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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명은 될 것" 용산 참모 출마설…與현역들, 얼굴 일그러졌다

중앙일보

입력

“대통령이 신호만 주면 바로 총선 출사표를 던질 용산 참모들이 40명은 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6일 통화에서 “추석이 지나면 어떤 시그널이 있을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의 총선 러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수세가 강한 영남 등은 천천히 움직여도 되지만, 격전지에서 승부를 보려는 경우 추석 이후에는 지역에 둥지를 터야 승산이 커진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 안팎에선 출마를 원하는 지역 등 각자의 상황에 따라 추석 연휴 직후 1차, 국정감사 직후 2차, 내년 1월 3차 등 용산 참모들이 순차적으로 국민의힘에 합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구체적으로 추석 연휴 직후엔 행정관급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중량감이 있는 수석과 비서관급은 대체로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11월 이후 용산을 떠날 것이란 시나리오다. 익명을 원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들은 막판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공직자가 지역구 출마를 원할 경우 선거법에 따라 총선일(내년 4월 10일) 90일 전인 1월 11일까지 사직하면 된다.

출마 가능성이 언급되는 참모 면면과 지역을 살펴보면 수석 중에서 이진복 정무수석은 부산,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충남 홍성·예산, 김은혜 홍보수석은 경기지역이 거론된다. 비서관급에선 주진우 법률비서관이 부산 수영, 서승우 자치행정비서관은 충북 청주,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은 경북 구미, 전희경 정무1 비서관은 경기 의정부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행정관급에선 이승환(서울 중랑을) 전 정무수석실 행정관과 이동석(충북 충주) 전 홍보수석실 행정관이 사실상 총선 행보를 시작했다. 최근 사직한 최지우 전 법률비서관실 행정관은 충북 제천·단양에 출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외 김인규(부산 서구동구), 김대남(경기 용인갑), 이창진(부산 연제), 여명(서울 동대문갑), 배철순(경남 창원 의창), 조지연(경북 경산) 행정관들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 간 물밑 논의 정황도 감지된다. 당 지도부가 용산 참모의 총선 차출을 요청하고 윤 대통령이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는 보도에 이어, 특정 지역에 출마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는 참모들도 있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라면 누구나 여당과의 일체화를 바란다”며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윤 대통령도 자신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용산 참모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3년 차로 접어드는 중간 평가이자, 임기 후반기 국정 동력이 걸려있는 만큼 내년 4월 총선은 윤 대통령에게도 중요하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지난여름 저도 휴가 때 참모들과 인재영입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며 “말씀은 안 하시지만, 전체적으로 총선을 두고 마음속으로 구상하는 큰 그림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구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구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술렁이는 분위기다. 현재 대통령실과 여당 간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내년 총선 과정에서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탓이다. 익명을 원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 참모들의 총선 러시 전망에 그간 지역구를 닦으며 총선을 준비해 온 일부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들 사이에서 공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여소야대를 불러온 2016년 총선과 역대급 참패로 끝난 2020년 총선 과정을 거치며 공천 갈등이 ‘트라우마’가 된 국민의힘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때는 대통령 지지율이 50~60%대였다”며 “반면 지금 윤 대통령 지지율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기에, 용산 참모가 총선에 나온다고 더 유리하다는 보장이 없다”고 반발했다. 이런 내부 반발에 이철규 당 사무총장은 최근 의원들 단체 채팅방에 “당과 대통령실 사이에 명단을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공지했다. 대통령실도 공식적으로는 “본인들이 판단해 출마 의사를 밝히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출마 러시가 가시화한다면 당내 반발과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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