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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흰 계획이 다 있구나…데뷔 전부터 ‘완성형 아이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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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SM·하이브 등 대형기획사의 신인 아이돌이 속속 데뷔하면서 올가을 K팝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들은 갓 데뷔했는데도 놀라운 성과를 내놓고 있다. 데뷔 앨범을 100만 장 넘게 팔아치우는가 하면, 국내외 음원·음반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신비주의를 고수하던 과거와 달리, 데뷔 전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온라인·소셜미디어에 모습을 드러내며 화제를 모았던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데뷔 앨범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SM의 라이즈. [사진 SM엔터테인먼트]

데뷔 앨범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SM의 라이즈.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지난 4일 데뷔한 7인조 라이즈(RIIZE)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NCT 이후 7년 만에 선보인 보이그룹이다. 팀 명은 ‘함께 성장(Rise)하고 꿈을 실현(Realize)해 나아간다’는 의미다. 멤버에 가수 윤상의 아들 앤톤, NCT 출신 쇼타로와 성찬 등이 포함돼 관심을 받았다. 데뷔 일주일여 전부터 데뷔 준비 과정을 담은 사진전 ‘라이즈 앤 리얼라이즈’를 열기도 했다.

라이즈는 데뷔 후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싱글 ‘겟 어 기타’는 일주일 만에 100만 장 넘게 팔렸다. 데뷔 앨범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건 K팝 사상 이례적인 일이다. ‘겟 어 기타’는 신시사이저의 레트로 멜로디와 기타의 펑키 리듬이 인상적인 곡이다. 기타 소리에 맞춰 한곳에 모인 멤버들이 음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하나의 팀이 되어가는 과정을 가사에 담았다. 이 노래로 데뷔 한 달도 안 돼 국내 음악방송 1위 후보에 올라, 11년 차 글로벌 스타 BTS(방탄소년단)의 뷔와 순위를 겨뤘다.

데뷔 112일 만에 미국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린 하이브의 보이넥스트도어. [뉴스1]

데뷔 112일 만에 미국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린 하이브의 보이넥스트도어. [뉴스1]

하이브의 6인조 새 얼굴인 보이넥스트도어의 기세도 무섭다. 지난 5월 싱글 ‘후!’로 데뷔한 이들은 지난 4일 미니 1집 ‘와이..’로 3개월 만에 컴백했다. 동시에 데뷔 112일 만에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와이..’는 23일 자 ‘빌보드 200’에 162위로 진입했다. 이별하는 순간 겪은 감정을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한 타이틀곡 ‘뭣 같아’로 보이넥스트도어는 국내 음악방송에서 처음 1위에 올랐고, 여러 국가·지역 아이튠스 ‘톱 앨범’과 ‘톱 송’ 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이들의 빠른 성과는 대형 기획사의 지원이 바탕이 됐지만, 기획 단계부터 변화의 흐름을 잘 탄 점도 큰 몫을 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대형 기획사가 가진 인프라와 노하우는 남다를 수밖에 없기에 신인으로서 좋은 출발선에 섰다는 장점이 물론 있지만, 이제는 과거만큼 회사 명성에만 기대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걸그룹 뉴진스가 K팝의 판도를 바꾼 것처럼 그간 어둡고 강한 콘셉트에 치중해 온 보이그룹에게도 이지 리스닝 같은 변화가 필요했는데, 요즘 나온 두 팀이 이런 요구를 잘 충족했다”고 분석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도 “요즘 신인 보이그룹은 심각하고 비장한 분위기보다는 명랑하고 청량한 모습이 도드라진다”며 “라이즈의 노래는 친숙한 보컬이 중심이고, 보이넥스트도어의 곡은 (래퍼 출신) 지코가 프로듀싱했는데도 랩이 없다”고 짚었다. 이어 “대중적인 멜로디와 친근한 콘셉트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변화하는 보이그룹의 흐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국적 멤버로 구성된 JYP의 비춰.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다국적 멤버로 구성된 JYP의 비춰.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데뷔를 앞둔 그룹도 있다. 기획사가 제작한 서바이벌 콘텐트를 통해 멤버를 구성하는 등 기획 단계부터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점이 특징이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2일 걸그룹 VCHA(비춰)의 데뷔를 확정했다. 멤버가 미국인 4명, 캐나다인 1명, 한국·미국 이중국적자 1명 등 다국적이다. JYP는 테일러 스위프트,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소속된 유니버설 뮤직 산하 레이블 리퍼블릭 레코드와 손잡고 글로벌 걸그룹을 만드는 데 공을 들여왔다. ‘A2K’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멤버 선발 등 기획 과정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이달 중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를 선보인다. 블랙핑크 이후 7년 만에 내놓는 걸그룹이다. 한국(아현·하람·로라), 태국(파리타·치키타), 일본(루카·아사) 등 다국적 멤버로 구성됐고, 지난 3월부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 멤버를 확정했다. 데뷔 전인데도 이들의 프리 데뷔곡 ‘드림’은 유튜브 5000만 뷰를 넘어서는 등 상당한 팬덤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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