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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바이든, 노조 파업시위까지 동참…"미시간 무당파 겨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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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웨인 카운티의 제너럴모터스 물류센터 인근에서 파업 중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조합원들의 파업 집회에 동참해 확성기를 들고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웨인 카운티의 제너럴모터스 물류센터 인근에서 파업 중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조합원들의 파업 집회에 동참해 확성기를 들고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여러분은 지금 받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친노조 대통령’을 표방해 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현장을 찾아 이렇게 외쳤다. 미국 현대사에서 현직 대통령이 노조 파업 현장을 찾아 시위에 동참한 건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 웨인 카운티를 찾아 포드·제너럴모터스·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12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UAW 시위에 동참했다. UAW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현장을 찾은 그는 확성기를 들고 “자동차 회사들은 이제 믿을 수 없을 만큼 성공했다. 여러분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원들은 환호와 박수로 반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월스트리트(뉴욕 맨해튼의 금융가)가 미국을 만든 것이 아니라 중산층이 이 나라를 만들었다. 노조가 그 중산층을 만들었다”며 “이것은 팩트”라고 강조했다. 노조원들은 “맞다(Yes)”고 외치며 화답했다. 연설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은 피켓 라인에 선 노조원과 악수와 주먹인사를 나눴다. 피켓 라인은 쟁의 중인 노조원들이 출근하려는 직원들에게 파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대열을 말한다.

UAW는 단체협상 시한이 종료된 지난 15일부터 미시간·오하이오·미주리 등 3개 주에 위치한 공장에서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4년간 최소 임금 40% 인상’과 고용 안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20% 인상안으로 제시해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이 시위에 동참해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공항에서부터 대통령 리무진에 동승하며 시위 현장까지 함께 이동한 숀 페인 UAW 노조위원장은 “대통령이 우리와 함께하기 위해 와 주어 감사하다”고 했다.

현직 대통령의 전례 드문 ‘파업 시위 동참’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친노조 대통령'을 적극 표방했다. 대통령 당선 전인 2019년 캔자스시티에서 UAW 피켓 라인에 동참한 적 있다. 재선 출마 선언 이후 첫 유세도 미 최대 규모 노조인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가 지난 6월 필라델피아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진행했다. 당시 그는 “저는 역사상 가장 친노조적 대통령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미국 의원들은 노조 파업 현장에서 지지 의사를 밝히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현직 대통령이 파업 현장을 직접 찾아 지지를 표명하는 건 전례가 없던 일이다. 이날 카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현대사에 현직 미국 대통령이 노조의 피켓 라인에 동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파격 행보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노동자 표심’과 대표적 경합 주인 미시간주의 ‘무당파 표심’을 동시에 겨냥한 행보로 분석된다. 미 3대 자동차업체 노조원 약 15만명이 소속된 UAW는 통상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에 비해 노조 친화적인 민주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곤 했다. 2020년 대선 당시에도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지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차기 대선을 앞두고는 아직까지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전기차 전환 정책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11월 대선을 13개월 여 앞두고 최근 여론조사에서 잠재적인 최대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최대 9%포인트 격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온 바이든으로선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블루칼라 표심 확보가 급한 상황이다.

아울러 대표적 스윙 스테이트(경합 주)로 대선 주요 승부처 중 하나인 미시간주의 중도 무당파 표심을 겨냥한 움직임으로도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때 미시간주에서 50.62%를 득표해 트럼프 전 대통령(47.84%)을 제치고 미시간주 선거인단 16명을 가져갔다. 하지만 미시간주는 2016년 대선 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했던 곳이다.

트럼프는 하루 뒤 공장 찾아 노심(勞心) 공략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머빌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머빌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의 이날 행보를 두고 “파업 참가 쇼를 하면서 미국인들에게 재앙적인 바이드노믹스(바이든 대통령 경제 정책)의 경제적 실책을 감추려 한다”고 공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확대 정책을 강하게 비난하며 자신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이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하루 뒤인 27일 미시간주 매콤 카운티의 자동차 부품 공장을 찾아가 노동자 표심을 공략할 계획이다. 27일은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들의 2차 TV 토론회가 잡혔는데 지난 8월 23일 1차 TV 토론회에 이어 이번에도 이를 건너뛰고 독자 행보에 나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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