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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폭탄 앞둔 '생숙' 계도기간 준다…"내년 말까지 유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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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형숙박시설 관계자들이 지난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앞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예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생활형숙박시설 관계자들이 지난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앞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예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주거 용도로 사용 중인 생활숙박시설(이하 생숙)에 대해 2024년 말까지 1년 2개월간 이행강제금 처분을 유예한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오피스텔 변경 특례기간 2년이 끝나는 다음 달 14일부터 숙박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생숙은 불법으로 간주되지만, 시장 혼란이 커지자 또 한번 유예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준주택으로 편입해 달라는 생숙 소유주의 요구에 대해서는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국토교통부는 25일 “생숙을 본래 용도인 숙박업으로 신고하는데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실거주 임차인의 잔여 임대 기간 등을 고려해 이행강제금 처분을 유예했다”며 “생숙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할 때 한시 적용되던 특례는 예정대로 내달 14일 종료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특례 적용 없이는 오피스텔 전환이 어려운 만큼, 향후 숙박업 신고 없이 지금처럼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한다면 내년 말 이후엔 이행강제금을 물리겠다는 의미다.

국토부 관계자는 “생숙을 숙박시설로 정상 사용 중인 준법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준주택으로 편입해 달라는 생숙 소유주들의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생숙은 당초 외국인 관광객 등 장기 체류 숙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호텔과 달리 취사가 가능한 숙박 시설로 2012년 도입됐다. 이른바 ‘레지던스’로 많이 불렸다.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 적용을 받다 보니 세제, 청약, 전매, 대출 등 주택 관련 규제를 받지 않았다.

오피스텔 형태로 지어진 한 생활숙박시설. [사진 국토부]

오피스텔 형태로 지어진 한 생활숙박시설. [사진 국토부]

문제는 이 같은 규제 사각지대를 틈 타 2017년 이후 부동산 경기 상승기 때 ‘부동산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아파트 대체재’로 홍보되며 분양 물량이 급증한 점이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누구나 분양 받을 수 있고, 당첨 즉시 분양권을 팔 수 있다는 광고에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가 대거 몰렸고, 대출 규제도 없어 자금이 부족한 청년층도 생숙을 많이 구입했다. 또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다주택자에게도 매력적이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연도별로 사용 승인을 받은 생숙은 2015년 3483실에서 2017년 9730실, 2020년 1만5633실, 2021년 1만8799실 등으로 매년 증가해 6년 만에 모두 9만6000실이 됐다. 여기에 2021년 12월 이후 사용 승인 받거나 건축 중인 생숙(9만실)까지 합치면 전국에 총 18만6000실이 산재돼 있다. 이 중 숙박업 신고가 안 된 생숙이 4만9000실 정도 된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앞서 정부는 생숙 투자가 과열 조짐을 보이자 2021년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숙박업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고, 주거용으로 사용하려면 2023년 10월 14일까지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하라며 오피스텔 특례를 만든 게 골자다.

하지만 국토부에 따르면 오피스텔로 변경한 생숙은 1996호로, 기존 생숙(9만6000실)의 2.1% 수준에 불과하다. 오피스텔 건축 기준이 높아 현실적으로 용도 변경이 쉽지 않다는 게 생숙 소유주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건물을 헐고 다시 짓지 않는 한 주차 시설부터 소방시설, 복도 폭, 바닥 두께까지 오피스텔 기준에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고 반발해왔다. 이에 따라 준주택으로 편입해 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업계에서도 주택 공급 차원에서 준주택 편입을 고려할 만하다는 일부 전문가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준주택으로 편입 시 형평성 문제, 또 생숙이 기존 주택에 비해 안전 시설이 미비한 점을 들어 주거용 사용은 불가한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정희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오피스텔 용도변경 특례를 2년간 주다 보니 (소유자들을 중심으로) 주택으로 변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가 컸다”며 “이번 발표는 생숙을 숙박시설로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예 기간이 끝나는 2024년 말 이후 불법 생숙에는 매년 건축물 시가표준액의 10%가 이행강제금으로 부과될 예정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오피스텔도 당초 사무실에 중점을 둔 공간에서 점차 주거용으로 편입된 것처럼 생숙도 시장에서는 준주택 편입 여지를 정부가 열어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며 “정부가 유예기간을 두긴 했지만 몇 만 채가 공급된 상황에서 당분간 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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