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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빨' 첫달만 바빴다…점포 70% 폐업, 광주 푸드존 무슨 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4일 광주광역시 남구 ‘백운광장스트리트푸드존’. 낮 12시가 되자 상인들이 점포 문을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인들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일부 상인은 문을 열어 둔 채 한동안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이곳에 입점한 김모(40대)씨는 “추석 연휴을 앞두고 매출이 없어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지 못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26일 광주광역시 남구 ‘백운광장 스트리트 푸드존’의 한 점포에 운영자 모집 안내 글귀가 적혀 있다. 황희규 기자

26일 광주광역시 남구 ‘백운광장 스트리트 푸드존’의 한 점포에 운영자 모집 안내 글귀가 적혀 있다. 황희규 기자

1년만에 개점 휴업인 푸드존 
푸드존은 광주시 남구청 맞은편 300여m에 들어선 음식점 거리다. 지난해 8월 31일 인근 백운광장 백양로 일원 상권이 침체하자 도시재생 뉴딜사업 목적으로 추진했다. 광주 남구가 26억 4500만원을 들여 점포 36개와 관리소 등을 설치했다. 1~2평 남짓한 가건물이 산책로를 따라 자리 잡았다. 와플·만두·분식·족발·어묵 등 먹을거리와 악기 체험 등 문화예술 관련 점포가 있다. 입주 조건은 보증금 50만원에 월세 12만 5000원이다. 점포는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한다.

푸드존은 오픈 첫 달에만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고 한다. 이른바 ‘오픈빨 효과’로 한 달 매출을 최대 4000만원까지 올린 매장도 있었다. 하지만 점차 손님은 끊겼고, 현재는 빈 점포가 수두룩하다. 현재는 11개 점포만 운영되고 있다. 빈점포에는 빈 점포엔 '운영자 모집' 문구가 붙어 있었다. 외식업을 운영하는 30대 상인은 “일부 상인은 올여름 폭우로 침수 피해까지 봤다”고 말했다.

26일 광주광역시 남구 ‘백운광장 스트리트 푸드존’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왼쪽 도로에서는 지하철 공사로 분주하고 방음벽이 설치돼 있다. 황희규 기자

26일 광주광역시 남구 ‘백운광장 스트리트 푸드존’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왼쪽 도로에서는 지하철 공사로 분주하고 방음벽이 설치돼 있다. 황희규 기자

옆 도로에선 지하철 공사로 ‘시끌’ 
푸드존이 활성화하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인근 지하철 2호선 공사와 백운광장 보행다리 공사 등이 꼽힌다. 지하철 공사로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은 푸드존에 직접 영향을 줬다. 점포와 도로 사이 방음벽이 설치되긴 했지만, 공사장에서 나는 굉음과 복공판 위를 달리는 자동차 소음을 막긴 역부족이었다.

입점 상인들은 향후 2~3년간 지속할 공사와 저조한 매출로 울상이다. 한 상인은 "개장 시점을 공사 완공 이후로 정했어야 했다"며 "조성 뒤 사실상 애물단지가 됐다"고 했다. 이어 "기존 상인들이 음식점을 닫았다가 공사가 끝나는 시점에 재개점하게 해달라고 지자체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대로 가면 상인은 계속 이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주시 남구는 올해 12월부터 상권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구는 입점 요건을 완화해 입점자를 추가 모집하고 있다. 외식업은 프랜차이즈도 받고, 네일아트·애견용품 관련 업종도 허용했다.

또 오는 11월까지 매주 금·토요일에 버스킹 공연 등 이벤트를 꾸준히 마련하기로 했다. 남구 관계자는 “지하철 공사장도 올해 말부터 복공판을 걷어내는 등 공사가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여름 무더운 날씨도 영향을 준 만큼 내년 봄에는 다시 활성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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