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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호기심 인터뷰 | ‘120다산콜센터’, ‘장기전세주택’ 만든 임성은 서울기술연구원장

중앙일보

입력

“철근 빠진 ‘순살 아파트’ 감리만 제대로 해도 근절”

“일본처럼 실정법에 공무원 직무와 책임 명기하면 부실시공 막을 수 있어”
“우리 헌법 선진적… 개헌하지 않고도 시대 과제 얼마든지 해소 가능”

임성은 서울기술연구원장은 “필요한 지식을 제때 제공하는 쪽으로 연구 관행에 탄력과 스피드를 가미했다”고 혁신의 방향을 설명했다.

임성은 서울기술연구원장은 “필요한 지식을 제때 제공하는 쪽으로 연구 관행에 탄력과 스피드를 가미했다”고 혁신의 방향을 설명했다.

"마(魔)의 ‘지옥철’… 마법(魔法)으로 풀자.”

지난 7월 김포 골드라인과 서해선 대곡~소사선 등에서 출근길 대(大)혼잡이 빚어질 당시 국내 언론에 실린 칼럼의 제목이다. 철도 용량 증설로는 교통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우니 시차출근제·유연근무제로 ‘교통 소화 불량’을 해소하자는 제안이다.

‘공급’을 늘리는 대신 ‘수요’를 분산하자는 역발상에 서울시에서도 정책 검토에 나서는 등 이 제안은 큰 반향을 불러왔다. 칼럼을 쓴 필자는 임성은(51) 서울기술연구원장이다. 서울시의 과학기술 싱크탱크인 서울기술연구원을 이끄는 임 원장은 아이디어가 풍부한 정책통이기도 하다. ‘120다산콜센터’, ‘꼬마버스 타요’, ‘장기전세주택(SHIFT)’ 등 그가 내놓은 서울시 히트작엔 어떤 번뜩임이 있다.

그의 경력도 애크러배틱(acrobatic)한 느낌을 준다.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현 국가철도공단) 공채 직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국회(보좌관 등), 서울시(시장 정책비서관 등), 대학(서경대 교수)까지 민간과 공공 영역을 오가며 내공을 다졌다.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이 서울기술연구원을 ‘혁신의 아이콘’으로 이끄는 밑거름이 됐다고 임 원장은 말한다.

각기 성격이 다른 직업 경로를 거쳐 온 듯하다.

“제가 조직 부적응에 의해 잘리고 쫓겨난 것도 아닌데 옮기는 직장마다 어떻게 연관성을 다 갖게 됐다. 직장별 시너지와 상승효과로 인해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모든 직장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 방시혁 하이브 대표가 서울대 졸업식 축사에서 ‘우리 사회는 왜 이러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 포인트를 갖고 있지 않으냐? 우리는 왜 여기서 좌절하고 포기해야 하며 부당하게 당해야 하느냐? 각자의 일에 더 열정적으로 임하자’ 아마 이런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저 역시 정의, 공정의 반대말인 부정과 불공정, 왜곡 등에 대한 분노가 어떤 동기 부여로 작용한 것 같다. 우리 사회의 소위 연줄, 인맥, 혈연, 학연 측면에서 제가 주류층(이너서클 안)에 자동으로 들어가는 처지가 아니었기에 더 그런 쪽으로 분발했던 듯하다.”

서울기술연구원은 어떤 일을 하는가?

“서울기술연구원은 데이터 기반의 솔루션, 최신의 과학기술을 서울시정에 접목하는 기관이다. 2018년 설립 이후 첨단과학 기술을 활용해 시민이 안전하고 편한 도시를 만들고, 도시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기술과 시민 사이에 다리를 놓는 역할이다.”

서울기술연구원이 시민 일상에 접촉하고 관여하는 방식을 설명한다면?

“제가 대학에서 정책학 관련 강의를 많이 했다. 수업 첫 시간에 정책이 무엇인가를 논할 때 반드시 정치와의 연관성을 설명한다. 이 둘의 관계는 극히 밀접하다. 한자와 영어 모두 두 단어는 어근을 같이하지만 정치(政治, Poli-tics)는 부정적인 어감을 주고, 정책(政策, Poli-cy)은 좀 고상해 보인다. 정치인은 늘 싸우는 포지션으로 각인되기 때문이다. 저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정치인이라는 점을 주지시킨다. 정치는 삶의 방향을 정하는 나침반과 같다. 국민 의식주(衣食住)와 관련된 모든 정책이 정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정치가 시민의 일상생활과 무슨 상관이냐는 분들께는 이렇게 설명해준다. 주택 공급, 배달앱 규제, 노타이 출근, 차량 크기와 종류, 대학 전공과 입시준비 등 의식주와 생활 전반에 정치와 정책이 걸쳐져 있다. 시민 일상의 크고 작은 변화를 지배하는 게 정책이다. 정책을 조어적으로 풀면 ‘정치적 책략’쯤 되지 않을까? 정책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이처럼 서울기술연구원이 하는 연구도 시민의 삶에 직결되는 정책의 기반을 제공하는 일이다.”

“1인당 연구과제, 서울연구원보다 2.5배 많아”

가장 기억에 남는 혁신 성과를 하나 들어달라

“서울기술연구원의 많은 변화의 ‘벼리(고기잡이할 때 그물코를 꿰어 한꺼번에 잡아당기는 동아줄)’를 들자면 ‘현안 연구 프로세스’를 꼽게 된다. 서울기술연구원은 현안 따라잡기를 주로 하는 현안연구실을 따로 꾸렸다. 여타 국책 연구기관에는 찾기 어려운 거의 독보적인 조직이자 시스템이다. 언론 보도 모니터링을 토대로 현안에 실시간으로 반응해 시민의 편익을 극대화하는 시도의 일환이다. 국책기관, 공공기관의 박사급 연구원들은 대략 1년에 100쪽짜리 책을 펴내는 걸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연구는 영어로 리서치(research) 아닌가. ‘search(찾기)’를 ‘repeat(반복)’하는 것이다. 찾고 또 찾는 게 연구의 어원적 의미이다.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찾는 행위는 사안의 성격에 따라 5년, 10년 걸릴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단 1시간, 하루에 끝날 수도 있다. 일정한 시간과 분량의 패턴에 따라 움직이는 기존의 연구 방식으로는 타이밍을 늘 놓치게 되더라. 그래서 저는 서울기술연구원의 관행에 탄력과 스피드를 가미했다. 필요한 지식을 필요한 사람에게 제때 제공하는 방향으로 프로세스를 새로 가다듬었다. 지난해 박사 1인당 연구과제 수에서 서울기술연구원이 서울연구원보다 2.5배 많았다.”

이 프로세스의 핵심 키워드는?

“연구 ‘계획의 설정’이 키포인트다. 누가 무엇을, 왜,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결론을 신속히 내리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과거 서울기술연구원의 연구가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비판도 그래서 나왔던 것 같다. 이 영역에서는 책임자, 주도하는 이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걸 알게 됐다. 지금까지는 원장이 연구책임자처럼 주도해온 게 사실이다. 앞으로 이걸 제도적으로 정착시켜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외부의 반응은 어땠나?

“우리 연구의 수요자인 서울시의 경우 시장을 비롯해 고위 공무원, 일선 주무관까지 만족도가 매우 높다. 한마디로 엑설런트, 원더풀이라는 반응이다. 어떤 문제가 터지면 서울기술연구원은 바로 해답을 주고자 노력했고, 공무원들은 ‘어 이런 자료를 바로 주네’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제게 전문성의 척도는 정확도와 스피드다. 빠르고 전문성도 갖춘 덕에 우리가 생산한 보고서의 인기도 치솟았다.”

저가 입찰, 부정 유착에도 끄떡없는 아파트

지난해 8월 서울기술연구원은 수해예방 대책 관련 긴급 포럼을 주관했다. / 사진:서울기술연구원

지난해 8월 서울기술연구원은 수해예방 대책 관련 긴급 포럼을 주관했다. / 사진:서울기술연구원

진단과 처방이 나오더라도 실행하는 것은 별개일 때가 많은 게 한국 사회 아닌가?

“그렇다. 풀고자 하는 의지에 성패가 달려 있다. 우리나라 경제도 그렇고, 부실 공사(工事) 논란을 봐도 그렇다. 답은 나름대로 갖고 있는데 답대로 안 하는 게 탈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등 대한민국 이항(二項) 대립 구조의 진단과 대책은 대부분 나와 있다. 그런데 그 대책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저항하게 된다. 끝내 저항한다면 그걸 벌칙과 힘으로 다스릴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규칙(룰)을 어기면 벌칙(페널티)을 줘야 하는데 정부, 검찰, 경찰 등 당국이 그 부분을 엄정하게 처리하지 않아 다른 후유증을 남기는 것이다. 서로 대화하고 동참을 유도해야 하는데 이게 용이치 않으니, 혁신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 무주택자를 위한 장기전세주택(SHIFT) 정책을 착안한 바 있다. 지금 문제가 되는 아파트 부실시공을 예방하는 근본적인 대책도 있을까?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는 감리와 공무원이 관건이다. 저는 감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똑같은 국내 건설 업체인데 해외에서는 부실시공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외 현장에서도 비숙련 외국 인력을 활용한다. 그런데도 유독 한국에서만 문제가 터질까? 한국에서는 감리가 거의 맥을 못 추는 공사장이 있기 때문이다. 감리 업체가 규정을 벗어나 눈감아주는 데서 구멍이 생긴다. 하청을 하든, 재하청을 하든 심지어 부정 유착에 저가 낙찰이 판을 쳐도 시공 품질에 대한 감독만 엄밀하다면 사고는 없다. 또 감리 제도가 겉도는 건 전문성, 책임성이 떨어지는 공무원에게서 기인하기도 한다. 준공 검사는 공무원의 몫이다. 하자가 있는 건축물에 대한 준공 검사를 해주지 않으면 절대 부실공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공공공사의 경우 감리업체 선정과 과업 지시, 감리에 대한 감독은 공무원의 몫이다. 그런데 공무원을 순환보직으로 돌리다 보니 업무 파악력이나 하자를 발견하는 안목이 부족하다. 또 전관예우 등 여러 가지 이해관계 때문에 눈치보기와 타협에 내몰린다.”

한국의 공직 운용 구조가 전문성을 가진 공무원을 배출하기 어렵게 짜여 있다는 셈인데.

“원래 공직 순환보직(로테이션) 제도는 고인 물이 썩는 걸 방지하려는 취지인데, 이게 되레 공무원의 부정을 은폐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1년, 2년마다 보직이 바뀌다 보니 큰 문제가 터지면 수십 명의 공무원이 관련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책임은 분산되고 특정인만 처벌하기도 어려워 관련자 모두를 풀어줘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정책 서적 준비하다 헌법 책을 쓴 사연

임성은 서울기술연구원장은 “공무원 순환보직의 순환 주기를 늘리고, 순환 폭을 줄여 전문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성은 서울기술연구원장은 “공무원 순환보직의 순환 주기를 늘리고, 순환 폭을 줄여 전문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철근을 누락한 이른바 ‘순살 아파트’ 사태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우리가 롤모델로 삼는 일본 감리제도만 제대로 실행했다면 순살 아파트와 같은 황당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감리 형태는 일본에서 건너왔다. 제도를 수입할 땐 공무원에게 불리한 내용은 쏙 빼고 법제화하는 경향이 여기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994년 서울 성수대교가 무너지자 책임감리제가 전면 도입됐다. 이 과정에서 발주처(공무원)의 역할과 권한, 법적 책임이 동시에 축소됐다. 성수대교 붕괴 당시에는 현장의 뇌물 수수 관행을 막고자 공무원들의 현장 출입을 자제케 했는데, 공무원들이 아예 아무 일도 안 하고,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쪽으로 제도가 왜곡됐다. 담당 공무원의 업무 경험도 일천하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일본은 사정이 다른가?

“일본은 법령에 공무원의 역할과 책임을 적시하고, 전문직 공무원이 직접 감독과 검사를 수행토록 한다. 공무원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세부적으로 나열하고, 이를 어기는 경우 주어지는 벌칙을 명문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계약법엔 공무원의 지도 감독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건설사업관리지침’ 또한 공무원의 구체적인 업무 방법을 예시하지 않아 공무원과 감리기관의 책임 소재가 모호한 상황을 만들었다. 이게 핵심이다. 당장 모든 걸 바꿀 순 없다. 적어도 공무원 순환보직의 순환 주기를 늘리고, 순환 폭을 줄이면 이런 폐해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또 이른바 ‘Z형 인사’라고 승진 시기에만 순번에 따라 반짝 고과를 올려주는 공직사회의 관행에도 변화를 줄 때가 됐다.”

직업 공무원 출신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걸 다 접하게 됐나?

“2006년 지방선거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일한 경험이 주효했다. 문제의식은 있는데 대안이 없더라. 같이 일하는 공무원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정책 구상으로 다듬었다. ‘120다산콜센터’, ‘꼬마버스 타요’ 같은 정책들도 그런 과정에서 도출되었다.”

색다른 아이디어를 많이 가진 것 같다.

“저는 민간과 공직을 자유롭게 오가다 보니 경험치가 높은 편이다. 또 체질상 보고 느낀 바를 바로 정책에 투영하는 스타일이라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공직사회에 와서 보니 저처럼 생각하고, 그걸 책으로 펴낸 사람은 별로 없더라. 순환보직만 해도 그렇다. 원래 행정학은 미국에서 발생했다. 외국 학자들은 자기 나라에 없는 제도인 순환보직 개선 방안을 연구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국내 학자들은 외국에서 공부한 내용에 기초해 강의하고, 컨설팅하기에도 바빠 심도 있는 고민을 할 겨를이 없다.”

2016년 서경대 교수 시절 [국민이 원하는 정책, 헌법 속에 다 있다]는 책을 펴냈다. 도시행정을 전공한 교수가 헌법 관련 책을 저술한 건 좀 이채롭다.

“처음엔 정책 관련 책을 만들고자 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 사회를 바꿀 만한 정책에 관한 얘기를 국민에게 들려주는 책 말이다. 책이란 게 무작위로 나열하면 체계가 없어 보인다. 글을 담을 틀을 찾는 과정에서 헌법이 눈에 들어왔다. 순서와 구성 등 목차 정도 참조하려 했었다. 조문을 읽어갈수록 실로 놀랍더라. 굉장히 구체적인 정보들이 짜임새 있게 배치돼 있었다. 헌법은 가장 최근의 개정이 1987년이다. 30년이 지났지만 지금 봐도 놀라울 정도로 먼 미래를 내다본 조문도 많았다. 그래서 헌법을 기준으로 실생활에 밀접한 정책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책을 써내려 가게 됐다. 주요 항목별 현황 데이터와 진행 방향을 조사해 펴낸 게 〈국민이 원하는 정책, 헌법 속에 다 있다〉라는 책이다. 집필 과정에서 법과 사회가 맞물려 돌아가는 경로를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책을 쓰면서 느끼고 깨닫게 된 교훈이 많았다.”

“정당이 상임위에서 브리핑하면 국회가 산다”

개헌 문제는 늘 제기되지만, 공염불에 그친다. 헌법이 어떤 땐 동네북 같은 느낌을 주지 않나?

“개헌은 늘 권력구조의 문제로 귀결된다. 하지만 우리 헌법 전체 체계에서 권력구조가 차지하는 조항은 극히 일부이다. 나머지는 국민 기본권, 사회적 공동 가치, 정책의 원칙과 같이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이치를 밝혀주는 소중한 역할을 한다. 개헌론의 핵심은 대통령의 권력 분산에 있다. 현행 헌법으로도 그게 불가능하진 않다. 헌법에 보면 대통령 권한의 대부분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행사된다. 국무위원 3분의 1이 반대하면 의결이 불가능하다. 이들이 단결하면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견제할 수 있다. 국무총리가 헌법이 보장하는 국무위원 제청권을 제대로 행사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그림이다. 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한 배분, 즉 분권과 지방자치 원칙도 헌법에 다 나와 있다. 다만 얼마나 분권을 해 줄 것인가, 즉 양적(量的)인 내용이 없다. 헌법을 어긴다고 해도 벌주는 조항도 헌법에는 없더라. 이 맹점 때문에 잘 만들어진 헌법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게 우리의 법체계이다.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있는 헌법이라도 잘 활용하면 좋겠다.”

정치 관계 법령도 운영의 묘를 살릴 대목이 있을 것 같은데.

“국회법에는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명시되어 있다(제114조의 2). 현실에서는 주요 의안의 경우 양심이 아닌 당론을 따르게 된다. 국회가 제 기능을 못 한다는 핀잔을 듣는 이유다. 국회를 더 잘 활용했으면 한다. 매일 아침 정당에서 진행하는 현안 브리핑을 국회 상임위에서 진행하는 건 어떨까? 여야가 참여하는 국회 상임위에서 그날그날의 국민적 관심사를 논의하고 합의는 합의대로, 이견(異見)은 이견대로 공개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평소에는 위원장과 정당별 간사 정도만으로 운영하고, 큰 이슈가 생기면 국회의장, 부의장, 여야의 당 대표, 원내대표 등 국회와 정당의 지도부가 상임위 회의에 참석해도 좋다. 이렇게 정치가 정당 중심에서 상임위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 지금처럼 각 정당이 반목하고 따로 노는 현실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도 각 정당의 차별화된 정책과 태도를 상임위를 통해 한눈에 볼 수 있어 편하다.”

- 글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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