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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 동영상만 2800개…조폭·저격 유튜브 판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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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유튜버 엄모(29)씨가 지난 6월 안양역 인근에서 조직폭력배와 충돌한 모습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했다. [엄모씨 유튜브 캡처]

유튜버 엄모(29)씨가 지난 6월 안양역 인근에서 조직폭력배와 충돌한 모습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했다. [엄모씨 유튜브 캡처]

“쳐봐. 이 XXX야.” 지난달 8일 유튜브 채널 ‘신단장tv’에 ‘수원 남문파 조직원과 몸의 대화’라는 영상이 올라왔다. 셀카봉을 든 40대 유튜버 A씨가 조직폭력배로 보이는 이들에게 욕설했고, 다툼은 몸싸움으로 번졌다. A씨는 지난 8월부터 조직폭력배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고 도발하는 콘텐트를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그로부터 18일 후인 지난달 26일, A씨는 경기 안산의 한 식당에서 너클을 착용한 20대 남성 3명에게 피습당해 코뼈가 골절됐다. 가해자들은 지난달 30일 경남 거창의 숙박업소에서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A씨가 방송에서 거주 지역(안양)을 비하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극적인 조폭 콘텐트를 만들다 발생한 촌극”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등에는 조폭 관련 콘텐트가 범람한다. 해시태그 ‘#건달’을 검색하면 관련 동영상이 2800개 넘게 노출된다. 전직 조폭이 운영하는 채널도 있다. 부산 폭력조직 ‘20세기파’에서 활동했던 위모(36)씨가 대표적이다. 위씨는 지난 1월 ‘이제 주먹은 쓰지 않겠습니다’라는 영상을 올렸지만, 며칠 뒤 특수상해·특수재물손괴죄로 징역 2년 10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경찰도 온라인 조폭 콘텐트가 범람하는 흐름을 예의주시한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일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활동 중인 조폭 유튜버는 11명(올 1월 기준)이다. 2019년 3명, 2020, 2021년 7명 등 증가세다. 조폭 콘텐트가 범람하는 건 금전적 보상 때문이다. A씨는 유튜브 영상에 후원계좌를 공개하고,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후원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 조폭 출신 유튜버와 친분이 있는 B씨는 “많게는 하루 500만원 후원금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위씨도 수감 직전까지 구독자를 11만 명이나 모았다.

대책으로는 주로 소셜미디어(SNS) 사업자의 책임 강화가 거론된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극적인 콘텐트를 찾는 대중과 조회 수 욕심을 내는 유튜버가 합작한 사회병리 현상”이라며 “공권력 불신과 겹쳐 사적 제재 콘텐트가 만연한데 결국 법치에 어긋나는 행동이고, 모방범죄를 저지를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유튜브나 라이브방송은 방송이 아닌 통신으로 분류가 돼 실효성 있는 제재가 어렵다”며 “독일처럼 SNS 사업자를 압박하는 입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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