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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3高 쓰나미…‘상저하고’ 누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경제에 고금리‧고환율‧고유가, 이른바 ‘3고(高)’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 미국이 긴축 고삐를 바짝 죄며 국내외 시장금리가 치솟고 원화 값은 속절없이 떨어지면서다(환율은 상승). 여기에 고유가 공포도 이어지고 있다. ‘동반 3고 현상’ 여파로 미약하나마 나타난 수출 회복세가 꺼지고 내수는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경기 흐름이 정부가 기대하는 ‘상저하고(上底下高)’는 고사하고 ‘L자’형 경기 부진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3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고 연 4.81%를 기록했다. 2007년 8월 이후 16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 여파에 국내 시장금리도 덩달아 올랐다. 4일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4.35%를 돌파했다. ‘레고랜드 사태’가 있었던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강화 가능성이 세계 시장 금리를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한국 추석 연휴 기간에도 Fed 인사들은 ‘매파(통화 긴축 선호)’ 기조에 힘을 실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2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지역경제 행사에서 “노동시장이 강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가 안정이 필수”라며 “Fed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값은 크게 떨어졌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14.2원 떨어진(환율은 상승) 1363.5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10일(1377.5원) 이후 가장 낮다. Fed의 매파 선호 메시지가 이어지며 ‘킹 달러(달러 초강세)’가 나타나며 원화값은 3거래일 연속 연중 최저점을 새로 썼다. 한미 금리차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도 원화가치를 끌어내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고유가 기조도 이어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0.41달러 오른 89.2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4거래일 만에 상승 전환이다.

3고 현상은 소비 등 내수 부진을 부추길 수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가계와 기업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시장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과 가계의 조달 및 이자 비용이 늘어나고, 그만큼 소비와 투자는 위축된다”라며 “여기에 국제 유가 상승과 고환율이 수입 물가를 재차 자극하면 실제 구매력을 떨어뜨려 소비 부진이 심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간 수출 부진 속 한국 경제를 지탱했던 소비는 최근 들어 꺾이는 모양새다. 지난 8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달보다 0.3% 줄며 두 달 연속 감소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지난달 전년 대비 감소 폭을 4.4%로 줄이며 회복세를 보인 수출에도 3고 현상은 도움이 되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원화 가치가 낮아지면 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 수출이 늘어나고 무역수지가 개선된다'는 경제학 교과서가 통하지 않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환율 상승으로 인한 중간재 수입 가격 상승이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수출제품 가격 하락 효과가 상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국내 경제 펀드멘탈(기초 체력) 약화 등의 영향으로 고환율의 단점만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소비와 수출이 모두 흔들리면 한국 경제는 ‘상저하고’가 아닌 ‘상저하저’ 흐름으로 전개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1.4%로 보고 있는데 상반기는 0.9%, 하반기는 1.8%로 전망했다. 하지만 3고 현상 직면에 정부와 한국은행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비상경제금융회의에서 “고금리 장기화와 국제유가 상승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라고 말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어 “대외 여건 변화에 따라 국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면서 “국내 가격 변수와 자본 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필요시 시 장안정화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 성장률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한국 성장률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금리와 환율, 유가가 서로 얽히고설켜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환율 흐름이 불안하면 수출 회복이 어려운 만큼 정부는 우선 환율 안정을 중심 타깃으로 삼아 정책을 펼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표 교수는 “미국이 기준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경우 한미 금리 차이가 더 벌어져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라며 “이럴 경우 환율을 안정시키고 물가 불안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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