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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인데 커피 한잔도 못 판다…환경규제 걸린 64억 쉼터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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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군 안내면 인포리 대청호변에 건립한 스마트복합쉼터.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옥천군 안내면 인포리 대청호변에 건립한 스마트복합쉼터. 프리랜서 김성태

대청호 상류 '운전자 쉼터' 골머리 

충북 옥천군이 대청호 상류에 만든 운전자 쉼터 운영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대청호가 훤히 보이는 장소에 수십억 원을 들여 쉼터를 짓고도, 환경규제 탓에 커피 한잔 팔 수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유원지 구역인 강 건너 장계관광지에서 커피숍이 운영되는 모습과 대조된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부터 도로 이용자 편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3년간 옥천군 등 전국 18곳에 ‘스마트 복합쉼터’를 짓고 있다. 경관이 좋은 국도변에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기능을 하는 건물을 만들고 주차장과 화장실, 지역특산품 판매장 등을 갖췄다.

국토부는 쉼터 한 곳당 토목건설 등 기반조성 예산 20억원을 지원한다. 지자체 여건에 따라 20억~40억원가량 추가 비용을 들여 건립한다. 지난해 경남 하동, 전북 부안, 강원 인제에 잇따라 복합쉼터가 문을 열었다. 옥천군은 국비 20억원 등 64억여 원을 들여 안내면 인포리 국도 37호선에 대청호반 스마트복합쉼터를 지었다.

충북 옥천군 안내면 인포리 대청호변에 건립한 스마트복합쉼터.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옥천군 안내면 인포리 대청호변에 건립한 스마트복합쉼터. 프리랜서 김성태

수변구역 등 3중 규제…커피숍 불가 

옥천 복합쉼터는 장계교와 37번 국도 사이 수변 부지에 만들었다. 지상 2층짜리 건물(연면적 499.76㎡)로 1층은 농산물판매장, 2층은 운전자를 위한 판매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달 준공식을 하고, 운영자 선정과 내부 판매시설 공사 등을 거쳐 내년 6~7월 개장한다.

준공을 앞둔 복합쉼터에 가보니 대청호가 한눈에 들어왔다. 원래 낮았던 부지에 성토 이후 옹벽을 쌓아 장계교 일대 건물 중 가장 높은 곳에 있었다. 주차장은 30여 면 정도다. 보은~옥천 구간 37번 국도 통행량이 많지 않은 걸 고려하면 비교적 넉넉해 보였다.

1층은 농산물판매장과 창고, 제품 선별 공간이 마련됐다. 2층은 소매점·화장실·수유실 등을 갖췄다. 복합쉼터가 들어선 곳은 상수원 보호를 위해 지정한 수변구역이라 오염물질 배출 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 게다가 대청호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1권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 3중 환경규제를 받는 땅이다. 이 때문에 음식점과 카페 등 1종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

충북 옥천군 안내면 인포리 대청호변에 건립한 스마트복합쉼터.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옥천군 안내면 인포리 대청호변에 건립한 스마트복합쉼터. 프리랜서 김성태

370m 떨어진 유원지엔 커피숍 운영 

복합쉼터에서 370m 떨어진 강 건너 장계관광지 입구에선 커피를 판다. 한 커피숍 주인은 “장계관광지는 유원지 구역이라 커피숍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옥천군 관계자는 “사업 구상 단계에서 쉼터 일대 규제가 완화할 것으로 예상해, 2층에 커피숍을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최근 발표한 규제완화 지역에서 복합쉼터 부지가 빠지는 바람에 커피숍 운영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충북도는 지난 7월 환경부가 옥천군 6개 읍·면 7만1026㎡ 금강수계 수변구역 일부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에 복합쉼터 부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옥천군은 커피숍 대신 편의점 입점과 자판기 커피 판매를 구상 중이다. 곽상일 옥천군 농업정책과 주무관은 “로스팅(생두를 볶아 원두로 만드는 작업) 기계로 내린 커피를 파는 게 금지돼 있기 때문에 분말 가루에 물을 섞는 방식의 커피 자판기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며 “복합쉼터 건립 초부터 2층 소매점보다는 1층 농산물판매장 운영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충북 옥천군 안내면 인포리 대청호변에 건립한 스마트복합쉼터.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옥천군 안내면 인포리 대청호변에 건립한 스마트복합쉼터. 프리랜서 김성태

옥천군 “커피 자판기 설치, 편의점 운영” 

옥천군은 올해 안에 쉼터 운영을 맡을 비영리 농업단체나 영농조합·농축협·산림조합 등을 모집할 예정이다. 운영자가 정해지면 구체적인 업종 등을 협의할 방침이다. 김대곤 국토부 도로관리과 사무관은 “복합쉼터는 운전자 편의를 위한 졸음쉼터에 지역 홍보와 특산물 판매장을 결합한 시설이라 고속도로 휴게소와 개념이 다르다”며 “입점 가능한 업종은 지자체 상황에 맞게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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