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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건국 주장은 반헌법적"…이종찬, 유인촌에게 "건국절 입장 밝혀달라"

중앙일보

입력

"1948년 건국절은 북한 정권과 일본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꼴입니다. 자꾸 이승만 대통령을 건국대통령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이승만 대통령을 모욕하는 겁니다."

발언하는 이종찬 광복회장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이종찬 광복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9.25   sab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발언하는 이종찬 광복회장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이종찬 광복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9.25 sab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종찬 광복회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봐야 한다는 보수 진영 일각의 인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1948년 건국절 주장은 헌법적으로 '천부당만부당'할 뿐 아니라 위험천만한 역사관을 담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우선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헌법 전문을 들어 민주공화제로서 대한민국의 시작점을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4월 11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나라가 1919년을 기점으로 군주제에서 민주공화제로 형태를 달리했을 뿐 새로 탄생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그런 의미에서 1948년 건국론도, 1919년 건국론도 다 틀렸다"고 말했다.

임시정부를 정부가 아닌 단순히 대한민국 시작을 상징하는 임의단체로 보는 데 대해서도 이 회장은 강하게 반박했다. 이럴 경우 대한민국이 임의단체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반헌법적 사고로 해석된다는 이유에서다.

초대대통령,정부수립축하식전에 서있는 이승만대통령

초대대통령,정부수립축하식전에 서있는 이승만대통령

특히 이 회장은 이승만 대통령을 건국 대통령이 아닌,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이자 대한민국 '정식'정부의 초대 대통령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문서 한장을 제시했다. 이 문서는 이승만 대통령이 1919년 6월 일왕에게 보낸 영문 서신으로 "국민들이 정연하게 국민들을 위한 대표적인 정부의 형태를 정했다"는 구절이 대한민국 대통령 명의로 담겼다.

또 이 회장은 "1948년 5월 제헌 의회 개회사를 통해 이승만 대통령이 의장 자격으로서 '오늘 이 민국 연호는 기미년(1919년) 수립된 게 부활한 것'이라고 밝혔던 점이 역사적 사실로 남아있다"며 "정식 정부 수립 후 발행된 관보 1호도 '대한민국 30년 9월 1일' 발행으로 기록돼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승만 대통령조차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건국의 개념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국가보훈부가 추진하는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과 관련, "찬성한다"면서도 "이승만 대통령을 자꾸 건국 대통령으로, 다른 사람으로 만들지 말고 있는 그대로 표현해달라"고 당부했다.

건국절 논란이 자칫 북한 정권과 정통성 시비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건국됐다고 하면 같은 해 9월 9일 수립된 북한 정권과 비례적 성격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이 회장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 그리고 1919년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주류"라며 "북한은 집에서 쫓겨난 이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1905년 체결된 을사늑약, 1910년 한일병합조약(경술국치조약)을 원천무효라고 보는 한국 입장에선 1948년 건국 논리가 불리하게 작용된다고 이 회장은 평가했다. 일본은 1945년까지 한반도를 합법적으로 지배했다고 해석하는데, 대한민국이 1948년 건국했다고 하면 이전 계약에서 제3자가 돼 일본을 향해 원천무효를 주장하기 어려워진다는 논리다.

이 회장은 이날 이런 내용이 담긴 편지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유 후보자가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문체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일으킨 '건국절 논란'을 재소환한 것이다.

당시 문체부는 전국 중·고교와 군부대 등에 배포한 208쪽 분량의 홍보용 책자 '건국 60년 위대한 국민-새로운 꿈'에서 '건국 60주년'이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이때 광복회가 건국훈장 반납 등을 결의하며 강력히 반발하자 유인촌 장관이 유감을 표명하고 책자를 수정했다. 이 회장은 "앞서 '1948년 건국'에 대해 사과하고 임시정부의 법통을 확실히 한 점을 기억하면서 인사청문회에서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 달라"고 말했다.

1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에서 이종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 이준식 독립기념관장 등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김완태 육군사관학교장을 비롯한 군 관계자, 사관생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흉상은 왼쪽부터 홍범도 장군,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 (육군사관학교 제공) 2018.3.1/뉴스1

1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흉상 제막식에서 이종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 이준식 독립기념관장 등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김완태 육군사관학교장을 비롯한 군 관계자, 사관생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흉상은 왼쪽부터 홍범도 장군,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 (육군사관학교 제공) 2018.3.1/뉴스1

이 회장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을 놓고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1920년 10월 24일 자 미국 뉴욕트리뷴의 기사를 꺼내 든 그는 "여기에 '한인 독립투쟁가들이 볼셰비키와 손잡은 건 볼셰비키의 신조를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나 나라를 자유롭게 하겠다는 단 하나의 목적 때문'이라고 쓰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홍범도 장군을 지금 북한의 공산주의와 혼동해선 안 된다"며 "그런 식이라면 카자흐스탄 50만 동포를 다 배척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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