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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요뜨 500원 올리려다 '화들짝'…가격 인상 딜레마 빠진 업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뉴스1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재 업체들의 가격 책정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가격을 올리면 원가를 보존하고 매출도 늘릴 수 있지만, 소비자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딜레마 때문이다.

25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다음 달 1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요거트 ‘비요뜨’ 가격을 1800원에서 2000원으로 200원(11.1%) 올릴 예정이다. 당초 2300원으로 500원(27.8%) 인상할 계획이었지만 인상률이 너무 높다는 부정 여론을 의식해 가격을 재조정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소비자 반감은 가격 인상 시 늘 고민하는 문제”라며 “올해는 정부의 물가인상 자제 요구까지 더해져 인상률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원가 올라 불가피 vs 소비자 외면 걱정

가격 동결을 선언한 곳도 있다. BHC·교촌에프앤비(교촌)·제너시스BBQ(BBQ) 등 치킨 업계 3사 경영진은 지난 8일 농림축산식품부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서 “올 하반기 치킨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료비부터 가스·전기요금, 최저임금, 배달 수수료까지 거의 모든 비용이 올랐지만 그만큼 소비자들도 물가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어 가격 인상 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식품 산업은 원료비 비중이 크면서,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도 예민한 편이다. 원자재 구매와 판매 가격 설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업체 입장에서 가격 인상은 위기 타개의 능사가 아니다. 곳곳에서 소비자 이탈이 나타나서다.

실제로 다음 달부터 낙농진흥회가 우유의 원료인 원유(原乳) 가격을 L당 996→1084원으로 88원(8.8%) 올리기로 하면서 우유 업계의 가격 인상이 예고되자 대형마트의 자체브랜드(PB) 우유 판매가 늘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PB 상품으로 일반 제조 상품보다 15~25% 싼 ‘오늘좋은1등급’ 우유의 최근 3개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서울 시내 한 교촌치킨 매장 모습. 뉴스1

서울 시내 한 교촌치킨 매장 모습. 뉴스1

지난 4월 치킨 3사 중 유일하게 가격을 올린 교촌에프앤비도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이 회사는 제품가를 최대 3000원 올렸지만 올 2분기 매출(102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22.9% 줄었다.

다른 업종도 비슷하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1~7월 서울시 택시 이용 건수가 지난해 1억6628만여 건에서 올해 1억5622만여 건으로 줄었는데, 모빌리티 업계는 이에 대해 지난 2월 기본요금 1000원 인상(3800→4800원)을 주요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택시·배달앱 가격 올리니 이용 줄어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올 상반기 평균 월 이용자 수는 2939만 명으로 지난해 3409만 명에서 470만 명가량 줄었다. 업계는 높은 배달 비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하고, 최근 할인 행사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라면 업계는 상반기 가격 인상 후 소비자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인하에 나섰다가 주력 제품을 제외한 제품들의 가격만 찔끔 내리는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져 기업들의 가격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1원이라도 싼 공급처를 찾는다는 마음으로 원가 절감을 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에 인상 요인을 진정성 있게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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