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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리려다 교통사고로 죽는다…"사이렌 울리면 멈춰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추석 연휴 시작 사흘 전인 지난달 25일 오전 11시 28분쯤, 부산 남구 대연사거리에서 119구급차와 택시가 충돌해 3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교통사고 현장 구급 활동을 위해 출동하던 구급차가 못골역 방향으로 좌회전을 시도하다 좌측 편에서 직진하던 택시와 부딪혔다. 이 사고로 택시 운전자와 뒤에 타고 있던 승객 2명이 경상을 입었다.

지난 8월 21일 오후 10시52분쯤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한 교차로에서 119구급차량과 승용차가 충돌해 1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진은 사고 후 구급차량 모습. 천안서북경찰서 제공

지난 8월 21일 오후 10시52분쯤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한 교차로에서 119구급차량과 승용차가 충돌해 1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진은 사고 후 구급차량 모습. 천안서북경찰서 제공

8월에는 구급차 교통사고로 사람이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8월 21일 오후 10시 52분쯤 천안 불당동의 한 교차로에서 일어난 일이다. 신호를 지키지 않은채 환자를 싣고 가던 구급차를 BMW 차량이 교차로에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구급차에 타고 있던 환자의 보호자 A씨(73·여)가 숨졌다. 환자를 돌보던 구급대원 1명이 다리가 골절되는 등 6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소방·구급차 관련 교통사고가 줄지 않고 있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방 차량 교통사고는 2020년 151건, 2021년 230건, 지난해 231건 등을 기록했다. 3년간 일어난 612건의 소방 차량 교통사고 가운데, 구급 출동·이송 중이던 소방 차량이 330건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사고 사유는 ‘전방주시 태만’이 221건(36%)으로 가장 많았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공무원인 운전자가 교통사고 관련 형사처분이나 벌금을 받은 전력은 없다. 소방·구급차의 경우 도로교통법상 ‘긴급자동차에 대한 특례’ 조항에 따라 속도제한·신호위반 등에 대해 면책 또는 형 감경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교차로의 경우, 일반 차량 운전자는 소방차가 접근할 때 교차로를 피해 반드시 일시정지해야 한다는 규정(도로교통법 제29조 4항)도 있다. 화재나 인명 구조 같은 긴급성을 고려해 소방차의 우선 통행권을 인정하고, 일반 차량의 배려와 양보를 의무화해놓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반 차량 운전자의 전반적인 배려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소방차 같은 경우 차가 크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일반 승용차보다 1.5배 정도 더 넓게 존재한다”며 “소방차를 잘 볼 수 있는 일반 운전자의 양보가 필요하고 법적 의무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사이렌을 울리고 출동하는 소방차나 구급차가 있다면 잠시 멈추거나 길을 터주고, 특히 교차로 진입 시에 좌우를 살피는 등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와 동참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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