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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아기 돌복부터 럭셔리 브랜드까지…세계로 뻗는 색동의 매력

중앙일보

입력

우리나라 전통 옷감 '색동'이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2020년 한국관광공사가 우리나라 주요 도시를 홍보하는 6개 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 시리즈를 유튜브 채널에 공개해 약 3억뷰(9월 21일 기준)가 넘는 인기를 끌었어요. 이 영상에 등장하는 뮤지션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입은 색동옷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죠. 2021년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Gucci)는 색동을 활용한 ‘구찌 가옥(GAOK) 스페셜 셀렉션’을 공개했어요. 구찌가 특정 지역에 영감을 받고 제품 패턴을 디자인한 것은 처음이었죠. 이렇게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색동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왕희재·조유나 학생기자가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국색동박물관을 찾았어요.

왕희재(왼쪽)·조유나 학생기자가 한국색동박물관에서 우리나라 전통 옷감 '색동'에 대해 알아봤다.

왕희재(왼쪽)·조유나 학생기자가 한국색동박물관에서 우리나라 전통 옷감 '색동'에 대해 알아봤다.

한국색동박물관에는 색동으로 만들어진 의상과 생활용품이 가득해 소중 학생기자단은 그 아름다움에서 눈을 떼지 못했죠. 양지나 관장이 “색동은 한자 ‘빛 색(色)’과 짤막하게 잘라진 조각을 말하는 순우리말 ‘동강’의 합성어로, 한 칸 한 칸 조각 천을 여러 색 층으로 이어지게 연결해 만든 줄무늬 또는 그런 옷감을 뜻해요. 예로부터 집안 여인들이 옷을 짓고 남은 비단조각들을 버리지 않고 모아뒀다가 이어 붙인 것에서 유래했죠.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는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노블레스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는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노블레스

색동은 약 1700년 전 삼국시대부터 사용됐다고 알려져 있어요. 고구려 수산리·덕흥리 벽화를 보면 당시 귀부인들의 치마에 색동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조선시대 말에는 바람개비·꽃·수복(壽福) 문자 등 색동에 문양을 넣어 더욱 화려하게 꾸미기 시작했어요. 과거 우리 민족이 소박하고 깨끗한 흰색을 좋아해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고 불렸지만, 화려한 색도 선호했답니다”라고 말했어요.

한국 전통 색동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 브랜드 구찌의 ‘바이아데라 GG 수프림’ 라지 리넨 토트 백. 구찌 코리아

한국 전통 색동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 브랜드 구찌의 ‘바이아데라 GG 수프림’ 라지 리넨 토트 백. 구찌 코리아

우리 조상들은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아기의 첫돌에 색동저고리를 입혔어요. 어린이들은 물론 성인들도 명절이나 즐겁고 특별한 날에 복(福)이 오길 바라며 색동옷을 입었죠. 예복·혼례복·무용복·돌복·명절복 등 한복과 보자기·주머니·베개·이불·방석 등 생활용품에도 색동이 다양하게 사용됐어요. 유나 학생기자가 “색동옷은 아무나 입었나요?”라고 물었어요. “색동옷은 주로 왕실이나 양반가(家)에서 입었어요. 과거에는 옷감에 천연염색을 하고, 그 옷감을 하나하나 바느질로 이어 색동옷을 만들었어요. 천연염색은 물론, 색동옷의 옷감인 비단이 비싸서 서민들은 입기 힘들었죠. 1950~60년대에 비단·면 등 여러 색깔을 이은 의류용 색동원단이 나오면서 일반인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죠.”

시각적으로 알록달록해 눈길을 끄는 색동은  ' 음양오행설 ' 에서 나온 오방색을 기반으로 해 철학적인 의미가 담겼다 .

시각적으로 알록달록해 눈길을 끄는 색동은 ' 음양오행설 ' 에서 나온 오방색을 기반으로 해 철학적인 의미가 담겼다 .

박물관 1층 전시관에는 색동옷을 입은 전통 인형들이 전시돼 있었어요. 대부분 1950~60년대 미국으로 건너간 것들이었죠. “미국에 계시는 지인이 소장하고 있던 인형들을 박물관에 많이 기증했어요. 6·25전쟁 때 미군들은 전통 색동옷 인형을 기념품으로 가져가기도 했죠. 우리나라에선 구하기 어려운데, 미국의 빈티지 숍에 이 인형들이 판매되고 있었어요. 박물관엔 한국 전통 혼례 복식, 가야금 연주하는 여인 등의 인형이 전시돼 있죠. 그뿐만 아니라 3년 전 ‘한국 전통 옷과 세계 여러 나라 옷을 입은 인형들’ 전시를 위해 만든 디즈니베이비돌 색동옷 인형들도 볼 수 있답니다.” 인형 이외에도 색동이 들어간 전통 공기·팽이·제기 등 놀이기구, 방석·주머니 등 생활용품이 전시돼 소중 학생기자단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오방색과 파스텔 톤의 색상으로 염색한 다양한 디자인의 면 한복 .

오방색과 파스텔 톤의 색상으로 염색한 다양한 디자인의 면 한복 .

희재 학생기자가 “색동의 색깔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라고 질문했어요. 그 답은 동덕여대 예술대학 명예교수이자 한국색동박물관 고문인 김옥현 색동연구가가 해줬죠. “‘오방색(五方色)’이라고 들어봤나요? 오방색은 인간의 생성과 소멸이 우주 만물의 순환과 같다는 철학적 사상인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서 나왔어요. 오행은 우주 만물의 기원인 원소 5가지로, 화(火)·수(水)·목(木)·금(金)·토(土)를 의미해요.”

“이 원소들엔 방향이 있는데 ‘화’는 남쪽, ‘수’는 북쪽, ‘목’은 동쪽, ‘금’은 서쪽, ‘토’는 중앙을 나타내죠. 서양에서는 동서남북 사방이지만 동양에서는 중앙을 포함해 다섯 방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방향에 세상에 떠도는 기(氣)의 색깔이 있다고 믿었죠. 오방색은 색의 3원색인 빨간색·파란색·노란색과 무채색인 검은색·흰색을 담았고 남쪽은 빨간색(화), 북쪽은 검은색(수), 동쪽은 파란색(목), 서쪽은 흰색(금), 중앙은 노란색(토)이에요. 조상들은 오방색을 옷이나 구절판·신선로·오방색떡 같은 음식 등에 조화롭게 넣으면 병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산다고 생각했어요.”

양지나(맨 오른쪽) 관장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색동옷을 활용하면 평소에도 입는 기성복을 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양지나(맨 오른쪽) 관장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색동옷을 활용하면 평소에도 입는 기성복을 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니 한복 윗옷인 저고리, 옷자락이 무릎까지 내려오는 겉옷인 두루마기 등 다양한 색동한복을 볼 수 있었어요. “옛날에 조상들이 실제로 입은 색동한복과 한국색동박물관에서 만든 색동한복이 전시돼 있다”고 안내한 문자윤 교육사가 먼저 염색 면 한복을 소개했어요. “과거에 서민들은 구하기 쉽고 값이 싼 면 소재의 한복을 많이 입었어요. 당연히 오방색으로 염색하기도 힘들었죠. 한국색동박물관에서는 촉감이 부드럽고 물세탁이 용이한 면 한복을 오방색과 파스텔 톤의 색상으로 염색해 다양한 디자인의 면 한복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 그 옆에는 1930년대 만들어진 흰색의 면 한복이 전시됐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염색 면 한복과 흰 면 한복을 번갈아 보면서 “색이 있으니까 훨씬 예뻐요” “염색 면 한복이 더 고급스러워요”라고 말했어요.

아이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색동을 넣어 소매를 꾸민 색동저고리. 한국색동박물관

아이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색동을 넣어 소매를 꾸민 색동저고리. 한국색동박물관

소중 학생기자단이 국가무형문화재 제89호 대한민국 초대 침선장인 고(故) 정정완 침선장의 작품으로 시선을 돌렸어요. 저고리·치마·두루마기와 저고리 위에 덧입는 웃옷인 마고자 등이 전시돼 있었죠. 양 관장은 “정 침선장 가문에서 관람객들이 다양한 색동한복을 보면 좋겠다는 마음에 자녀들이 입었던 한복을 기증했어요”라고 말했어요. “자세히 보면 색동이 촘촘하게 바느질됐어요. 색동원단 기성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염색한 색동을 하나씩 손으로 이어서 만든 것이죠. 섬세하고 정확한 손바느질 기술을 볼 수 있어요.”(문)

색동 무늬를 넣어 꾸민 전통 놀이도구 팽이(위 사진)와 제기.

색동 무늬를 넣어 꾸민 전통 놀이도구 팽이(위 사진)와 제기.

유나 학생기자가 “이런 색동한복은 돌이나 중요한 날에만 입는 건가요?”라고 물었어요. “예나 지금이나 아이 돌이나 명절 때 색동한복을 많이 입어요. 하지만 꼭 돌이나 명절, 중요한 날에만 색동한복을 입을 필요는 없어요. 색동옷은 오늘날 시대와 트렌드에 맞게 변하고 있거든요. 옛날에는 없던 색동 면 한복을 만들어 이곳에 전시한 것처럼 색동옷을 참신한 아이디어로 제작한다면 언제 어디서나 입을 수 있는 기성복이 될 수 있어요. 또한 오방색을 기본으로 하지만, 요즘에는 파스텔 톤 등 다양한 색을 활용해 색동옷을 만들죠.”(양)

전시를 둘러본 소중 학생기자단이 박물관 2층 체험 공간으로 향했어요. 한국색동박물관에서 제작한 학습지를 통해 패션 콜라주를 하는 ‘색동 디자이너가 되어볼래?’, 색동 패션 종이인형을 이용한 ‘색동 패션 종이인형 만들기’, 색동 끈을 활용한 ‘색동 액세서리 만들기’ 등을 사전 예약해 체험하는 곳이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색동 종이를 오려 붙여 자신만의 한복으로 표현해 보는 ‘색동 책갈피 만들기’를 해봤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만들 한복은 ‘배자(褙子)’입니다. 문 교육사는 “배자는 주머니와 단추, 소매가 없고 추울 때 저고리 위에 덧입는 조끼와 비슷한 전통 옷이에요. 여러 색동한복 전시물을 봤으니까 이를 통해 어떻게 디자인할지 상상하면서 나만의 배자를 만들어 봐요”라고 말했어요.

한국색동박물관은 색동을 활용해 종이인형·액세서리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색동박물관은 색동을 활용해 종이인형·액세서리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문 교육사가 하얀 배경지와 배자 모양의 종이, 색동 종이와 원단, 색동 끈 등 배자를 꾸밀 액세서리를 준비해줬죠. 먼저 배자 모양의 종이를 가위로 오려 풀로 배자 모양의 종이에 붙였어요. 희재 학생기자는 색동 종이와 원단을 크게 잘라 배자 모양의 종이에 이어 꾸몄죠. 저고리나 두루마기 따위의 깃 아래에 달린 길쭉한 헝겊인 ‘섶’은 노란색·파란색 등 색연필로 칠했고, 허리띠는 색동 종이를 사용한 뒤 진주 모양의 아이템을 붙여 장식했어요. 유나 학생기자는 모자이크 방식으로 배자 위쪽은 색동 종이, 아래쪽은 원단을 조각내 붙였죠. 허리띠는 색동 끈을 이용했어요. 배자에는 원래 단추가 없지만, 유나 학생기자는 진주 모양의 아이템으로 단추를 집어넣었죠. 마지막으로 배자 모양대로 배경지를 오리고, 목 부분에 구멍을 뚫어 매듭 끈을 연결하면 색동 책갈피 완성.

색동 원단·종이로 조끼와 비슷한 전통 옷인 ‘배자’ 모양 색동 책갈피를 만들어 본 소중 학생기자단.

색동 원단·종이로 조끼와 비슷한 전통 옷인 ‘배자’ 모양 색동 책갈피를 만들어 본 소중 학생기자단.

양 관장은 “우리나라 색동처럼 시각적으로 알록달록하면서 철학적인 의미를 둔 줄무늬나 옷감을 가진 다른 나라의 예를 찾기 힘들어요. 최근 해외 유명 패션 디자이너나 브랜드들이 색동을 가지고 가방도 만들고 옷도 만들어서 패션쇼를 선보인 사례들이 있어요. 색동은 전 세계 사람들이 봐도 굉장히 아름답다는 거죠. 패션 디자인에 관심이 있지 않더라도 많은 소중 독자들이 한국색동박물관에서 색동 전시물도 보고 체험도 하고, 일상에서 색동옷·액세서리도 착용하면서 우리의 소중한 색동에 관심 갖고 사랑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이번 취재로 색동저고리로만 알고 있던 색동의 의미와 다양한 쓰임새를 알게 돼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색동이 무병장수를 의미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색동이 돌복으로 많이 쓰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 돌 사진이 떠올랐답니다. 저도 돌 때 색동저고리를 입었는데 그 덕분에 오래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색동에 들어가는 오방색은 동서남북 그리고 중앙을 의미한다는 점, 저고리뿐만 아니라 생활용품에도 많이 쓰인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됐어요. 색동박물관에 오기 전 색동은 단순히 화려하고 아름다운 우리나라 전통 옷감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취재하면서 색동이 세계적으로 더욱 알려지고 많은 사람이 색동을 좋아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왕희재(서울 마포초 5) 학생기자

색동에 대해 알 수 있는 한국색동박물관에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박물관에서 다양한 색동 관련 전시물을 보고 색동을 이용한 배자 책갈피 만들기를 했어요. 이를 통해 색동의 많은 것을 배웠죠. 동서남북을 뜻하는 오방색과 색동을 이용한 많은 물건이 인상적이었어요. 패션 디자인에 관심 있는 소중 친구들이 한국색동박물관에서 색동 전시물을 보고 색동 체험을 하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남녀노소 모두가 한번쯤 우리나라 전통 색동에 대해 알아보러 한국색동박물관을 방문하길 바라요. 저도 나중에 친구들과 함께 다른 색동 체험을 하기 위해 다시 방문해 볼까 합니다.

조유나(서울사대부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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