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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토닉·콜라까지 직접 제조…‘제로 웨이스트’ 실천 칵테일 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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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9호 24면

이선민의 ‘색다른 식탁’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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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칵테일 바가 건물 계단을 따라 내려간 지하층 비밀의 문 뒤에 있다는 일반적인 공식을 청담동에 위치한 바 ‘제스트(Zest·사진1)’는 다 깨버렸다. 누구나 오가며 들릴 수 있는 1층에 위치해 있고, 길가로 크게 뚫린 창 너머로는 비 내리고 눈오는 풍경을 볼 수 있어 매번 바뀌는 하루 풍경과 함께 술잔을 기울일 수 있다. 주말에는 3시부터 영업을 시작해 햇살을 느끼며 낮술도 가능하다.

‘제스트’는 칵테일에 향을 덧입힐 때 사용하는 감귤류 과일의 껍질이다. 이곳에선 향을 위해 껍질만 긁어내고 버려지는 과일을 모아 즙을 짠 후 또 다른 칵테일을 만드는데 쓰고, 직원들은 재활용 섬유로 만든 앞치마를 입는다. 알루미늄 캔과 플라스틱 병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탄산수·토닉워터·콜라까지, 바에서 제공하는 모든 탄산음료는 직접 제조한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바 산업과 문화를 만드는 곳”이라는 게 공동대표(권용진·김도형·박지수·우성현) 4인의 설명이다.

도심 생태계 복원을 돕기 위해 도시 양봉에서 얻은 꿀을 사용하는 칵테일 메뉴 ‘시티 비즈 니스(City Bee’s Knees)’도 만들었다. 클래식 칵테일 ‘비즈 니스(Bee’s Knees)’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제스트 팀은 “한 잔의 칵테일을 마심으로써 꿀벌 개체수를 늘리고, 꽃의 발화율도 높여서 서울이 더 푸르러질 수 있도록 상생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칵테일을 만드는 재료뿐만 아니라 칵테일 제조나 음용 시 사용하는 기물까지 분석해 친환경적이면서도 사업적으로 지속가능한 콘텐트를 좀 더 심도 있게 연구하는 게 목표다.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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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트의 대표 메뉴는 ‘Z&T(사진2)’. 이 칵테일에 들어가는 진과 토닉도 모두 직접 만든다. 계절마다 술을 구성하는 과일과 허브는 달라지는데 봄에는 한라봉과 박하, 여름에는 참외와 레몬버베나, 가을에는 사과와 타임, 겨울에는 딸기와 세이지 등이다. 각 계절을 대표하는 과일을 고른 후 남양주 농장에서 매주 따온 허브를 함께 섞어서 증류한다.

제스트는 지난 7월 발표한 ‘아시아 50 베스트 바(Asia’s 50 Best Bar)’ 5위에 선정됐다. 9월에는 서울시가 선정하는 ‘서울 미식 100선(Taste of Seoul)’ 바&펍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오는 17일에는 세계 최고의 바 50곳을 선정하는 ‘월드 50 베스트 바(World’s 50 Best Bars)’ 시상식이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제스트는 시상식 하루 전날 싱가포르의 바 ‘넛맥 앤 클로브(Nutmeg&Clove)’에서 제스트만의 메뉴를 선보이며 전 세계 바텐더와 칵테일 팬을 만날 예정이다.

이선민 식음·여행 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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