각적인 휴전, 필요한 자제, 장기적인 평화 구축을 위한 협상에 들어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국 외교장관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이 중동 전체를 위험한 상태에 빠뜨렸다며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8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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