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신협강도 '10억 빚' 사실 아니다…"강탈한 현금 주식 투자"

지난달 대전에서 발생한 ‘신협 현금강도’ 피의자는 사업 실패와 도박 빚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그는 강탈한 현금 가운데 일부를 주식에 투자했다.

지난달 18일 대전에서 발생한 신협 현금강도 피의자 A씨(47)가 21일 오전 베트남 다낭에서 국내로 송환된 뒤 대전서부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서부경찰서는 26일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된 A씨(47)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요식업과 인테리어 업종에 종사하던 A씨는 사업에 실패한 뒤 생활고와 채무에 시달리면서 은행에서 현금을 훔치기로 마음먹었다. 조사 결과 A씨는 지인 등에게 2억원가량 채무를 지고 있으며 일부에서 제기된 ‘도박 빚 10억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전날 은행 털려다 실패…다음 날 범행

수사 결과 A씨는 애초 지난달 17일 은행에서 현금을 강탈할 예정이었다. 흉기와 소화기 등을 준비한 뒤 대전 서구 관저동 신협에 도착했지만, 당시 건물 주변에서 장이 서면서 범행에 실패했다. A씨는 이튿날인 18일 범행 도구를 챙긴 뒤 오토바이를 타고 범행 장소로 갔다. 그는 소화기 분말을 쏘고 흉기로 직원을 위협하며 현금 39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지난달 18일 낮 12시1분쯤 현금 강도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 관저동 신협. 신진호 기자

대전서부경찰서 조용필 형사과장은 “이전에 신협 근처 관저동에서 살았기 때문에 범행 대상으로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빼앗은 돈 채무 변제·도박 등에 사용

A씨는 은행에서 빼앗은 돈 가운데 1000만원은 빚 갚는 데 썼다. 나머지 600만원은 주식 투자, 400만원은 가족(자녀)에게 보냈다고 한다. 1300만원은 환전한 뒤 베트남 현지에서 도피 자금으로 활용했다. 이 돈은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범행 이틀 뒤인 20일 베트남 다낭으로 출국했다. 도피 장소로 다낭을 선택한 것은 당일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는 최대 45일간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는데 A씨는 9월 20일 돌아오는 왕복 항공권을 구입했다.

지난 10일 베트남 다낭의 한 카지노에 나타난 대전 신협 현금강도 피의자.(왼쪽) 오른쪽은 베트남 공안에 검거된 피의자 모습. [사진 대전경찰청]

베트남 도주…카지노 도박하다 검거돼

베트남으로 달아났던 A씨는 지난 10일 다낭의 한 도박장(카지노)에서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8일 오후 1시20분쯤 “전단에 있는 남성을 본 것 같다”는 전화가 대전서부경찰서에 걸려왔다. 다낭 현지 교민 제보였다. 대전서부경찰서 연락을 받은 현지 경찰 주재관이 카지노에서 CCTV 영상을 통해 해당 남성이 A씨인 것을 확인했다.

검거 당시 A씨는 수중에 200만원(한화) 상당 카지노 칩을 갖고 있었다. 다낭에서 4㎞ 정도 떨어진 숙소(여인숙 수준)에 머물던 그는 최근 다낭 시내에 나왔다가 현지 한인 눈에 띈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대전 서구 관저동에서 발생한 신협 현금강도 사건 용의자가 17일 대전 유성구의 한 인도에 놓인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나고 있다. [사진 독자]

A씨는 다낭에서 절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마트에서 가방(지갑)을 훔치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경찰은 보강 수사를 마친 뒤 27일 A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