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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검진" 의사 말려도…85세 이상 11만명, 정부가 암검진

중앙일보

입력

문영수 적십자의료원장이 19일 서울적십자병원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다. 이 병원은 80세 이상 노인의 암 검진 위험성을 고려해 원칙적으로 80세 이상은 암 검진을 하지 않는다. 우상조 기자

문영수 적십자의료원장이 19일 서울적십자병원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다. 이 병원은 80세 이상 노인의 암 검진 위험성을 고려해 원칙적으로 80세 이상은 암 검진을 하지 않는다. 우상조 기자

지난해 국가암검진을 받은 85세 이상 초고령 노인이 11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75세 이상 암 검진의 무용론·위험성을 경고하는데도 정부가 나서 적지 않은 85세 이상 초고령 노인에게 암 검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가암검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대장·유방·자궁경부·간·폐 등의 국가암검진을 받은 85세 이상 초고령 노인이 11만1057명으로집계됐다. 2018년에는 7만3465명이었다. 4년 새 51% 증가했다. 국가암검진은 일정 연령 이상 중장년·고령층이 6가지 암 검사를 받는 프로그램이다. 위·유방·간암은 만 40세 이상, 폐암은 54~74세 고위험군, 자궁경부암은 20세 이상이 받는다. 무료 또는 검사비의 10%만 부담한다. 2021년 836억원이 들어갔다.

고령자 암 검진 무용론은 국립암센터·대한민국의학한림원 주최 포럼에서 나왔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최윤정 교수(예방의학 전문의)는 9월 7일 '권고하지 않는 암 건강검진' 주제 발표에서 85세 이상이 위암 검진을 하다 사망할 위험이 이득보다 더 크다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국내 연구를 인용해 "85세 이상 초고령 노인이 위암을 걸러내기 위해 암 선별검사를 하면 이 검사로 인한 사망 대응 위험도가 2.15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85세 이상은 위암 검진의 이득보다 검진 중 감염이나 출혈로 인한 사망 위험이 오히려 크기 때문에  검진을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75~84세는 사망대응위험도가 1.09~1.15배라서 이득이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이득과 위해의 근거가 불충분하니 굳이 할 이유가 없다.

85세 이상 노인이 위암 검진을 얼마나 받을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에 따라 지난해 5만5816명이 위암 검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2만5375명, 여성 3만441명이다. 2018년(3만7224명)보다 50% 증가했다. 지난해 80~84세는 27만4254명이 위암 검진을 받았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대장암도 비슷하다. 국립암센터의 암 검진 권고안에 따르면 80세 이상은 증상이 없는데도 분별잠혈검사(대변에 피가 섞여있는지를 검사)를 할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돼 있다. 이득과 위해 크기를 비교할만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으니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미국 질병예방서비스 특별위원회는 76세 이상의 경우 건강상태나 이전 검사 결과를 따져 개별적으로 검사 여부를 결정할 것을 권고한다. 미국암협회는 86세 이상은 검진을 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최윤정 교수는 "추석에 고령인 부모에게 암 검진을 권하는 게 반드시 효도가 아닐 수도 있다. 꼭 해야 한다면 부모님이 평소 다니는 의사와 상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지난해 대장암 검진을 받은 80세 이상 고령자는 37만3491명에 달한다. 분변잠혈검사나 내시경 검사(시범사업)를 받은 사람들이다. 이 중 85세 이상이 8만2013명이다.

국립암센터의 암 검진 권고안에 따르면 유방암은 70세 이상 유방촬영술을 하려면 위험도나 개인의 선호도를 따져 시행 여부를 결정하라고 권고한다. 사례별(case by case)로 따져 할지 말지 결정하라는 뜻이다. 지난해 70세 이상 31만4083명이 유방암 검진을 받았다. 85세 이상은 2만470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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