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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주 아닌 폭탄커피 어때? 하루 새 542만잔 팔린 '빼갈 라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6일 출시한 중국술 마오타이와 미국 초콜릿 브랜드 도브의 협업 제품. 타오바오 캡처

지난달 16일 출시한 중국술 마오타이와 미국 초콜릿 브랜드 도브의 협업 제품. 타오바오 캡처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중국에서 업종이 전혀 다른 기업이 손잡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이종교배’가 새 트랜드로 부상하고 있다. 포화된 기존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젊은 소비층을 발굴하고 비용을 절약해 혹독한 내수 빙하기를 견디는 새로운 트랜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4일 최고급 중국 술 브랜드인 마오타이(茅台)는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는 루이싱(瑞幸) 커피와 손잡고 빼갈(중국 술) 원액을 넣은 ‘장향(醬香)라테’를 출시해 큰 화제를 모았다. 시장도 환영했다. 출시 하루 만에 542만 잔, 매출 1억 위안(183억원)을 기록했다.

16일에는 마오타이가 미국 초콜릿 브랜드 도브와 손잡고 ‘마오타이 초콜릿’을 출시했다. 마오타이 술이 들어간 초콜릿 두 조각 가격 35위안(6400원)에 고가 논란도 제기됐지만, 시장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마오타이 아이스크림도 이미 중국 마트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이날 딩슝쥔(丁雄軍) 마오타이 이사장 겸 당 서기는 “기본적인 ‘플러스 마오타이’ 생태계 구축을 마쳤다”면서 “마오타이는 영원히 젊다. 기업 생명력을 키우기 위해 Z세대를 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층에 낯선 고가의 마오타이를 젊은이가 좋아하는 제품과 믹스업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웨이보 캡처

마오타이 아이스크림. 웨이보 캡처

마오타이 라테 원가, 일반 커피 2배

빼갈 커피의 등장에 셈에 밝은 중국인들은 곧장 원가 계산에 들어갔다. 루이싱 본사가 출시 직후 장향라테 한 잔의 알코올 도수가 0.2~0.3도라고 밝힌 데 착안해 잔당 원액 1.8~2.7㎖가 사용될 것으로 추정했다. 500㎖ 소매가가 3000위안(약 55만원)이므로 잔 당 2㎖, 즉 12위안 2200원이 원액 원가다.

공장도 출고가로 계산하면 원가는 8~9위안(1463~1646원)으로 떨어진다. 그래도 일반 커피의 원가 3.5~4위안(640~732원)보다 월등히 비싸다. 루이싱은 장향라테를 정가 38위안(6960원)의 50%인 19위안(3480원)에 판매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 매체 펑파이는 각종 부대 효과를 고려할 때 장향라테의 이윤 공간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4일 중국에 처음 출시한 마오타이가 들어간 커피인 장향라테. 원액 수급이 정상화되면서 출시 초기 매진 사태가 해결되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신경진 특파원

지난달 4일 중국에 처음 출시한 마오타이가 들어간 커피인 장향라테. 원액 수급이 정상화되면서 출시 초기 매진 사태가 해결되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신경진 특파원

탕후루 샌드위치도 나올까

“하이톈(海天, 중국의 유명 간장 브랜드) 라테를 마시며, 마오타이 아이스크림을 맛보고, 칭다오 맥주 케이크를 먹는 중국 신사가 베이징의 전통 비단 브랜드인 루이푸샹(瑞福祥) 야구모자 차림으로 푸젠(福建) 출신의 이탈리아 기업가와 전화로 얼음 탕후루(중국의 과일사탕)와 샌드위치를 믹스하는 비즈니스 협상을 한다.”

류싱량(劉興亮) DCCI인터넷연구원 원장은 최근 중국 경제주간지 차이신(財新) 기고에서 경계를 초월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중국 기업에 위의 장면은 더는 허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나긴 겨울밤에 서로 포옹하면 체온이 빠져나갈 면적이 반으로 줄듯이 1 더하기 1은 2보다 크다”며 “경제가 어렵고 경쟁이 격한 시장에서 경계를 허문 협력은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외부의 리스크를 함께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로스오버 경영이 기업 생존을 위한 ‘체온 나누기’ 책략이라는 이야기다.

화웨이와 스마트안경을 협업했던 젠틀몬스터처럼 한국 기업에게도 중국 기업과 크로스오버 경영이 대중 수출 부진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신선영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은 “최근 중국에서 유행하는, 이(異)업종 간 협업은 한국에서도 낯설지 않은 업종 간 콜라보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며 “한국 기업들도 중국 소비자에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해 중국 현지기업과의 혁신적 크로스오버 모델 발굴에 나설 때”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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