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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근해에서 잡아도, 중국배면 중국산…中 '꽁치잡이'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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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은 ‘처리수’) 방류를 이유로 일본산 수산물을 전면 금수하고 있지만, 중국 어선들은 여전히 일본 근해에서 조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같은 바다에서 잡힌 물고기여도 중국 배가 잡으면 ‘중국산’, 일본 배가 잡으면 ‘일본산’으로 나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일본 내에선 “중국 당국이 비과학적인 이분법을 구사하는 딜레마에 빠지면서, 중국의 ‘핵오염수’ 비판이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25일 중국 어선의 일본 근해 '꽁치잡이' 조업이 여전히 성황 중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인근 해역의 중국 꽃게잡이 어선들. 중앙포토

아사히신문은 25일 중국 어선의 일본 근해 '꽁치잡이' 조업이 여전히 성황 중이라고 보도했다. 사진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인근 해역의 중국 꽃게잡이 어선들. 중앙포토

아사히에 따르면 중국 어선들이 주로 조업 중인 곳은 홋카이도(北海道) 네무로(根室)시에서 동쪽으로 약 1000㎞ 정도 떨어진 북태평양 공해상이다. 해당 거리는 한국의 삼척에서 일본의 아키타(秋田)시까지 거리와 비슷하다.

상업 어선의 위치를 추적하는 글로벌 피싱 왓치(GFW)에 따르면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신호로 포착된 중국 어선은 해당 해역(북위 40~50도, 동경 150~170도)에 떼 지어 몰려 있다. 꽁치·고등어·정어리 등이 많이 잡히는 황금어장으로, 중국 어선들은 올여름부터 꽁치잡이에 한창이다.

그런데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고 이에 맞서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을 전면 금지한 지난달 24일 이후 한 달이 넘었지만, 중국 어선의 활동은 오히려 증가하거나 비슷한 편이다. 일례로 지난달 3일에 식별된 중국 어선은 156척인데, 이달 19일에는 162척이 포착됐다. 오염수 방출 이후 하루 평균 146~167척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일본 수산청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수산청에 따르면 해당 해역에서 조업 중인 중국 어선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거의 같다. 국제 어업 관리기구인 북태평양어업위원회(NPFC)에 따르면 지난해 북태평양에서 꽁치 어획량은 대만이 4만2000t으로 가장 많고, 이어 중국 3만5000t, 일본 1만8000t 순이다. 수산청은 “올해 들어선 9월 중순까지 중국을 포함한 총 어획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높다”고 밝혔다. 어선 수가 비슷하면, 중국 측의 조업 활동도 그만큼 비례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우려와 달리 실제 조업선을 운영하는 측(중국 저장성 원양어업 관계자)은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꽁치잡이에 지장은 없다. (오염수) 방출 이후에 배가 철수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선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이렇게 많은 중국 어선이 일본 어선도 조업하는 곳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은 이중 잣대”(사나다 야스히로 와세다대 객원준교수) 등의 비판이 나온다. 또 일각에선 “그간 중국 당국이 자국 수산업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중국산은 안전하다’는 선전을 펴왔지만, 결국 이런 상황이 알려지면 자충수를 두게 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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