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짜 세금계산서 발급 후 폐업…폭탄업체 3497억 탈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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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에 인력을 공급하는 A사는 또 다른 인력공급업체 B사에 용역 비용 수십억원을 지불했다. A사는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비용을 처리하고, 세액공제를 받았다. B사는 법인세‧부가가치세 등을 내지 않다가 폐업해 과세를 피했다. 하지만 이는 서류상의 거래일 뿐, 실제 거래는 없었다.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B사는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페이퍼컴퍼니였다. A사는 용역 비용 명목으로 B사에 지불한 돈을 직원 차명계좌로 돌려받기도 했다.

폭탄업체, 세금계산서만 발행하다 폐업 

탈세를 위해 세금계산서를 거짓으로 발급받는 수법으로 과세를 회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3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런 수법으로 법인세 등을 회피하는 사례가 최근 급증했다. 가짜세금계산서 관련 세무조사로 부과한 세액은 지난해 3497억원으로 최근 10년 내 가장 많았다. 전년(2338억원)과 비교하면 49.6% 증가한 수치로, 5년 전인 2017년(1582억원)의 2.2배다. 조사 건수도 증가 추세다. 관련 세무조사는 2017년 893건에서 지난해 920건으로 39건(3%) 늘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특정 고액 부과 건에 따라 세무조사 부과세액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엔 이른바 '폭탄업체'가 이용됐다. 폭탄업체는 용역이나 물건을 제공하지 않고, 거래가 있는 것처럼 꾸며 세금계산서만 발행하는 곳이다. 폭탄업체에서 세금계산서를 구매한 사업자는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지출을 비용으로 처리해 영업이익을 축소 신고한다. 법인세 감면과 부가가치세 공제까지 챙기기 위해서다. 세금계산서 발행 업체도 과세 대상이지만,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다 폐업해 추징을 회피한다. 체납세액을 쌓다가 터지듯 폐업해 폭탄업체로 불린다.

전체 법인 체납세액은 감소세

이는 전체 법인사업자 세무조사 실적이 감소하는 추세와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2013년 6조6128억원이었던 법인사업자 세무조사 부과세액은 지난해 3조5648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조사 건수도 이 기간 5128건에서 3963건으로 감소했다. 전반적인 탈세 건수가 줄고 있는데, 세금계산서 허위 발급을 이용한 탈루는 유독 증가세라는 의미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국세청은 기존에 도·소매 업종에서 행해지던 가짜세금계산서 발행이 용역 부분으로 진화하면서 관련 탈세가 늘었다고 본다. 국세청 관계자는 “가짜세금계산서를 이용한 탈세 수요는 꾸준하고, 여행·인력공급 업체 등이 용역을 받은 것처럼 꾸미는 방식으로 발전했다”며 “국세청도 이에 대응해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영교 의원은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건 성실하게 납세하는 대다수의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로 중대한 범죄”라며 “폭탄업체가 과세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신종 수법으로 최근 유행했고, 이에 따라 적발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가짜세금계산서 발급을 미끼로 각종 사기 범죄에 악용할 여지도 있는 만큼 세무당국의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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