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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단속 중 여성 신체 촬영한 경찰…法 "증거로 쓸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이 성매매 알선 행위 등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적발된 여성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했다면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해 재판에선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지난 21일 성매매알선등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성매매알선등)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10명의 재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하 판사는 “경찰관들이 닫혀 있던 문을 열고 들어와서 나체 상태인 피고인의 전신이 전부 드러나는 사진을 촬영했다”며 “경찰관들이 사진 촬영에 있어 동의를 구했거나 피고인이 이를 승낙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사진이 촬영된 경위 및 촬영된 각 사진의 영상 등에 비춰보면 사진 촬영으로 인한 피고인의 인격권 침해가 상당하다”며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에 의해 촬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각 사진이 성매매가 행해진 장소에서 범행 직후 촬영됐다는 점에서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해 3월 한 성매매 단속 현장에서 휴대전화로 나체 상태로 있던 A씨를 촬영하고 사진을 지워달라는 A씨의 요구도 거절했다. A씨의 사진은 단속팀 15명이 모여 있는 단체대화방에도 공유까지 됐다.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씨 등의 재판에서 A씨의 나체 사진과 진술서 등을 증거로 제출했지만, 위법수집증거로 인정돼 ‘증거 배제’ 결정이 내려졌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위법수사 국가배상소송 대리인단은 경찰의 위법한 수사로 A씨의 인권과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기자회견에서 대리인단은 “경찰이 단속 현장에서 당연히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강제처분에 해당한다”며 “요건이나 한계, 영장 발부 등 사법 통제 없이 무조건 허용되는 행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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