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채널 넓힌 국교교섭|북한-일「통신협정」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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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과 일본간에 최근 통신협정(직통전화 회선개설에 관한 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협정이 갖는 의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쌍방이 지난달 29일 체결한 협정은 3개항으로 매우 간단하다.
위성통신국제전화를 3회선가설하고 직통텔렉스도 10회선 설치하며 필요할 경우 국제TV전송서비스도 개시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기술적인 면에서 볼 때 큰 의미는 없다.
국제위성통신전화 3회선은 「3명이 동시국제통화를 할 수 있다」는 의미에 지나지 않으며 텔렉스도 마찬가지다.
TV전송서비스 개시는 서로 다른 TV송출방식을 택하고 있는 양측이 각각의 지역에서 상대방의 전학송출을 위해 협력한다는 의미다.
이번의 협정으로 쌍방간 통신편의가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일본북한간에는 단파를 이용한 직통회선 3회선이 이미 가설되어 있어 아쉬운 대로 쌍방간에는 「통신」이 유지돼왔다.
또 쌍방이 전파개방과 관련된 잠정합의도 하고 있지 않아 이번의 협정으로 일본-북한이 가까운 시일 내에 정보를 자유로이 교환하게 되는 물꼬가 트였다고 기대하는 것도 아직은 무리다.
오히려 이 같은 합의는 국교수립을 위한 교섭을 진행중인 북한과 일본이 구체적으로 이루어낸 최초의 실무성과라는 정치적 의미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북한의 통신정책과제는 국제정보화시대에 대비, 평양과 도청소재지, 도와 시·군간의 광섬유 케이블화, 전자교환방식 등 통신의 현대화 작업이다.
일본과 최근까지 위성통신사용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나라는 북한과 베트남이었다.
일본은 위성전파송수신시설을 갖춘 주권국가와는 원칙적으로 국제전화를 가설, 이용해왔다.
베트남은 이 같은 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아직도 위성을 통한 전화이용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는 이미 84년 이후 위성통신전파송수신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86년에는 국제위성통신기구의 기술실험에도 합격했고 프랑스와는 이미 위성을 이용한 국제전화를 사용하고 있어 시설이나 기술면에서의 문제는 없다.
따라서 일본상한간에 통신협정이 체결되지 못한 것은 정치적 이유 때문으로 해석돼왔었다.
89년7월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 때도 북-일간에 위성통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일본외무성은 『북한이 대가로 내놓는 것이 없다』는 정치적 이유로 거부했었다.
그러나 국교수립 교섭을 위한 단계에 와있는 지금은 북-일 국교 교섭을 통신면에서 지원해야할 일본측의 필요성이 통신협상을 서두르도록 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9월 가네마루(김구신)의 방북때 통신수단의 부족으로 협상진행에 애를 먹은 일본측이 앞으로 평양에서 본격적으로 벌어질 협상에 대비, 원활한 통신망확보를 위해 통신협정을 맺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도 있다.
한편 북한은 이번의 통신협정을 계기로 낙후된 체신분야를 일본기술을 통해 개발하려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
북한이 지난 5일 정무원 전자자동화공업위원장에 현 체신부장인 김창호를 임명하고 신임 체신부장에 김학섭을 임명한 것은 통신부문의 대일 기술협력 및 발전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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