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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vs 릴리아 부…홍콩에서 자존심 대결

중앙일보

입력

고진영. AP=연합뉴스

고진영. AP=연합뉴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릴리아 부(26·미국)와 3위 고진영(28)이 무대를 옮겨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 전장은 이들의 공통분모인 아시아에서 열리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아람코 팀 시리즈다. 총 84명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는 홍콩 성슈이의 홍콩 골프클럽(파73·6511야드)에서 6일 개막한다.

올 시즌 여자골프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아직 1년이 채 지나가지도 않았지만, 세계랭킹 1위의 얼굴이 계속해 바뀌고 있다. 지난해 말 왕좌를 차지한 리디아 고(26·뉴질랜드)를 시작으로 넬리 코다(25·미국)와 고진영, 릴리아 부, 인뤄닝(21·중국)을 거쳐 현재 다시 릴리아 부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처럼 주인공의 이름은 계속 바뀌어도 큰 틀의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 바로 아시아 혹은 아시아계 선수들의 강세다. 역대 최장기간 세계랭킹 1위 기록을 지닌 고진영을 비롯해 어릴 적 한국에서 뉴질랜드로 귀화한 리디아 고, 중국에서 성장한 인뤄닝 모두 아시아권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또, 미국인인 릴리아 부 역시 베트남인의 핏줄을 이어받았다. 외할아버지와 어머니는 1970년대 베트남전이 끝난 뒤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탈출한 ‘보트피플’ 출신이다. 이외에도 올해 에비앙 챔피언십을 제패한 태국계 프랑스인 셀린 부티에(30)와 호주 교포 이민지(27) 그리고 김효주(28)가 나란히 세계랭킹 5~7위를 달리며 아시아 돌풍을 이끌고 있다.

이번 홍콩 대회에도 아시아권의 강자들이 대거 출전한다. 현지에선 고진영과 릴리아 부가 당연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이들 외에도 중국의 또다른 다크호스인 세계랭킹 12위의 린시위(21)와 중국계 미국인 로즈 장(20)도 우승후보로 꼽힌다.

릴리아 부. AP=연합뉴스

릴리아 부. AP=연합뉴스

아시아 각축장을 만든 LET는 지난해 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손을 잡고 덩치를 키웠다. PIF로부터 막대한 돈을 투자받아 각종 대회의 총상금을 키웠다. 또, 아람코 팀 시리즈라는 이름의 대회를 5개나 만들어 세계적인 선수들을 초청했다. 이미 LIV 골프를 출범시킨 PIF는 여자골프 세계랭킹 톱20 이내의 스타들에게 적지 않은 초청료를 건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회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아시안 스윙의 전초전 성격도 띤다. LPGA 투어는 12일부터 아시안 스윙을 시작한다. 먼저 중국 상하이에서 뷰익 LPGA 상하이를 개최하고, 19일부터는 한국으로 건너와 경기도 파주시 서원힐스에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연다. 이어 말레이시아와 일본을 거친 뒤 미국으로 돌아가 올 시즌을 마무리한다. 홍콩 대회 출전 선수 대부분은 아시안 스윙에서도 샷 대결을 벌인다.

LET 아람코 팀 시리즈를 앞두고 홍콩 야경을 배경으로 포토콜을 한 고진영과 카를로타 시간다, 허무니, 앤 반담, 티파니 찬(왼쪽부터). 사진 LET

LET 아람코 팀 시리즈를 앞두고 홍콩 야경을 배경으로 포토콜을 한 고진영과 카를로타 시간다, 허무니, 앤 반담, 티파니 찬(왼쪽부터). 사진 LET

개막을 하루 앞둔 5일 현장에서 만난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는 릴리아 부를 비롯해 로즈 장과 린시우 등 쟁쟁한 아시아 혹은 아시아계 선수들이 많이 출전한다. 이미 LPGA 투어에서 이들의 실력을 확인했지만, 그래도 아시아에서 열리는 무대라는 점에서 각오가 남다르다”고 했다.

고진영은 이어 “시간이 갈수록 아시아 선수들의 성장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경계해야 할 대상이 늘어난 점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동반자가 많아졌다고도 생각된다.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LPGA 투어 아시안 스윙이 계속 열리는데 국내 골프팬들에게 좋은 소식을 꼭 들려드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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