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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기술, 성과는 암울…AI 매장 '아마존 고' 철수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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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9호 09면

폭증하는 무인매장 경쟁력 있나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 위치한 무인편의점 ‘아마존 고’ 전경. [AP=연합뉴스]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 위치한 무인편의점 ‘아마존 고’ 전경. [AP=연합뉴스]

8월 미국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 본사를 방문했다. 이 건물 1층에는 아마존이 2018년 1월 선보인 무인결제 편의점 즉, 무인매장인 ‘아마존 고(Amazon Go)’도 있다. ‘물건을 들고 나가기만’ 하면 결제가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Just Walk Out Technology)을 내세워 입장에서부터 구매·결제에 이르기까지 자동화된 차세대 매장이다. 점원을 대신해 센서와 카메라가 물건과 고객을 확인하고, 인공지능(AI) 기술로 고객의 성향까지 파악하는 최첨단 무인매장에 전 세계가 들썩였다.

상품별로 설치했던 카메라 사라져

당시 아마존은 아마존 고의 확장판인 수퍼마켓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를 연이어 선보이며 과일·채소·고기까지 갖춘 완벽한 무인매장로 거듭날 것이라 예고했다. 아마존 창업자이자 당시 CEO였던 제프 베조스는 “2020년까지 미국에만 2000개 매장을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즈음 중국의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는 5000개 매장을 목표로 신기술을 적용한 무인수퍼를 만들어 나가고 있었고, 우리나라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무인매장’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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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6개월 단위로 아마존 고를 방문할 때마다 느낀 점은 매년 더욱 새로운 기술과 제품으로 확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이번에 방문한 아마존 본사 인근의 아마존 프레시 시애틀 매장은 오히려 휑할 정도로 썰렁한 모습이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상품 종류별로 촘촘하게 설치한 카메라가 사라진 점이다. 대신 천장에 넓은 구역을 인식하는 카메라가 확충됐다. 매대 사이에는 아마존의 AI 플랫폼 알렉사를 탑재한 검색대가 있어 제품 가격을 확인하거나 서비스를 문의할 수 있다.

특이한 건 유인 계산대가 생겼다는 점이다. 반품·교환을 담당하는 고객 서비스 센터에도 전에 없던 인력이 배치됐다. 국내 여느 대형마트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아마존이 뒤숭숭하다. 실적만 놓고 보면 2000년 닷컴붕괴 이후 최악이다. 최근의 적자 폭은 2014년 파이어폰 등 새로운 사업의 연이은 실패로 기록한 적자보다 6배 이상인 27억 달러에 이른다. 실적이 고꾸라지며 150만명이 넘는 임직원에 대한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구조조정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분기별 순이익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좀 나아지나 싶었으나 다른 악재가 터졌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반독점 소송 제기다. FTC의 리나 칸 위원장은 젊은 나이에 교수를 잠시 접고, 미국 공정거래 위원장이 된 자타가 공인하는 ‘아마존 전문가’다. 그의 논문은 대부분 대기업의 횡포를 지적하고 이를 규제하는 내용이었다. 그랬던 그가 2년 만에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과 전쟁을 선포하며 아마존을 지목한 것이다.

아마존 3억 온라인 고객 최대 강점

이 같은 아마존의 우중충한 현실 한가운데에는 무인매장의 대명사가 된 아마존 고가 있다. 지난해 이후 8개 아마존 고 매장을 폐점했다. 언론에서는 아마존 고의 철수나 축소에 대한 얘기가 꾸준히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마존 고는 쪼그라들고 있다. 한때 시장을 주도하던 아마존 고가 뒷걸음질 치는 데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우선 아마존 고도 코로나19 팬데믹을 피해가지 못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던 도시가 텅 비었다. 아마존 고는 편의점 특성상 주로 도심에 있다. 신기해서 방문하던 관광객마저 팬데믹으로 모두 사라졌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이제 회복될 법도 한데 아마존 고는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사람이 다시 찾지 않는 데는 신기술만을 앞세운 측면도 없지 않다. 기술우선주의를 통해 무인매장 그 자체를 만드는 데 집중한 것이다. 아마존 고에는 설치된 카메라만 100대가 넘는다. 고객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레이더 센서, 상품의 무게를 측정하는 천칭 등 각종 센서도 한두 개가 아니다. 물건마다 카메라와 저울을 설치해 고객이 물건을 집어들 때마다 일일이 계산했다. 작은 편의점 하나를 운영하기 위해 기술 비용으로만 150억~200억 달러를 들인 것이다.

기술 개발과 적용에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 있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졌어도 결국은 사람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아마존 고는 100% 무인을 목표로 했지만 결국 그 카메라를 감시하는 게 사람이다. 기술 개발, 업데이트 외에 감시 인력까지 비용이 세배로 늘어난 셈이다. 아마존이 기술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동안 고객의 쇼핑에 대한 경험이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뒷전이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진즉에 ‘신기하지만 다시 이용하지 않는 곳’이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다. 아마존 고의 참패는 어쩌면 예고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마존은 실패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지금의 아마존은 ‘아마존 옥션’의 실패를 거울삼아 현재의 제3자 판매방식인 오픈마켓을 만들었다. 아마존의 매출 50% 이상이 오픈마켓에서 나온다. 2014년 최악의 제품으로 평가 받는 ‘파이어폰’은 후속 모델인 ‘아마존 에코’의 성공을 가져왔다. 에코는 미국 시장점유율이 72%에 달하기도 했다. 또 ‘아마존 언박싱’은 넷플릭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아마존 비디오’를 탄생시켰다. 검색을 기반으로 구글과의 전쟁에서 대패한 아마존은 이후 선보인 상품검색으로 미국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마존은 분명히 큰 실패를 기반으로 성공한 기업임이 분명하다. 아마존 고가 쪼그라들고 있다고 해서 아마존이 무인매장 운영을 포기했다고 보긴 어려운 이유다.

아마존 고는 구축에 대한 비용 부담을 줄이려 기술의 단순화(카메라 인식기술)를 꾀하는 모습이다. 상품마다 배치한 카메라를 없애는 대신 천장에 매달아 큰 구역을 관리하고, 천칭이나 센서도 대폭 줄였다. 기술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단순화하면 신기술 전시장은 사라져도 적용 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는 무인매장이 자리잡을 수 있다. 특히 이미 아마존은 3억명에 가까운 온라인 고객을 확보한 거대 기업이다. 여기에 더욱 정교한 오프라인의 고객 데이터까지 결합하게 되면 아마존의 고객에 대한 특성 파악은 ‘나보다 나의 쇼핑 습관을 더 잘 알고 있는 아마존’이라는 이야기가 무색하지 않게 된다.

앞으로 30년 동안은 ‘데이터 기술의 시대’라고 이야기한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의 말이나, 미래는 인공지능 시대라고 이야기한 손정의 회장의 말대로 아마존은 미래의 무소불위 기업이 될지도 모른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빅테크 기업이 급성장했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기업도 결국 오프라인 시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속가능성을 보장받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아마존 고의 실패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

최재홍 가천대 창업대학 교수.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카카오 사외이사를 거쳐 현재 KB금융지주 이사회의 사외이사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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