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해 보이는 두 절벽 사이로 풍경이 펼쳐진다. 흰 구름 둥둥 뜬 하늘이 펼쳐지기도 하고, 하얗게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가 보이기도 한다. 한 화면에 바람, 파도 소리도 함께 담긴 듯하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 풍경은 아니다. 사진가는 실제로 여행을 다니며 바위의 한 부분을 찍은 뒤 정교한 디지털 작업으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스페이스22 전시 6일 개막 #두 개의 이미지를 한데 배치 #"과거· 현재 시공간의 대화"
사진작가 이순심의 개인전 '관계(Connection)'이 6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스페이스22에서 열린다. 이순심은 각각 다른 장소에서 촬영한 두 개의 이미지를 한 장소에서 촬영한 것으로 배치하는 기법으로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는 전혀 다른 두 대상 사이 '관계'의 의미를 탐구해왔다.
그는 어떻게 이런 장면을 만드는 일에 빠져들었을까. "10년 전 강원도 여행길에서 우연히 바위들 모습에 매료됐다"는 이 씨는 "그 날 이후 틈만 나면 바위들을 촬영하러 다녔다"고 말했다. 인천의 섬들에서부터 백령도, 변산반도, 제주도, 거제, 신안까지 누볐다.
그를 사로잡은 것은 "바위가 뿜어내는 기운 그 자체였다." 그는 "오랜 시간을 견디며 만들어진 기괴하면서 아름답기까지 한 바위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온몸으로 드러낸다"며 "과거의 흔적과 맞닿은 현재의 풍경을 통해 내가 우주의 일부임을 느끼는 경험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2006년부터 작가보다는 갤러리 대표로 일해온 그가 11년 만에 작가로 돌아와 새 시리즈를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2006년부터 갤러리나우를 운영해온 그는 그동안 자신의 창작보다는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을 대중에 소개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2~3년에 한 번은 제 전시를 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갤러리를 운영하며 그게 쉽지 않았다"는 그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사진작가들이 거쳐 간 비영리 전시 공간 스페이스22의 제안을 받고 전시를 준비했다"고 했다. 그런데 "갤러리 대표인 자신을 잠시 잊고 작가로서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이 이렇게 설레고 좋을 줄 몰랐다"고 했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창작의 힘을 돌아보게 됐다"는 것.
그는 "오랜만에 내 작품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생각에 많이 설렜고, 작업에 몰입하는 동안 나를 둘러싼 모든 근심을 잊을 수 있었다"며 "창작이 주는 기쁨과 위로의 힘을 새삼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