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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만 살아남은 '군수의 무덤'…창녕군수 당선 5개월만에 또 기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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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경남 창녕군수 무소속 후보가 지난 4월 6일 오전 1시께 창녕군수 당선을 확정 지은 후 부인과 함께 선거사무실에서 꽃다발을 목에 걸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낙인 경남 창녕군수 무소속 후보가 지난 4월 6일 오전 1시께 창녕군수 당선을 확정 지은 후 부인과 함께 선거사무실에서 꽃다발을 목에 걸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수의 무덤’이라 불리는 경남 창녕군에서 보궐선거로 당선된 현직 군수가 또 기소됐다.

창원지검 밀양지청은 지난달 27일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 제한) 혐의로 성낙인 군수를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성 군수는 지난해 당시 경남도의원 신분으로 자신이 속한 모임에 참석해 20만 원씩 두 차례 기부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 군수는 지난 4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던 중 사망한 김부영 전 창녕군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김 전 군수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쟁 후보자의 지지세를 분산시키기 위해 상대 정당에 자기 쪽 사람을 심어 출마하게 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이른바 선거인 매수를 시도했다는 것이 당시 검찰이 밝힌 혐의 내용이다.

김 군수는 “결백하다. 억울하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심경을 적은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진실이 무엇인지 더는 가릴 수 없었지만 지역 사회가 받은 충격은 컸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래 창녕군에서 현재까지 군수 7명이 뽑혔지만 대부분 임기를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창녕군 등에 따르면 7명의 군수 중 임기를 마친 군수는 1~2대 김진백, 4~6대 김충식, 7대 한정우 군수 등 3명뿐이다.

창원지방검찰청 전경. 중앙DB

창원지방검찰청 전경. 중앙DB

이 가운데 김충식 전 군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군수직을 잃진 않았다. 한정우 전 군수도 임기 4년을 마쳤다. 하지만 지난해 6·1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한 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특히 김종규 전 군수(3~4대)는 재선에 성공했지만, 뇌물수수 혐의로 2006년 7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 군수직을 잃었다. 곧이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하종근 전 군수(4대)도 뇌물수수 혐의로 항소심 재판을 받던 2007년 10월 자진 사퇴, 군수직을 내려놨다. 사실상 창녕군민은 2006년부터 2007년까지 1년 6개월 사이에 3차례나 군수 선거를 치른 셈이다. 이 때문에 창녕군은 ‘군수의 무덤’이란 말이 나왔다.

지역 정가는 창녕군은 보수색채가 강한 지역 특성상 보수정당 후보로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보니 선거 분위기가 ‘군수 잔혹사’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역 한 정치권 인사는 “유권자가 5만 명 정도로 그리 많지 않아 ‘몇 표만 더’라는 생각에 금권선거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 분위기가 군수 잔혹사로 이어지고 있다”며 “각 정당뿐 아니라 유권자도 악습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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