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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속속 금리 동결…“글로벌 긴축 사이클에 변곡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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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나고 당분간 추가 인상 없이 ‘고금리 시대’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미국·영국·일본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줄줄이 기준금리를 발표한 이른바 ‘금리 슈퍼 위크(super week)’ 결과를 평가하면서다.

26일 로이터·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다수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리 인상이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매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긴축 사이클이 끝났다”고 말했다. FT는 “세계 경제활동이 둔화하고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면서 경제학자와 금융시장,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주에 다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에 따른 진단이다. 지난 2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연 5.25~5.5%에 묶어뒀다. 이어 영국도 기준금리를 연 5.25%에 동결하면서 14회 연속 이어온 인상 사이클을 멈췄다. 대만(연 1.875%)·인도네시아(5.75%)와 스위스(1.75%)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각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둔화하고, 경기 하방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긴축 효과와 경제 상황을 살피겠다는 취지도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0일 사실상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를 1년 만기 3.45%, 5년 만기 4.20%로 유지했다. 유동성 공급 정책의 효과를 살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은행(BOJ)은 22일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는 등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했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물가 목표 실현을 전망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마이너스 금리의 수정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제한적으로 유지하면서 고금리 시대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Fed가 현재로써는 금리 인상을 종료했지만, 금리 인하는 내년 3월 시작될 것으로 봤다. 고금리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채권 금리를 끌어올리면서 25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1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년 반 이어진 글로벌 긴축 사이클이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기 시작했다는 신호도 나타났다. 이날 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국(CPB)의 세계무역모니터(World Trade Monitor)에 따르면 지난 7월 세계 무역 규모는 1년 전보다 3.2% 위축했다. 2020년 8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이후 가장 가파른 감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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