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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숨겨진 에버랜드 2만평 숲...특별한 캠핑장으로 변신하다 [비크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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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에버랜드의 옛 이름은 자연농원이었어요. 이곳은 지금이야 온갖 볼거리와 놀거리로 가득하지만 70년대엔 황야나 다름없었다고 해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황폐해진 거죠. 여기에 나무를 심어 울창한 숲을 만든 게 자연농원의 시작이에요.

지금까지도 에버랜드 주변으로 잘 가꿔진 숲이 방대합니다. 그중 일부가 특별한 캠핑장으로 변신했습니다. 인간과 자연을 연결해 인간성을 회복하는 공간으로 기획됐다는데요. 아웃도어 브랜드인 스노우피크가 수년 동안 공들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스노우피크는 왜 이런 캠핑장을 만든 걸까요? 김남형 스노우피크코리아 대표를 만나 물어봤어요.

 김남형 스노우피크코리아 대표. 스노우피크코리아.

김남형 스노우피크코리아 대표. 스노우피크코리아.

#자연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곳

에버랜드 옆길을 따라 올라가면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옆으로 울창한 숲이 나옵니다. 에버랜드 소유지로 50여년간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는 곳인데요. 이곳엔 잘 가꿔진 산림 2만평과 에버랜드 연구동으로 쓰인 건물 몇동이 있었습니다. 전국팔도를 누비며 캠핑장 부지를 찾던 김남형 대표의 마음에 쏙 드는 공간이었다고 해요.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 전경. 스노우피크코리아.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 전경. 스노우피크코리아.

“찾아올 때마다 색다른 영감을 주는 자연환경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나무 하나하나가 오랫동안 잘 관리돼 계절마다 색이 뚜렷했어요. 같은 공간이지만 시기 별로 다른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가깝고 교통 인프라도 잘 갖춰져 언제든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고요.”

스노우피크는 에버랜드와 손잡고 이 숲을 캠핑장으로 만들어요. 지난 5월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라는 이름으로 문을 엽니다. 그렇다고 기존 산림을 파헤치거나 낡은 건물을 부숴 최신식 시설을 만든 건 아니에요. 기존 자연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기존 나무를 한 그루도 베어내지 않았다고 해요. 건물도 간단히 정비만 하고, 외벽도 주변과 어울리는 색으로 칠했다고 해요.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 입구 모습. 박이담 기자.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 입구 모습. 박이담 기자.

그러면서도 방문자들의 동선까지 섬세하게 신경 썼다고 해요.

“보통 사람들은 자연으로 나가 캠핑하는 데 진입장벽이 높다고 느낍니다. 자연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공간을 기획했습니다. 캠프필드에 처음 오면 스토어부터 들어서게 됩니다. 다양한 캠핑 도구를 구경하게 되고요. 이어지는 장소는 레스토랑과 카페입니다. 이곳 음식은 모두 스노우피크 캠핑장비로 조리합니다. 매장 내부도 모두 캠핑장비로 꾸며져 있고요. 캠핑 장비가 활용되는 걸 보고, 또 직접 사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곳을 나가면 드디어 캠핑사이트로 나아가게 되는 거죠.”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의 카페의 안마당. 스노우피크코리아.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의 카페의 안마당. 스노우피크코리아.

#잃어버린 인간성을 다시 찾는 방법

스노우피크는 1958년 일본 니가타현에서 탄생했습니다. 니가타현은 역사적으로 금속 공예가 발달하고 주변 자연이 아름다운 지역이라고 해요. 등산을 사랑했던 이곳의 한 철물 도매상이 직접 등산용품을 만들어 팔던 게 스노우피크의 시작입니다.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든다’는 장인정신으로 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합니다.

1980년대부터는 캠핑용품을 만들어요. 여기서도 장인정신을 발휘합니다. 텐트 안에 침실과 거실 공간을 분리한 ‘리빙쉘’을 내놓죠.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제품이었어요. 수십 년 동안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며 스노우피크를 세상에 널리 알립니다. 리빙쉘이란 제품명은 하나의 고유명사가 될 정도였죠. 이 밖에도 다양한 사이즈의 냄비를 간편하게 수납하는 필드쿠커 등 히트제품들을 내놓습니다. 스노우피크는 ‘캠핑계의 샤넬’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전 세계 캠퍼들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성장합니다.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 공식 스토어 내부 모습. 스노우피크코리아.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 공식 스토어 내부 모습. 스노우피크코리아.

스노우피크가 가진 철학도 또 다른 인기 비결입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삶이 윤택해졌지만 숱한 스트레스로 인간성을 잃어가는 게 현대사회의 단면입니다. 스노우피크의 미션은 잃고 있는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주변 사람과 커뮤니티를 형성해 시간을 보내는 기쁨으로 인간다움을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철학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행사까지 열고 있습니다. ‘스노우피크웨이’라는 캠핑 이벤트에요. 자연으로 나가 인간 본성을 회복해보는 기회를 직접 제공하는 겁니다. 일본 본사에선 1998년 시작됐고, 한국에서도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어요. 전국 곳곳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수십 가족이 함께 캠핑하는 겁니다. 국내에선 이런 행사가 매년 50회 가량 열리고 있대요.

에버랜드에 캠프필드를 만든 것도 스노우피크의 철학을 실제로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해요.

“우리의 철학을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제대로 한 번 보여주는 게 더 인상적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캠프필드는 스노우피크의 ‘삶 속에서 자연을’이란 지향점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자연에 친숙해지는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거죠. 여기서 나아가 스노우피크 철학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의 캠핑 사이트. 스노우피크코리아.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의 캠핑 사이트. 스노우피크코리아.

#일터와 자연의 만남

캠프필드가 오픈하고 토스페이먼츠 직원들이 왔다 간 적이 있어요. 한 대기업의 임원 승진자들도 왔었죠. 이곳에서 운영하는 기업 연수 프로그램 ‘비즈니스 솔루션’에 참가한 거예요.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이해 원격근무, 재택근무가 보편화되고 있어요. 굳이 모두가 같은 사무실, 일률적인 환경에서 일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럴 때 오히려 자연으로 나오면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동료에 대한 공감능력도 좋아질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동료들과 1박2일로 캠핑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의 '비즈니스 솔루션' 행사 모습 스노우피크코리아.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의 '비즈니스 솔루션' 행사 모습 스노우피크코리아.

특히 토스페이먼츠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해요. 코로나19 기간 회사가 급성장했지만 거리두기로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직원들끼리 얼굴조차 모른 채 업무를 해온 거죠. 캠프필드에 와서는 자연 속에서 긴장을 내려놓고 동료와 긴밀히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해요.

반대로, 사무실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해요. ‘캠핑오피스’라는 사업인데요. 천편일률적인 기업의 사무 공간을 캠핑과 자연이라는 컨셉으로 꾸며주는 거예요. 사무실에 캠핑용품도 가져다 놓고, 녹색 식물도 군데군데 배치하는 거예요. 특히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만들고 싶은 기업들의 관심이 많다고 해요. 특히 휴게공간이나 회의실부터 캠핑장처럼 꾸며보려는 시도를 많이 한다고 해요.

#나가며

캠프필드가 모두 완성된 건 아니에요. 아직 활용할 수 있는 숲과 공간이 더 많이 남아있대요. 2024년 여름에는 글램핑, 백패킹을 할 수 있는 곳부터 트래킹 코스까지 추가로 선보인다고 합니다. 캠핑과 관련된 모든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발전하는 거죠.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의 캠핑 사이트 모습. 스노우피크코리아.

스노우피크 에버랜드 캠프필드의 캠핑 사이트 모습. 스노우피크코리아.

“코로나19 기간 캠핑이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감사한 일이죠. 캠핑이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라이프스타일로 정착되면 좋겠어요. 캠프필드로 기존 캠핑문화를 한 단계 발전시키고 싶어요. 일상 속에서 편리하게 자연을 즐기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면서 말이죠.”

캠프필드는 전국 곳곳에 생겨날 예정이에요. 스노우피크코리아는 2030년까지 캠프필드를 7곳 만든다는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있거든요. 스노우피크코리아 직원들은 모두 캠핑 덕후라고 해요. 캠핑에 대한 애정을 기준으로 채용하거든요. 실제로 김남형 대표는 물론 직원들도 매년 50박 가까이 캠핑한다고 합니다. 이들 캠핑 덕후들이 발굴할 멋진 자연은 어떤 곳일까요. 다음 캠프필드도 함께 기대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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