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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벙커 때릴 괴물 미사일…北 보란듯 서울 한복판 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건국 75주년 국군의 날을 기념해 26일 10년 만에 대규모 시가행진이 부활했다. 군은 26일 궂은 날씨 속 1만여 명의 인파 앞에서 고위력 지대지 탄도미사일, 장거리 지대공유도미사일(L-SAM) 등 3축 체계의 최강 무기들을 처음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국군 장비 부대를 사열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국군 장비 부대를 사열하고 있다. 대통령실

'강한 국군, 튼튼한 안보, 힘에 의한 평화'를 주제로 내건 이번 국군의 날 행사는 이날 오전 서울공항에서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 이종섭 국방부 장관, 김승겸 합동참모의장 등 정부·군 관계자들이 자리한 가운데 군 당국은 축구장 16개 크기의 서울공항 활주로에 최첨단 지상 전력을 빼곡히 배치하며 강군의 위용을 국민에 알렸다. 정부 관계자는 “본 행사에 6700여명 병력과 340여대 장비가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열린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고위력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열린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고위력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장비부대의 분열에서 사단 정찰용 무인기(UAV), 무인수상정(USV)·무인잠수정(UUV) 등에 이어 지상유도무기 '현궁', K9 자주포, 다연장로켓 '천무',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가 차례로 등장했다.

이후 한국형 3축 체계의 전력들이 대미를 장식했다. 특히 마지막 순서로 고위력 현무 미사일이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실려 모습을 드러내자 행사장 내 관심이 집중됐다. 이 탄도미사일의 존재가 확인된 건 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식 영상 속 4초간 비행 장면이 전부였다. 기존 현무-4 계열 중 하나인지, 현무-5라는 새 체계에 속하는지도 불분명하다. 비닉 사업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 군 안팎의 전언, 전문가 분석 등을 종합하면 고위력 현무의 탄두 중량은 전세계 재래식 미사일을 통틀어 최대급인 8t 이상으로, 지하 100m 이상 깊이에 자리한 벙커에 직접 타격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3축 체계 중 대량응징보복(KMPR)의 핵심 수단으로서 괴물 미사일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군 당국이 고위력으로 지칭한 건 전술핵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있다.  

군 당국자는 “은밀하게 개발이 진행되는 무기임에도 과감히 공개를 결정한 데는 북한 정권을 향해 공포감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한미동맹의 압도적 대응을 통해 북한 정권을 종식시킬 것"이라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개발이 한창인 L-SAM도 이날 첫 선을 보였다. 이 무기 체계는 다층으로 구성되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한 축을 담당한다. 고도 40∼150㎞의 상층부를 방어하는 주한미군 사드(THAAD), 15∼40㎞의 하층부를 담당하는 패트리엇(PAC-3) 미사일과 중거리지대공미사일(M-SAM) ‘천궁-Ⅱ’에 중상층(50∼60㎞) 요격용인 L-SAM이 가세하면 더욱 촘촘한 방공망이 구축될 수 있다고 군 당국은 보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에서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가 기동하고 있다. 뉴스1

2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에서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가 기동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오후에는 병력 4000여명, 장비 46종 170여대가 동원돼 서울 숭례문부터 광화문 광장까지 시가행진이 열렸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열렸던 제65주년 국군의 날 기념 행진은 병력 4500여 명, 장비 37종 105대가 동원된 가운데 서울시청과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된 바 있다.

이 같은 시가행진은 1998년 이후 5년 단위로 실시하다 문재인 정부 때 중단됐다. 2018년 70주년 행사의 경우 시가행진·열병·분열이 모두 빠지고 연예인 공연, 야간 에어쇼 등으로 꾸려졌다. 당시 남북 관계를 의식한 ‘북한 눈치보기’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부는 10년 만에 실시되는 시가행진을 ‘국군과 국민의 화합의 장’으로 추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시가행진에 직접 참여했다. 이날 시가행진 말미 윤 대통령은 광화문 세종대왕상에서 육조마당까지 빗속에서 국민·국군 장병·초청 인사 등과 함께 걸었다.

이날 시가행진에는 미 8군 주한미군 장병 300여명도 자리를 함께 했다. 주한미군 전투부대원이 시가행진에서 한국 장병들과 같이 걷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군 관계자는 “과거에는 UN 의장대와 미 군악대가 참가하는 수준이었다”며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보여주겠다는 취지로 미 전투부대원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행사엔 처음으로 탈북 국군포로 4명도 초대를 받아 자리를 함께 했다.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도 증강현실(AR)로 구현돼 행진에 참여했다. 이처럼 시가행진에서 육ㆍ해ㆍ공군 3군과 해병대의 통합된 역량을 선보이는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라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시가행진에선 국군 무기와 부대가 지나갈 때마다 행렬을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국군 MC부대 군 장병들이 시가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국군 MC부대 군 장병들이 시가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 이날 비가 내려 공중전력 참가는 모두 취소됐다. 초음속 전투기 KF-21과 차세대 소형무장헬기(LAH) 등 국산 무기체계는 물론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한·미 공중 자산의 비행 역시 이뤄지지 못했다. 전술 강하를 벌일 예정이었던 한ㆍ미의 최정예 요원 200여명도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정부 관계자는 “즉각 운용할 수 있는 압도적인 첨단 무기와 싸워 이기겠다는 장병들의 결연한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했다”며 “이는 ‘힘에 의한 평화’를 이루겠다는 대한민국의 의지를 나타내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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