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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참모들 총선 출마 러시…“40명 달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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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9호 02면

역대 총선에서 ‘대통령의 사람’이 얼마나 금배지를 다는지는 늘 정치권의 관심사였다. 그중에서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대통령 비서실 출신 인사의 국회 입성 여부는 현직 대통령의 정치적 장악력을 시험하는 척도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내년 4·10 총선을 6개월 앞둔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실 행정관과 비서관, 수석비서관은 물론 각 부처의 고위 정무직까지 모두 ‘윤심(尹心)’을 내세우며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내부만 따져도 그 인원이 40명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행정관급 상당수는 이미 지역으로 가서 밭을 다지고 있다. 지난 6월 대통령실을 떠나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의 지역구(서울 중랑을)에서 뛰고 있는 이승환 전 행정관은 “지역 분위기가 생각보단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참모는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국정과제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익명을 요구한 대통령실 비서관은 “여소야대를 겪으며 어떤 제도가 개혁의 걸림돌이 됐고, 어떤 법을 바꿔야 하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출마 희망자 개개인의 정치적 욕심도 있지만 이들에겐 일종의 사명감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용산 주변의 인사들이 주목하는 반면교사가 2012년 19대 총선이다. 이명박(MB) 전 대통령 임기 말에 치러진 당시 총선은 MB보다는 당권을 장악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천 영향력이 훨씬 컸다. MB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18대 총선 때는 ‘친박 공천 학살’ 논란이 벌어질 만큼 친이계가 득세했지만 4년 뒤 19대 총선 때는 역으로 MB계가 공천 단계부터 상당수 고배를 마셨다. MB계 인사가 다수 포진한 윤석열 정부에선 당시 씁쓸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최소 교섭단체(20명) 이상의 확실한 친윤계 의원 그룹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현 정부에서 일하는 MB계 인사는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이 국회에서 사라지니, MB의 업적도 자연스레 지워졌다”고 회고했다. 당시 청와대 내에서도 “여의도를 너무 챙기지 않았다”는 자성의 목소리까지 나왔다고 한다. 전직 친이계 의원은 “4대강과 복수노조 허용 등 MB정부의 성과가 상당했지만, 임기 후반엔 이를 옹호해주는 의원이 거의 없었다”며 “친이계 사이에선 트라우마와 같은 기억”이라고 했다.

최소 ‘교섭단체 이상’ 표현이 나오는 건 20석을 넘어 교섭단체를 구성하느냐, 하지 못하느냐가 국회 내 의미 있는 정치 세력으로서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등 윤석열 정부 출신 인사들의 숫자가 그 정도는 돼야 설혹 독자 정당까지 가는 상황으로 이어지더라도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각 국회 상임위원회마다 간사를 두기 위해선 교섭단체 이상의 의석이 있어야 한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선출된 의원들은 윤 대통령 임기 마지막까지 함께한다”며 “윤 대통령의 당내 기반이 튼튼하지 않다 보니 이런 얘기도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2012년 MB와 반대되는 사례가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로 넘어간 시점에서 치러진 당시 총선에서 청와대 출신 인사는 대거 출사표를 던져 공천까지 받아냈다. 그런 뒤 본선을 거쳐 대변인을 맡았던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20명의 문재인 청와대 출신 인사가 현역 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역시 대변인을 역임한 고민정 의원은 현재 민주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도 민주당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건 이들 덕분이었다”고 분석했다.

물론 역대 총선 때마다 그랬듯이 윤심을 내세우는 출마자가 늘어날수록 공천 잡음이 커지는 건 딜레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실 참모들이 험지 등 수도권 지역에 나선다면 모두 환영할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당선될 만한 텃밭을 선호하는 인사가 대부분이라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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