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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고속도 무료의 역습…도공 빚 36조, 불붙는 요금 인상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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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설·추석 등 명절에 면제한 통행료 연간 감면액이 4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추석 연휴 기간(9월 28일~10월 1일) 하루 평균 고속도로 이용 차량이 587만 대로 지난해 추석 연휴(555만 대)보다 5.8%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감면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3일 한국도로공사(도공)에 따르면 명절 통행료 면제 등 연간 감면액이 지난해 4259억원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친환경차도 통행료 감면 요건에 해당하지만, 명절 면제 규모가 가장 크다. 코로나19 확산 전후인 2019~2021년 감면액(연 3462억~3974억원)보다 급증했다. 연간 통행료 수익(4조2027억원)의 10% 수준이다.

명절 통행료 면제는 해묵은 논란거리다.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시작됐다. 세계에서 한국·중국만 시행한다. 우선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다. 열차·버스 등 대중교통 승객은 제외하고 자가용 이용객에게만 혜택이 가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통행료를 걷어 운영하는 한국도로공사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유료도로법 15조 2항은 ‘통행료 감면으로 발생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가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정부는 감면액을 보전하지 않고 있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공기업이 지는 꼴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도공은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함진규 도공 사장은 올해 들어 수차례 “내년엔 통행료를 현실화하겠다”고 강조했다. 2015년 4.7% 인상한 뒤 8년 동안 통행료를 동결했다는 이유에서다. 도공 관계자는 “2016년 이후 매년 하락한 통행료 원가보상률(총수입/총괄원가)이 지난해 81.7%로 떨어졌다”며 “고속도로를 짓고 유지·보수하는 데 드는 돈의 20%를 통행료로 돌려받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도공의 부채 규모는 2018년 28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35조8000억원으로 불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80.8%→84.3%로 증가했다. 도공에 따르면 2027년 부채 규모는 49조9000억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공기업이 진 빚은 결국 국민 부담이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명절 통행료 면제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이라며 “명절 통행료 면제를 폐지하고 통행료를 현실화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통행료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더라도 필수재에 가까워 준(俊)공공요금 성격이 있다.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전기요금 인상을 머뭇거리는 이유와 비슷하다. 물가 부담을 우려하는 정부가 통행료 인상을 추진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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