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정치 인생 갈림길에 선다. 형사소송법 70조는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범죄혐의 소명과 증거인멸 또는 도주 우려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범죄혐의 소명은 검찰과 이 대표 모두에게 양날의 칼이다. 검찰의 혐의 입증이 부족하면 당연히 영장이 기각되겠지만, 혐의 입증을 해도 관련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는 사례도 있다.
이 대표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거지에 침입한 혐의를 받은 ‘더탐사’ 강진구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과 민주당 돈봉투 살포 혐의를 받은 이성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혐의와 관련된 증거가 이미 충분히 확보됐다”는 이유였다.
이렇듯 영장 처리 실무로 들어가면 범죄혐의 소명이나 사안의 중대성보다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관건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대표 측은 이 대표에게 도주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제1야당 대표이자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가 도주할 수도, 그럴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구속영장의 의미가 재판을 하려고 신병을 확보하는 데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원이 야당 대표에 대해 굳이 영장을 발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대표가 과거 수사를 피해 도주한 전력이 있다는 점을 거론한다. 이 대표는 자서전 『이재명은 합니다』에서 2002년 변호사 시절 검사 사칭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는데 검문에 걸리자, 동생의 인적사항을 불러주고 강원도 일대를 전전하는 등 두 번 도주한 전력이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하지만 이는 이 대표가 대선 주자가 되기 전의 일이다.
따라서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를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자신의 첫 성남시장 선거운동을 도운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씨와의 친분을 부인하고 ▶쌍방울 대북송금 재판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진술 번복 및 재판기록 유출에 측근들이 개입한 점 등을 영장 청구서 143쪽 가운데 12쪽에 걸쳐 상세히 적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인멸에 조직적인 세력이 개입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라며 “최종 수혜자인 이 대표가 몰랐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측은 이에 대해 김인섭씨와 친분이 끊어진 지 오래고,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에 직접 관여한 바가 없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대표에게 대북송금을 보고한 적이 없다’는 이 전 부지사의 번복된 진술이 ‘실체적 진실’이라고 항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는 위증교사와 관련된 혐의로도 영장이 청구돼있다”며 “본인이 증거인멸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에 대해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불구속 수사 원칙이 법원의 입장이긴 하지만 증거인멸 정황이 명확하다면 영장 발부를 안 할 수도 없다”며 “혐의 내용과 증거인멸 정황을 얼마나 치밀하게 입증하고 방어하느냐에 승부가 갈릴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