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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골 펜스' 줄어드나…부산, 스쿨존 안전펜스 설치 기준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전국적으로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자치단체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안전펜스 설치 기준을 마련하고 횡단보도와 연결된 인도도 노란 페인트칠을 하는 등 방법이다.

지난 5월 부산 영도구청 앞에서 부산 청동초등학교 학부모회 회원들이 스쿨존 사고 재발방지와 책임자 사과를 요구하며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5월 부산 영도구청 앞에서 부산 청동초등학교 학부모회 회원들이 스쿨존 사고 재발방지와 책임자 사과를 요구하며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스쿨존에 ‘약골 펜스’ 아닌 ‘강골 펜스’

부산시는 스쿨존 안전펜스 설치 기준을 만들어 다음 달까지 각 구·군에 전달할 방침"이라고 27일 밝혔다. 이런 기준을 만드는 것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이다.

시에 따르면 스쿨존별 ▶경사도 ▶굴곡 ▶폭 ▶자동차 주행속도 ▶교통사고 발생 건수 등을 기준으로 위험도를 등급화한 다음 보행자방호용ㆍ자동차방호용 등 안전펜스 종류를 정한다. 자동차방호용은 단순히 보행자 이탈을 방지하는 수준인 보행자방호용보다 더 튼튼하다.

위험 등급은 AㆍBㆍCㆍD 4개로 나뉜다. AㆍB등급을 받은 스쿨존에는 각 SB1 이상, SB1 등급인 자동차방호용 안전펜스를 설치한다. SB1 등급 안전펜스는 8t급 차가 시속 55㎞ 속도로 달려와 부딪혔을 때 방호 가능한 수준이다. C등급은 자동차방호용과 보행자방호용 안전펜스를 혼용해서 설치하고, D등급은 보행자방호용만 설치한다.

광주 북구 한 스쿨존에 설치 중인 무단횡단 방지를 위한 안전펜스. 뉴스1

광주 북구 한 스쿨존에 설치 중인 무단횡단 방지를 위한 안전펜스. 뉴스1

고 황예서양 사고, 대책 마련 계기…

이번 설치 지침은 지난 4월 부산 영도구 스쿨존에서 숨진 황예서(10)양 사고를 계기로 마련됐다. 황양은 당시 무면허 지게차 운전자가 하역 작업 중 떨어뜨린 1.7t짜리 원사롤(원통형 어망실 섬유롤)에 부딪혀 사망했다. 100여m 내리막길을 굴러간 원사롤은 보행자용 안전펜스를 무너뜨리고 황양뿐만 아닌 초등학생 2명과 학부모 1명도 덮쳐 다치게 했다.

사고 이후 스쿨존 ‘약골 펜스’ 지적이 제기됐다. 아이를 지킬 수 없는 펜스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스쿨존 안전펜스 설치 기준이 따로 없는 상황에서 사고가 난 내리막길에 또다시 강도가 약한 보행자방호용 펜스를 설치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부산시는 올해 100억원 포함 4년 동안 300억원을 들여 시내 초등학교 271곳 스쿨존에 안전펜스를 설치한다. 앞서 진행한 스쿨존 전수결과를 바탕으로 위험성이 높은 80곳에 자동차방호용 안전펜스와 무인단속 카메라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산복도로가 많은 지역 특성으로 위험이 큰 스쿨존 안전 강화를 위해 펜스 설치 기준을 마련했다”며 “등ㆍ하굣길 사고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용인시 한 초등학교 스쿨존에 도입된 노란색 횡단보도. 연합뉴스

경기 용인시 한 초등학교 스쿨존에 도입된 노란색 횡단보도. 연합뉴스

수원 스쿨존 대책…시민 호응

이와 함께 경기도 수원시가 마련한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강화 대책이 호응을 얻고 있다.  수원에서는 지난 5월 횡단보도를 건너다 우회전을 하던 시내버스에 치여 조은결(8)군 숨졌다.

시는 사고가 난 권선구 호매실동 스쿨존 횡단보도 색을 흰색에서 노란색으로 바꿨다. 횡단보도와 접한 인도에도 노란색을 칠해 이른바 ‘옐로우 카펫’을 깔았다. 자동차 운전자가 스쿨존이란 사실을 인식하기 쉽도록 바꾼 것이다. 우회전 차로에 과속방지턱을 추가 설치하면서 횡단보도 진입 보행자와 가까운 맨 가장자리 우회전 차로 정지선도 차 한 대 정도 뒤로 물렸다.

시는 스쿨존 201곳의 위험 요소를 꼼꼼하게 전수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단계별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향후 3년간 240억원 들여 안전펜스·보행신호등·과속방지턱 등 안전 시설물을 설치하고 필요 인력도 배치할 계획이다. 3년간 순차적으로 어린이보호구역 시설물 정비와 어린이보행안전지도사 추가 배치, 버스 시야 확보 감지시스템 설치 등이 진행된다.

경기 수원의 한 사거리. 스쿨존에서 버스에 치여 사망한 초등학생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놓고 간 꽃과 장난감 등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경기 수원의 한 사거리. 스쿨존에서 버스에 치여 사망한 초등학생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놓고 간 꽃과 장난감 등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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