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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파출소 짓는데 292억…펜트하우스 값 뺨치는 비용 왜

중앙일보

입력

292억9000만원, 141억8900만원, 125억2000만원, 116억440만원.
유명 연예인이 사는 펜트하우스 가격이 아니다. 2024년도 예산에 잡힌 압구정파출소, 연남파출소, 을지로3가파출소, 가락지구대 신축 비용이다. 30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이 배정된 압구정파출소는 역사상 가장 비싼 파출소로 기록됐다. 지상 3층으로 지어지는 압구정파출소는 연면적 442㎡(약 134평)에 불과하다.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이 제공한 ‘2024년도 서울청 신축사업 예산(정부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 관내 26개 파출소·지구대가 신축을 추진 중이다.

파출소 이전·신축에 드는 비용이 100억원을 훌쩍 넘는 것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서울 부동산 가격 때문이다. 압구정파출소 신축 예산 중 95.5%(280억원)가 토지보상비, 즉 땅값이다. 경찰은 40년된 현재 압구정파출소 부지가 강남구청 소유여서 파출소를 다른 위치로 이전 신축할 수밖에 없어 수백억원을 들게 됐다. 새 부지 주변 토지는 평(3.3㎡)당 2억~3억원 수준에서 거래된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연남파출소와 을지로3가파출소, 가락지구대 예산 중에도 각각 130억원, 117억3000만원, 100억원이 땅값이다. 부동산 시세 폭등이 덜한 서울 관내 파출소·지구대 이전 신축에는 통상 10~2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염창지구대 15억원(2020년), 길동지구대 23억원(2021년), 목1지구대 21억원(2024년 계획) 정도다.

경찰은 서울 관내 31개 경찰서 중 11곳의 재건축도 추진중이다. 1990년 완공된 송파경찰서 재건축에는 709억3300만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이중 공사비는 645억4500만원이다. 공사비는 시설 연면적과 정원을 기준으로 산출된다. 서울 관내 경찰서 중 소속 근무자가 가장 많은 1000여명 규모여서 공사 비용이 높게 책정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서대문서와 양천서 재건축 사업에는 각각 580억4300만원, 500억5600만원의 예산이 잡혔다. 이외에도 서초서, 방배서, 중부서, 용산서, 종로서, 혜화서, 구로서 신축에 각 400억원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건축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2~3년 전에 비해 공사비 자체가 많이 올랐다”며 “경찰서급 재건축 비용을 산출하면 과거에는 대부분 500억원 미만이었으나 최근엔 600억~700억원대가 드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존 청사 신축 공사를 앞두고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5층으로 이전한 구로경찰서. 사진 서울경찰청

지난해 말 기존 청사 신축 공사를 앞두고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5층으로 이전한 구로경찰서. 사진 서울경찰청

경찰서 재건축 동안 임시 청사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다. 적게는 수백여명부터 1000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근무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어야 하고 업무용도 허가도 가능한 공간이어야 하는데 임차료 부담이 만만찮다. 구로서는 신축 공사를 앞둔 지난해 말 인근 신도림 테크노마트 5층으로 이전했다. 월 3억원 정도의 임차료를 내고 있다. 오는 2025년 완공을 앞둔 방배서도 임시 청사 임차료로 매달 2억7000만원을 낸다.

경찰청에 따르면 청사 신축 등 시설관리에는 매년 3000억원 안팎으로 편성되는 국유재산관리기금을 활용한다. 한 해 평균 7곳의 경찰서가 신축 대상에 오른다. 신축 대상 선정 기준은 ▶건물 연식 30년 이상 ▶건물 안전 등급 D등급 이하 ▶인원대비 협소도 60% 이상 등이다.

정우택 의원은 “노후화 된 경찰서, 파출소 벽 곳곳에 금이 가고, 협소한 업무 공간에 취약한 냉난방, 화장실 이용 문제 등으로 경찰관 업무수행에 어려움이 있었고 일반 국민의 불편도 컸다”며 “신축, 리모델링 공사 등에 차질이 없도록 신속하게 진행 하되, 임시청사 입주과정에서 불필요한 예산낭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점검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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