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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특수' 줌, 변하지 않으면 죽을 위기…사무실 예약도 된다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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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원격근무 흐름을 타고 성장한 줌(ZOOM)이 ‘변하지 않으면 죽을’ 위기에 처했다. 직원들에게 사무실 출근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늘자 줌도 오프라인 출근자를 위한 플랫폼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무슨 일이야

줌 닥스. 사진 줌

줌 닥스. 사진 줌

줌은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연례 컨퍼런스 ‘줌토피아(Zoomtopia) 2023’을 열고 새로 추가될 기능을 발표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화상회의와 문서 작업 등을 고도화하는 게 핵심. 일단 내년부터 ‘줌 닥스’(Docs) 기능이 추가된다. 줌의 화상회의 아이콘 옆에 문서 버튼을 눌러 워크스페이스를 구성하면, 업무용 문서를 만들고,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할 수 있다. 화상회의 중간에 자연스럽게 워크스페이스를 불러올 수 있는 게 장점. 사용자 환경ㆍ경험(UIㆍUX)은 협업 소프트웨어 ‘노션’과 유사하다. 지난달부터는 유료 계정 사용자를 대상으로 AI 비서인 ‘줌 AI 컴패니언’ 기능도 도입됐다. 이용자가 참석하지 못한 회의 내용을 AI가 빠르게 요약해주고, 회의 도중엔 맥락에 맞는 답변도 작성해준다.

하이브리드 업무를 위한 기능도 추가될 예정. 내년부터 제공되는 ‘웨이 파인딩’(Wayfinding) 기능은 오프라인 사무실로의 출근을 도와준다. 줌에서 미리 업무 공간·자리를 예약할 수 있고, 거기까지 가는 지도를 보여준다. 협업하는 동료가 가상 공간에 있는지 아니면 실제 사무실에 있는지를 확인할 수도 있다.

 경영진이 비즈니스 업데이트 사항들을 직원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솔루션 워크비보. 사진 줌

경영진이 비즈니스 업데이트 사항들을 직원들과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솔루션 워크비보. 사진 줌

왜 중요해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가운데, WFH(Work From Home, 재택근무) 플랫폼으로 인기를 끈 줌의 핵심 정체성도 바뀌고 있다. 줌은 지난 8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본사에서 80km 이내에 거주하는 직원들에게 일주일에 최소 이틀은 출근하라며 ‘사무실 복귀’(Return to Office, RTO) 대열에 합류했다. 원격근무 전문가인 닉 블룸 스탠퍼드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줌은 계속 빈 사무실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었다”며 “(줌이 사무실 복귀)를 공식 발표하는 데 그렇게 오래 걸렸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를 사무실의 미래라고 주장하던 줌이 오프라인 근무 생산성을 고민한 데는 매출 감소세 영향이 크다. 줌의 고객이던 기업들이 RTO를 택하자 줌도 타격을 입었다. 줌의 지난 2분기 기업 대상(B2B)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6억595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소비자 등을 대상으로 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줄어든 4억7920만 달러였다. 켈리 스테켈버그 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일부 고객이 인력을 감축(원격 근무 감소)하면서 줌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스미타 하심 줌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이번 줌토피아에서 “하이브리드 업무는 진화해 왔고, 줌의 협업 플랫폼도 이에 발맞춰 진화하고 있다”며“오늘 발표는 (줌의 변화에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무실 복귀로 몸살 앓는 빅테크

지난해부터 주 2~3회 사무실 출근제로 바꾼 빅테크들은 직원들 반발에 몸살을 앓고 있다. 메타는 지난달 5일(현지시간)부터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주 3회 이상 출근제’를 시작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1년 6월 전 직원 재택근무를 시행한 지 2년 3개월 만이다. 마지막까지 재택근무를 유지하던 메타도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기조를 바꾼 것.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출근해서 일해본 엔지니어가 재택근무로 일을 시작한 엔지니어들보다 평균 성과가 좋았다”며 출근자둘의 생산성을 치켜 세우기도 했다.

아마존도 지난 5월 주 3회 출근제로 변경했지만 직원들의 반발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아마존 직원 1000명이 지난 5월 “주 3일 출근은 경직되고 획일적인 명령”이라며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석달 뒤 앤디 제시 CEO는 해고 가능성을 언급하며, 직원들의 근태를 지적했다. 구글도 지난해 4월부터 시행한 주 3일 출근이 지켜지지 않자 6월부터는 인사 고과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지하며, 출근제로 복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은 어때

국내서도 플랫폼 기업 상당수가 근무지 자율선택제나 재택근무제를 축소하고 있다. 실적 악화로 인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기업들도 있어, 미국 빅테크에서와 같은 거센 반발은 덜한 편이다. 전면 재택근무를 실시했던 야놀자는 지난 4월부터 주 2회 출근을, 6월부터는 하루 늘린 주 3회 출근제를 시작했다.

카카오는 3월부터 사무실 출근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시 원격 근무를 허가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원격·재택 근무 간 적정선을 찾는 과정에서 카카오는 1년 사이 근무제를 4번이나 바꾸기도 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7월 이후 ‘커넥티드 워크’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직원들이 출근이나 재택 근무의 비중을 정할 수 있는 제도다. 재택 근무를 기반으로 하는 '타입 R'(Remote-based Work)과 주 3일 이상 사무로 출근하는 '타입 O'(Office-based Work)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타입 R과 O의 비율은 1년 넘게 각각 55%와 45%로 유지되는 중. 다만 지난 5월부터 팀 대면 모임을 기존 월 1회에서 2회로 권고하고, 신규 입사자의 대면 출근을 강화하고 있다.

전면 재택근무를 하던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도 내년부터 주 1~2회 같은 날 사무실로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로 바꿀 예정이다. 올해 1월 전면 재택 및 해외 근무(최대 30일) 자율선택제를 도입해 운영 했지만 1년 만에 사무실 출근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