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 한번 찍자는 것"vs"기네스감 거절"…여야 영수회담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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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 이해식 사무부총장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관련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 이해식 사무부총장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관련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제안한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여야가 나흘째 공방을 벌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일 서울 강서구에서 주민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회 운영과 관련해 ‘여야 대표가 만나 대화하자’고 제가 수차례 제안했는데 묵묵부답인 사람이 이제는 엉뚱한 말을 한다”며 “이 대표가 여야 대표 회담으로 빨리 복귀하는 게 정상적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 대표가 단식 중이던 지난달 16일 여야 대표 회담을 제안했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지금은 뜬금없는 영수회담을 제안할 시간이 아니라 재판당사자로서 재판에 충실히 임할 시간”이라고 했다. 허은아 의원도 CBS라디오에서 “영수회담 제안은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셀카 한번 찍자’는 정도의 제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은 민주당이 여당 시절, 야당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제안한 영수회담 요청을 거절한 사례를 들기도 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2019년 5월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현 원내대표)은 영수회담을 ‘과거 제왕적 대통령제 시절에 대통령이 여당을 좌지우지할 때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지 않았나”며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은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민주당식 내로남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모아타운 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모아타운 추진위원회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모아타운 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모아타운 추진위원회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반면, 야권은 “민생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영수회담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폭언을 쏟아낸 데 이어 ‘이제는 재판이나 충실히 임하라’는 막말을 했다. 야당 대표가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이 이렇게 모욕받을 일인가”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여당의 역할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고통받는 국민을 구하자’는 이 대표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도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은 (지난해 8월 대표 취임 후 지금까지) 7~8차례인데 이렇게 여러 번 거절당하는 건 기네스 기록감일 것”이라며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가진 야당이어서 협조가 필요할 텐데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영수회담을 놓고 이렇게 충돌하는 것은 지난달 27일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이후 정국 운영의 주도권 싸움 성격이 짙다.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을 당시는 여권이 공세를 펴고 야권이 방어하는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영장 기각 후부터는 영수회담 제의 카드로 야권이 반격하고 여권이 선을 긋는 모습이다. 여권 관계자는 “영장이 기각됐지만, 이 대표가 피의자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재판 영향을 고려할 때 대통령이 그를 만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만약 회담을 하더라도 국정운영에 책임을 진 대통령에게 막무가내 공세를 펼 것이어서 실익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야권은 당분간 영수회담 이슈를 밀어붙일 태세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5일)에 이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6일)이 남아있어 정부·여당을 압박할 수 있는 시기라고 봐서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를 앞두고 “민생을 위한 영수회담을 대통령이 거절했다”는 구호도 내세울 수도 있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의는 성사 여부와는 별개로 강성 지지층의 호응을 유도하는 등 정치적 목적이 강하다”고 했다.

다만 역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왜 자꾸 윤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는 영수회담을 요청하는 건가’라며 의아해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며 “이 대표가 영수회담으로 간을 볼 것이 아니라 당 통합부터 먼저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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