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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노인, 의외의 스트레스 지수…82% "자녀와 안 살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6월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구직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6월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광장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채용한마당'을 찾은 어르신들이 구직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만 65세 이상 노인 100명 중 35명은 여전히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하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일상생활 스트레스 정도가 낮았고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다. 생활비 마련 자립도가 비취업자보다 높았으며,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는 비율도 더 높게 조사됐다.

이런 결과는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 고령자 통계’에서 드러났다. 통계청은 2003년부터 매년 10월 2일 노인의날에 맞춰 고령 인구와 경제활동 상태, 소득분배 및 의식변화 등 고령자 관련 통계를 수집·정리해 통계를 작성하고 있다. 이번엔 ‘일하는 고령자의 생활과 의식’ 분석이 추가됐다.

노인 고용률 34.9%…OECD 중 가장 높아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2021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평균 고용률은 3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15%를 넘는 국가는 일본(25.1%), 스웨덴(19.2%), 미국(18.0%) 등 11개국이 있었는데 한국이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일하는 노인은 불행할 것이란 인식과 달리 각종 평가 결과에서 비취업자 노인보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주관적 건강평가(2022년)’를 보면 일하는 고령자의 37.5%가 본인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답했다. 비취업 고령자(21.9%)보다 15.6%포인트 높다.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비중도 34.4%로 비취업 고령자(36.4%)보다 2.0%포인트 낮았다.

93% 생활비 본인·배우자가 부담…82% 자녀와 동거X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일하는 노인과 그렇지 않은 노인의 격차가 두드러졌던 건 생활비 마련 항목이었다. 2021년 조사에서 일하는 고령자의 생활비 마련 방법은 본인·배우자 부담이 93.0%로 가장 높았고 정부·사회단체(3.8%), 자녀·친척지원(3.2%)이 뒤를 이었다. 반면 비취업 고령자는 본인·배우자 부담이 52.0%로 뚝 떨어졌고 자녀·친척 지원이 24.6%, 정부·사회단체 지원이 23.5%를 차지해 상대적으로 의존도가 높았다. 일하는 노인은 소득 및 소비 만족도가 각각 20.7%, 13.9%로 비취업 고령자보다 각각 7.8%포인트, 4.0%포인트 높았다.

자식과 같이 살고 싶지 않다는 의견도 일하는 고령자가 81.9%로 비취업 고령자(72.9%)보다 높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사회 분위기상 독립적 생활을 희망하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일하는 고령자에게서 그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초고령사회, 2025년 진입→2038년엔 전 지역 포함 

전체 고령자 통계를 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의 18.4%인 950만명으로 집계됐다. 2025년에는 20.6%까지 상승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고령 인구 비중이 이미 20% 이상인 지역은 전남(25.5%), 경북(23.9%), 전북(23.4%), 강원(23.3%), 부산(22.2%), 충남(20.4%) 6곳이다. 2028년에는 세종(13.4%)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2038년엔 세종을 포함한 모든 지역이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외국은 연금 제도가 잘 돼 있어 상대적으로 노인 고용률이 낮지만 한국은 연금의 역사가 짧고 1인 1연금 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아 고령층이 노동시장에 더 오래 머물고 있다”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현재는 노동시장 밖에 있는 ‘사회적 일자리’가 많은데 정년 연장 등을 통해 질적 수준이 높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일하는 어르신들이 많아지면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은 물론 연금 지급이 연기되면서 국민연금 적립금도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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