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동포 만난 尹…“750만 동포가 뛸 운동장 넓히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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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5일 ‘세계한인의 날’을 맞아 “세계 곳곳에 우리 기업과 국민, 750만 동포 여러분이 함께 힘을 모아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세계한인회장대회 및 제17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시작된 120년 이민 역사는 그동안 대한민국 역량을 키워나가는 데에 큰 힘이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하와이의 뜨거운 사탕수수밭과 중남미의 선인장 농장에서 번 돈은 우리 독립 자금으로 쓰였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현지 송금은 우리 산업화 과정에서 소중한 종잣돈이 됐다”며 “대사관을 비롯해 일본에 있는 공관 10개 중에서 9개가 재일동포 기증으로 조성될 정도로 모국 사랑은 각별했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서울올림픽을 할 때, 외환위기를 겪을 때도 재외동포 여러분이 힘을 모아줬다”며 “이역만리 타향에서 역경을 이겨낸 우리 재외동포 여러분은 대한민국 발전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기 해외 진출은 그 시작이 고되고 미미했지만, 여러분의 각고의 노력으로 위대한 한국인의 이민사, 경제사를 써 내려왔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재외동포청이 지난 6월 출범한 이후 처음 개최된 세계 한인의 날 행사로, 세계 한인회장 대회를 겸해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5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3 세계한인회장대회 및 제17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재외동포 지원 강화 기조의 취지를 ‘국제주의 지향’으로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동포 여러분이 조국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더 많이 기여하고 국제사회에 더 많이 협력할 것”이라며 “전 세계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 실현에 동포 여러분이 함께하고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추석 당일(9월 29일) 히로시마 원폭 피해 동포들과 오찬을 함께한 윤 대통령은 전날 파독 광부·간호사를 만난 데 이어 이날까지 재외동포와의 만남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의 축사에 이어 재일한국인 3세이자 미국 시민권자로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배우 박소희씨가 답사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건너온 가족의 4대에 걸친 연대기를 담은 드라마 ‘파친코’에 둘째 아들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박씨는 “어느 날 친구가 준 쪽지를 기억한다. 일본어로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적혀 있었다”며 “아버지는 ‘한국인으로 당당히 살아라. 그게 네게도, 일본 사회에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항상 말씀했다”고 전했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소지 아라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박씨는 “전 세계 한인들에게 ‘우리가 한인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200%의 내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저는 자이니치로 자랑스러운 재외동포가 되겠다. 대한민국은 저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돼 달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 한글주간을 맞아 5일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을 깜짝 방문, 디지털 시각자료 전시실에서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사를 마친 윤 대통령은 한글날을 앞두고 국립한글박물관을 깜짝 방문해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 등을 둘러봤다. 관람 후 윤 대통령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의 정신은 현대 우리 대한민국의 지향점인 자유, 평등, 번영과도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세종대왕은 모든 사람이 한글을 통해 신분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랐다”며 “신분이 낮은 사람이나 여성만 사용했다는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실제 한글은 왕부터 노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평등하게 사용한 글자였다”고 말했다.

조선 시대 관청에서 각종 분쟁을 한글로 해결했다는 자료를 언급한 윤 대통령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한문을 못 배운 사람들도 한글로 호소할 수 있게 되면서 평등의 가치를 실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관람 중이던 초등학생들에게 “앞으로도 한글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으며, 유치원·어린이집 어린이들과 기념 촬영도 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