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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독립' 논쟁 재점화…마잉주 前총통 쌍십절 행사 참석 거부

중앙일보

입력

2023년 중화민국 국경절 홈페이지 메인 화면. 영문 명칭을 Republic of China National Day가 아닌 Taiwan National Day로 표기하면서 대만독립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2023년 중화민국 국경절 홈페이지 메인 화면. 영문 명칭을 Republic of China National Day가 아닌 Taiwan National Day로 표기하면서 대만독립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이 오는 10일 열리는 '쌍십절(雙十節, 신해혁명을 기념하는 중화민국 국경절)' 공식 행사에 불참을 선언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정부가 쌍십절의 영문명칭을 ‘Taiwan National Day’, 즉 ‘대만 국경일’로 바꿨다며, 이 행사에 참석한다면 ‘대만 독립노선’을 지지하는 게 된다고 불참 이유로 내세웠다. 그의 불참 선언으로 총통 선거를 100여일 앞둔 대만에서 독립 논쟁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마 전 총통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40년 동안 공직을 맡거나 민간에서 일하건 매년 행사에 참석한 것은 헌법에 따른 평화와 안정을 온 마음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재작년부터 차이잉원 정부가 쌍십절일의 영문명을 ‘Taiwan National Day’로 바꿨으니 중국어로 ‘대만국경일’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영락없는 대만 독립노선을 의미하며, 차이 총통이 2016년과 2020년 취임식 때 선서한 헌법준수 약속을 위반한 것이자 대만해협 안전에 위해를 끼친 매우 무책임한 수법이라고 마 전 총통은 주장했다.

지난 2015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시진핑-마잉주 국공회담. 마잉주 페이스북 캡처

지난 2015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시진핑-마잉주 국공회담. 마잉주 페이스북 캡처

마 전 총통은 “국경일 행사는 ‘중화민국 국경일(Republic of China National Day)’이 맞다”며 “내년 1월 총통 선거에서 중화민국 헌법을 위반하고 대만 인민의 안전을 무시한 정부를 몰아내자”고 주장했다. 총통선거에서 민진당 후보를 찍지 말자는 일종의 낙선 운동을 제기한 셈이다.

그의 불참 선언에 총통부는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린위찬(林聿禪) 총통부 대변인은 2일 “행사 이름은 지난해와 바뀌지 않았고 마잉주는 과거에 참석했다. 올해 입장을 바꾼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야당은 중화민국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차이 총통 8년간 국경절 행사에 헬기에 매단 중화민국 국기는 해마다 더욱 크게 펄럭였다”고 강조했다.

국경절 행사 준비위원인 유시쿤(游錫堃) 입법원장은 마 전 총통을 행사에 초대했지만,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인 국민당 소속의 장완안(蔣萬安) 타이베이 시장은 시 정부 차원에서 경축 활동을 주최한다며 마 전 총통의 참석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중도 성향 대만 매체인 연합보의 여론조사 결과 대만 유권자 중 15%가 양안 관계를 긴장시키는 요인으로 '대만 독립’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독립 성향의 민진당 집권(13%), 통일을 포기하지 않는 중국(9%), 중국의 군사적 위협(9%) 순으로 나왔다. 대만 유권자는 양안 긴장의 원인을 중국보다 대만에서 찾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차이잉원 정부의 양안 관계 처리에 대해 49%가 불만을 표시했고 만족한다는 답변은 38%에 불과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민진당 측은 양안 긴장이 최대 변수는 대만독립이 아닌 중국의 무력통일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군부는 대만에 대한 무력 압박을 이어갔다. 지난 1일 국경절을 맞은 중국의 동부 전구는 “해협 양안은 뿌리와 원류가 같고, 같은 글을 쓰는 동족”이라며 “물보다 진한 피를 가진 동포는 반드시 집으로 돌아오라”는 내용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로이터 통신은 대만을 관할하는 동부 전구의 동영상이 대만을 무력통일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메시지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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