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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 신화’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 타계

중앙일보

입력

'박카스의 아버지'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 별세. 사진 동아쏘시오그룹

'박카스의 아버지'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 별세. 사진 동아쏘시오그룹

‘박카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이 3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6세.

강 명예회장은 1927년 경북 상주에서 고(故) 강중희 동아쏘시오그룹 창업주의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뒤 1959년부터 동아제약에서 근무했다. 강중희 창업주가 1932년 서울 중학동에 세운 ‘강중희상점’을 모태로 한 동아제약은 강 명예회장이 이끌면서 제약 업계 1위로 부상했다. 고인은 2016년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때까지 60여 년 동안 우수 의약품을 개발·보급하는 데 힘써 왔다고 평가받는다.

‘생명보다 더 큰 가치는 없다’…사회공헌 앞장
‘생명보다 더 큰 가치는 없다’는 철학을 가진 고인은 한국 제약 산업의 산증인이자, 제약 업계의 큰어른으로 불렸다. 1975년 동아제약 대표, 1981년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가장 큰 사회공헌은 신약 개발”이라는 신념을 실천했다. 1977년 제약 업계 최초의 기업부설연구소 발족, 1980년 업계 최초로 전문연수원 건립 등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앞장 섰다.

사진 동아제약

사진 동아제약

강 명예회장은 올해로 발매 60주년을 맞은 ‘박카스 성공 신화’를 만든 주역이다. 박카스는 1960년대 국민 영양 상태가 좋지 않고, 술과 과로에 시달리던 시기에 피로 회복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량이 226억 병으로, 일렬로 세우면 지구 68바퀴를 돌 수 있는 수준이다. 또 슈퍼 항생제 ‘시벡스트로’, 당뇨치료제 ‘슈가논’ 등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신약을 개발하기도 했다.

‘박카스’ ‘자이데나’ 작명의 대가
고인은 특히 ‘작명의 달인’으로도 유명했다. 박카스라는 이름은 독일 유학을 다녀온 강 명예회장이 함부르크 시청 지하홀에서 본 술과 추수의 신 ‘바커스’(Bacchus) 석고상을 떠올리면서 지었다고 한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 4번째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는 ‘자 이제 되나, 잘 되나’라는 뜻을 떠올리는 직관적 네이밍으로 잘 알려져 있다. 탄산음료인 ‘나랑드’도 그의 손을 거쳐 ‘나랑 둘이서 마신다’는 친근감을 표현했다. 1994년 기업 이름을 바꿀 때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사회’라는 의미가 담긴 ‘쏘시오’(SOCIO)를 포함시켰다.

대외 활동도 왕성했다. 그는 1987년 한국제약협회장, 1992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 2004년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장 등을 지냈다. 사회공헌에도 힘썼다. 고인이 전경련 회장을 맡았을 때 회원사들이 경상이익의 1%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는 ‘전경련 1% 클럽’을 발족시킨 바 있다. 국민 건강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은탑산업훈장(1984년), 국민훈장 모란장(1994년), 국가과학기술 창조장(2002년) 등을 받았다. 한경협은 이날 류진 회장 명의 성명을 내고 “늘 청년같이 뜨거웠던 고인의 기업가정신은 우리 경제계의 소중한 유산”이라며 “숭고한 뜻을 받들어 이어가겠다”고 했다.

유족으로는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과 문석·우석·인경·영록·윤경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은 5일 오전 6시 30분, 장지는 경북 상주시 이안면 대현리 선산이다. 장례는 동아쏘시오그룹 그룹장으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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