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생존 위한 지방대 혁신, 앞으로 10년이 마지막 골든타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양오봉 총장은 “ 국립대가 지역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글로컬대학 사업은 지역을 위해 나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장진영 기자

양오봉 총장은 “ 국립대가 지역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글로컬대학 사업은 지역을 위해 나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장진영 기자

올해 2월 취임한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지난 5월, 재학생 2443명을 대상으로 ‘학생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43.4%가 “타 대학으로 편입을 고려한 적 있다”고 답한 것이다. 학생들은 대학을 떠나고 싶은 이유로 대학 평판이나 취업, 진로 문제를 꼽았다.

지역거점국립대인 전북대 학생들마저 대학을 떠나려할 만큼 지역대학은 위기를 맞고 있다. 양 총장은 “그동안 변화에 둔감했던 대학이 자성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10년이 대학 혁신의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는 양 총장을 만나 지역거점대학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학생 인식조사를 한 이유는 뭔가.
“대학의 모든 정책은 학생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혁신을 위해선 학생의 생각부터 알아봐야 한다. 조사를 해보니 평판도나 취업 시장에서 저평가된 부분을 제대로 대접 받도록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 대학에 편입하고 싶다는 학생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응답자 중 60.9%가 학사 제도를 개편해서 원하는 전공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다면 타 대학으로 편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서울에 가지 않아도 자기 뜻을 펼칠 수 있는 전공을 만들어줘야 한다. 지역 맞춤형 융합 전공에 대해 73%가 필요하다 답했고, 64.6%는 참여 의사를 밝혔다.”

전북대는 전북에서 유일하게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사업의 예비지정 대학으로 선정됐다. 현 정부의 대표적인 지방대 정책인 글로컬대학은 지역과 함께 발전하는 계획을 세운 대학에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15개 대학이 예비지정됐고, 다음달 심사를 거쳐 10개 대학이 글로컬대학으로 최종 선정된다.

글로컬대학 후보로 선정된 이유는 뭔가.
“학생 중심 교육, 지역과의 상생이다. 단과대나 학과 벽을 허물고 신입생 모집 단위를 광역화해서 전공 구분 없이 학생을 선발하려고 한다. 내년에는 첨단배터리융합공학과, K-방위산업학과 등 지역 맞춤형 학과를 만들 것이다. 새만금 부지에는 대학과 기업간 상생 클러스터를 구축하려고 한다. 전북 대학들과 공동으로 운영해 우리만이 아닌 지역 모든 대학이 상생하는 방안이다.”
새만금 활용 방안은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나.
“새만금은 전북의 미래다. 최근 전라북도가 새만금을 방위산업, 에너지 등 첨단산업 클러스터로 조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우리는 기업과 협력하는 ‘대학-산업 도시’를 구축하려 한다. 새만금 입주 예정인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과 K-방위산업 협력 벨트를 구축했고, 2차 전지 관련 기업들과 인재 양성 및 공동 연구를 추진한다.”
‘플래그십 대학’이 되겠다고 했다.
“지역 발전의 ‘플래그십’(함대의 기함)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우리 대학에는 최고급 두뇌와 연구소가 있고, 의약학, 수의학, 공학, 농생명 등의 분야는 세계적 수준이다. 이 인프라를 지역 발전에 접목할 것이다. 지역발전연구원을 만들고 전북 14개 시군별 특화 산업을 육성할 연구소도 만든다. 이미 3월에 남원발전연구소 설립 협약을 맺었고 익산과도 협의 중이다. 지역문제 해결책을 만드는 대학이 될 것이다. 폐교까지 지역 발전 모델로 만들겠다.”
폐교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폐교는 지역 경제까지 위축시킨다. 전북에도 폐교 대학이 있지만 활용 방안이 묘연하다. 폐교가 있는 지자체와 협력해 전북대가 지역 특색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주려고 한다. 예를 들어 남원의 서남대 캠퍼스는 전북대가 K컬처 학부를 설립해 한국어학당이나 단기 문화체험 공간으로 운영할 수 있고 판소리 등 특화 산업을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전북대 주변 다른 대학들은 더 위기인데.
“우리가 글로컬대학에 선정된다면 매년 100억원 정도는 지역 대학들을 위해 쓰려고 한다. 다른 대학과 상생해야 지역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대학마다 다른 대학보다 좀 더 나은 분야를 특성화할 수 있도록 돕겠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는 플래그십 대학의 전형이다. UC버클리를 중심으로 로스앤젤레스(LA), 샌디에이고, 데이비스 등 저마다 강점이 있는 대학들이 캘리포니아 발전을 이끌고 있다. 우리도 그러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유학생 유치 계획은.
“1800명 수준인 외국인 유학생을 4년내 5000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유치 뿐 아니라 이들이 지역에서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핵심이다. 온라인에서 1년간 한국어와 기초과목을 배우고 3년간 전북대에서 전공을 배우는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 유학생 현장실습과 인턴십, 유학생 가족을 위한 기숙사 등 정주하는 외국인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가장 큰 목표는 무엇인가.
“지금 대학은 변화의 물결을 받아들여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다. 지자체와 기업까지 협력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총장이 해야 한다. 지역 기관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데 힘쓰겠다.” 

☞양오봉 총장=고려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장과 대통령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 에너지-AI융합대학원 인력양성사업단장, 에너지신사업 혁신공유대학사업단장 등을 역임했다. 국내외 학술지에 140여편 논문을 게재했고, 38건의 국내외 특허를 보유한 에너지 분야 전문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