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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위성 재발사 예고한 10월…러시아 '원포인트 레슨' 나설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예고한 군사정찰위성 재발사를 앞두고 ‘조력자’로서 러시아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블라디미르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시사한 ‘위성 기술 지원’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를 놓고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3일 러시아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3일 러시아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북한은 지난 8월 24일 2차 발사에 실패한 직후 “10월에 제3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시기를 못박았다. 발사 시점은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일 계기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입장에선 4대 명절이자 정치 기념일을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치적을 부각하면서 내부 결속을 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실패시 정치적 부담이 큰 가운데 러시아의 조력 수준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푸틴은 지난달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 위성 개발을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당장 이번 발사에선 러시아의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난 2차 발사 당시 발사체인 ‘천리마-1형’의 1단과 2단은 정상적으로 비행했지만 3단의 비상폭발체계에 문제가 생겨 실패했다는 게 북한의 평가였다. 북한이 언급한 비상폭발체계는 '비행 종단 시스템(FTS·Flight Termination)’으로도 불리는데, 각 단의 비행 중 문제가 발생할 때 의도적으로 폭파시킬 수 있는 장치다.

북한은 이어 “해당 사고 원인이 계단별 발동기(엔진)들의 믿음성과 체계상 큰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패가 1·2·3단 로켓 작동 및 단 분리 등 결정적 요소가 아니라 FTS의 오작동 같은 사소한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10월 내 재발사를 공언하는 게 가능했다는 의미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위성을 우주 공간에 올리기 위해 러시아의 결정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은 아닐 수 있다.

북한이 지난 5월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1차 발사 장면을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지난 5월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1차 발사 장면을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

또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에서 기술 이전에 합의했다고 해도 북한이 러시아 기술력을 당장 적용하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기껏해야 발사체를 놓고 실무진 사이에서 자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러시아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액체연료 엔진으로 위성에 들어갈 백두산 엔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러시아 기술진의 컨설팅 정도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 국장은 “북한이 정상회담 후 설계도나 발사 데이터를 러시아에 제공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며 “자문이 이뤄졌더라도 얼마나 실효성 있는 조언이 전해졌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러시아가 위성 발사 성공의 경험에서 비롯한 노하우를 '원포인트 레슨' 방식으로 전수한다면 예상 이상의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나라 역시 앞서 위성 발사에 실패를 거듭할 때 선진국 기술진의 조언이 주효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광학장비 업그레이드 등은 단기간에 이전 가능한 기술인 만큼 이번 발사에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조악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위성체의 광학감시 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이나 장비를 전격적으로 확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 정찰위성의 위성체인 ‘만리경-1호’에 대해 “정찰위성으로서의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평가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탑재된 카메라의 해상도가 가로·세로 1m 이하인 '서브 미터'급에 미치지 못해 군사정찰위성으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서해에 추락한 지 15일 만인 지난 6월 16일 인양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우주발사체 관련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서해에 추락한 지 15일 만인 지난 6월 16일 인양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우주발사체 관련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결과적으로 북한이 러시아 기술 지원을 중·장기 과제로 남겨놓고 접근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천리마-1형의 10월 재발사가 실패할 경우 러시아 기술은 ‘플랜B’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선 최소 1년 이상 기간을 두고 발사체와 위성체를 새로 뜯어고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시험 설비 제공 등 간접 지원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이 갖추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진공 챔버(관)이 대표적이다. 고공 엔진의 안정적인 시험 기반을 갖추는 것만으로도 북한 위성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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