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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중국 반도체사업 ‘숨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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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 규제를 무기한 유예하는 방침을 한국에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중국 사업을 둘러싼 국내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도 일정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27일 관련 업계와 정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최근 한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통제 조치를 무기한 유예하는 방침을 확정하고 이를 조만간 통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 정부는 18나노미터(㎚·1㎚=10억 분의 1m) 이하 공정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 이하 로직 반도체 등의 미국산 기술·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지만, 중국에서 대규모 생산시설을 가동 중인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에 대해선 1년 동안 유예 조처를 내렸다.

미 ‘중국공장 현상유지’만 허용한 셈

이에 한국 정부는 다음 달로 예정된 유예 기간 만료를 앞두고 미 정부와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쳤고, 결국 미국 측이 한국 반도체 업체에 예외적 유예를 무기한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사업장을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우려하는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최소화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방식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VEU는 사전에 승인된 기업에 한해 지정된 장비에 대한 반입을 허용하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 방식이다. 일단 VEU에 포함되면 미 상무부의 별도 승인 없이도 장비를 반입할 수 있어 미국의 수출통제 적용이 사실상 무기한 유예되는 효과가 있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삼성, SK하이닉스와 두 회사가 반입할 수 있는 장비 목록 등의 미세한 세부 사양을 놓고 논의를 진행해 왔으며 사실상 논의가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은 지난 21일 방한해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합법적인 사업은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점을 확실히 한다”며 “미국과 협력하는 국가의 반도체 기업을 불필요하게 옥죄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반도체 기술·장비 수출통제 유예 조처가 1년 단위에서 사실상 무기한으로 변경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대한 장기적 투자·운영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현재 삼성은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에 각각 D램과 낸드플래시 공장을 두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사업 불확실성이 걷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공장 운영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중국 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수출통제 유예와는 별개로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통해 자국 보조금을 받는 기업을 상대로 향후 10년 동안 웨이퍼 기준 첨단 반도체 5%, 28㎚ 이전 구형 반도체는 10%로 중국 공장의 생산능력 확장을 제한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칩스법 적용 대상이며, SK하이닉스 역시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

미국이 중국 공장에 대해선 ‘사실상 현상 유지’만 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 역시 한동안 계속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첨단 반도체 생산의 무게추를 일단 한국으로 옮기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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