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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 곡인데 랩이 없다…보이그룹에도 통한 '뉴진스 성공 공식'

중앙일보

입력

올 가을 SM·하이브 등 대형 기획사 출신의 신인 아이돌이 속속 데뷔하면서 K팝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이들은 갓 데뷔했지만, 신인답지 않은 성과를 내놓고 있다. 데뷔 앨범을 100만장 넘게 팔아치우는가 하면, 국내는 물론 해외 음원·음반 차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신비주의를 고수하며 궁금증을 유발하던 과거와 달리, 데뷔 전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온라인·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것 역시 이들의 큰 특징이다.

SM에서 NCT 이후 7년 만에 선보인 보이그룹 라이즈(RIIZE). [사진 SM엔터테인먼트]

SM에서 NCT 이후 7년 만에 선보인 보이그룹 라이즈(RIIZE).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지난 4일 데뷔한 7인조 라이즈(RIIZE)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NCT 이후 7년 만에 선보인 보이그룹이다. ‘함께 성장(Rise)하고 꿈을 실현(Realize)해 나아가는 팀’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가수 윤상의 아들 앤톤, NCT 출신 쇼타로와 성찬 등이 멤버로 포함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이에 데뷔 일주일여 전부터 데뷔 준비 과정을 담은 사진전 '라이즈 앤 리얼 라이즈(Rise & Realize)'이 열리기도 했다. 지난 10일 막을 내린 사진전은 앨범 제작 현장을 담은 사진 240점, 포토존 등으로 꾸며졌다.

라이즈는 본격 데뷔 후 빠른 속도로 성과를 내고 있다. 싱글 '겟 어 기타'(Get A Guitar)는 일주일 동안 100만장이 넘게 팔렸다. K팝 사상 이례적으로 데뷔 앨범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겟 어 기타’는 레트로한 신시사이저와 펑키한 기타 리듬이 인상적인 곡이다. 가사에는 기타 소리에 맞춰 한곳에 모인 멤버들이 음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하나의 팀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이들은 이 노래로 데뷔 한 달도 안 돼 국내 음악방송 1위 후보에 오르며, 11년 차 글로벌 스타인 BTS(방탄소년단)의 뷔와 순위를 겨루기도 했다.

하이브의 새 얼굴 6인조 보이넥스트도어의 기세도 무섭다. 지난 5월 싱글 '후!'(WHO!)로 데뷔한 이들은 지난 4일 미니 1집 ‘와이..’(WHY..)로 3개월 만에 컴백했다. 동시에 데뷔 112일 만에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빌보드에 따르면, ‘와이..’는 23일자 ‘빌보드 200’에 162위로 진입했다. 이별하는 순간 겪은 감정을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한 타이틀곡 '뭣 같아'는 보이넥스트도어에게 처음으로 국내 음악방송 1위를 안겨준 데 이어 여러 국가·지역에서 아이튠즈 ‘톱 앨범’, ‘톱 송’ 차트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보이넥스트도어가 지난 4일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가진 첫 번째 미니 앨범 '와이...(WHY...)' 쇼케이스에서 타이틀 곡 '뭣 같아'를 열창하고 있다. [사진 뉴스1]

보이넥스트도어가 지난 4일 서울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가진 첫 번째 미니 앨범 '와이...(WHY...)' 쇼케이스에서 타이틀 곡 '뭣 같아'를 열창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이들의 빠른 성과는 대형 기획사의 지원이 바탕이 됐지만, 기획 단계에서 변화의 흐름을 잘 탔다는 점도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는 “대형 기획사가 가진 인프라와 노하우는 남다를 수밖에 없기에 신인으로서 좋은 출발선에 섰다는 장점은 물론 있다”면서도 “다만, 이제는 과거만큼 회사의 명성에만 기대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했다.
“지난해 등장한 걸그룹 뉴진스가 K팝의 판도를 바꾼 것처럼 그간 어둡고 강한 콘셉트에 치중해 온 보이그룹에게도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과 같은 변화가 필요했는데, 요즘 나온 두 팀이 이러한 요구를 잘 충족하고 있다”고 인기 요인을 짚었다.

김도헌 평론가 역시 “요즘 신인 보이그룹에게선 심각하고 비장한 분위기보다는 명랑하고 청량한 모습이 도드라진다”고 했다. “라이즈의 노래는 친숙한 보컬이 중심이고, 보이넥스트도어의 곡도 지코가 프로듀싱했음에도 랩이 없다”면서 “대중적인 멜로디와 친근한 콘셉트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변화하는 보이그룹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국적 걸그룹 선보이는 JYP·YG    

데뷔를 앞둔 그룹도 있다. 이들은 기획사 주도로 제작된 서바이벌 콘텐트를 통해 멤버를 구성하는 등 기획 단계에서부터 대중의 눈도장을 찍었다.

글로벌 걸그룹 론칭 프로젝트를 통해 22일 데뷔를 확정 지은 6인조 걸그룹 'VCHA'(비춰).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글로벌 걸그룹 론칭 프로젝트를 통해 22일 데뷔를 확정 지은 6인조 걸그룹 'VCHA'(비춰).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2일 걸그룹 VCHA(비춰)의 데뷔를 확정 지었다. 미국인 4명, 캐나다인 1명, 한국·미국 이중국적자 1명으로 이루어진 다국적 걸그룹이다. JYP는 테일러 스위프트, 아리아나 그란데, 포스트 말론 등이 소속된 유니버설 뮤직 산하 레이블 리퍼블릭 레코드(Republic Records)와 손을 잡고 글로벌 걸그룹을 만드는 데 공을 들여왔다. 프로젝트 'A2K'(에이투케이)라는 이름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공식 유튜브에 에피소드를 올리며 멤버 선발 등 기획 과정을 공개한 바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이달 중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를 선보인다. 블랙핑크 이후 7년 만에 내놓는 걸그룹이다. 한국(아현·하람·로라), 태국(파리타·치키타), 일본(루카·아사) 등 다국적 멤버로 구성됐고, 지난 3월부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 멤버를 확정했다. 아직 정식 데뷔를 하지 않았음에도 베이비몬스터의 프리 데뷔곡 ‘드림’(DREAM)은 유튜브 5000만 뷰를 넘어서며 이미 팬덤이 상당수 유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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