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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그토록 바위 사진을 찍었을까?···이순심 개인전 '관계'

중앙일보

입력

이순심,Connection # 001_ 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on Canvas__2023_163x120cm. [사진 스페이스22]

이순심,Connection # 001_ 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on Canvas__2023_163x120cm. [사진 스페이스22]

거대해 보이는 두 절벽 사이로 풍경이 펼쳐진다. 흰 구름 둥둥 뜬 하늘이 펼쳐지기도 하고, 하얗게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가 보이기도 한다. 한 화면에 바람, 파도 소리도 함께 담긴 듯하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 풍경은 아니다. 사진가는 실제로 여행을 다니며 바위의 한 부분을 찍은 뒤 정교한 디지털 작업으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스페이스22 전시 6일 개막 #두 개의 이미지를 한데 배치 #"과거· 현재 시공간의 대화"

사진작가 이순심의 개인전 '관계(Connection)'이 6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스페이스22에서 열린다. 이순심은 각각 다른 장소에서 촬영한 두 개의 이미지를 한 장소에서 촬영한 것으로 배치하는 기법으로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는 전혀 다른 두 대상 사이 '관계'의 의미를 탐구해왔다.

그는 어떻게 이런 장면을 만드는 일에 빠져들었을까. "10년 전 강원도 여행길에서 우연히 바위들 모습에 매료됐다"는 이 씨는 "그 날 이후 틈만 나면 바위들을 촬영하러 다녔다"고 말했다. 인천의 섬들에서부터 백령도, 변산반도, 제주도, 거제, 신안까지 누볐다.

그를 사로잡은 것은 "바위가 뿜어내는 기운 그 자체였다." 그는 "오랜 시간을 견디며 만들어진 기괴하면서 아름답기까지 한 바위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온몸으로 드러낸다"며 "과거의 흔적과 맞닿은 현재의 풍경을 통해 내가 우주의 일부임을 느끼는 경험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순심, 'Connection # 004-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on Canvas_2023_120x66cm.[사진 스페이스22]

이순심, 'Connection # 004-Digital Archival Pigment Print on Canvas_2023_120x66cm.[사진 스페이스22]

이번 전시는 2006년부터 작가보다는 갤러리 대표로 일해온 그가 11년 만에 작가로 돌아와 새 시리즈를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2006년부터 갤러리나우를 운영해온 그는 그동안 자신의 창작보다는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을 대중에 소개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2~3년에 한 번은 제 전시를 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갤러리를 운영하며 그게 쉽지 않았다"는 그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사진작가들이 거쳐 간 비영리 전시 공간 스페이스22의 제안을 받고 전시를 준비했다"고 했다. 그런데 "갤러리 대표인 자신을 잠시 잊고 작가로서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이 이렇게 설레고 좋을 줄 몰랐다"고 했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창작의 힘을 돌아보게 됐다"는 것.

그는 "오랜만에 내 작품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생각에 많이 설렜고, 작업에 몰입하는 동안 나를 둘러싼 모든 근심을 잊을 수 있었다"며 "창작이 주는 기쁨과 위로의 힘을 새삼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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