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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이라 말릭의 마켓 나우

연준의 통화정책과 채권 만기 전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사이라 말릭 누빈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

사이라 말릭 누빈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인플레이션과 긴 싸움을 끝내려는 걸까.

1984년 판타지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가 개봉했다. 영화 속 젊은 전사가 판타지아 땅을 파괴하겠다는 악한 괴물 나씽(Nothing)에 맞서 싸운다. 이 영화 제목과 줄거리는 미국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과 위원들이 인플레이션이라는 적군을 물리치려고 끊임없이 싸우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아무것도 아닌 것(nothing)’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정책은 경기침체라는 부작용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 경제라는 현실과 부딪치면 불행한 결말로 끝날 수 있다.

마켓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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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초부터 투자자들은 다가올 최악의 경기침체에 대비하려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왔다. 하지만, 아직 심각한 경기침체가 최악으로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사실 최근 디플레이션 추세와 부채 부담 증가 등 소비 여력이 약화할 조짐이 나타나자 시장은 연착륙 시나리오에 기대를 걸고 있다. 8월 고용 데이터에 따르면 노동력 참여율 증가에 따른 고용 둔화, 구인 감소, 실업률 상승이 나타났다. 이러한 각종 요인을 종합해 보면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란 예상을 해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중단되든 한 차례 더 인상되든, 이야기는 복잡하게 전개될 것인데, 예상되는 기본 시나리오는 이렇다. 연준은 이번 경기 사이클에서 11월 한 차례 더 금리를 0.25%p 인상하고, 이렇게 금리가 인상된 상태를 내년 말까지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중에는 연착륙 혹은 완만한 경기침체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나리오는 ▶유가가 계속 상승하고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반등해 이를 경계하는 연준이 중기적으로 한 차례 이상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더 큰 힘을 받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 완화와 연준 정책에 대한 이 같은 전망을 고려하면, 이번 금리 인상 주기에서 수익률은 이미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연준의 마지막 금리 인상이 있기 몇 달 전에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정점에 다다른다. 이번 경우는 늦어도 11월 이전에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에서 투자자들은 만기가 가까운 과세 대상 채권의 비중축소(underweight)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신 투자등급 회사채를 늘리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투자등급 회사채는 일반적인 채권보다 상대적으로 만기가 길고, 현재 수익률은 6%에 육박한다. 게다가 디폴트율도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회사채보다 만기가 짧더라도 선순위 대출, 신흥시장 채권 및 우선주와 같은 다른 크레딧 부문에서 선별적으로 위험을 취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사이라 말릭 누빈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