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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명 안팎 의원만 앉아 있는 국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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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커뮤니케이션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커뮤니케이션

야당 의원(안민석)이 지난 8일 법무부 장관에게 물었다. (내년 4월에 있을 22대 총선에) “출마할 건가?” 장관은 대정부 질의에서 다룰 적절한 질문이 아닌 것 같다고 답변했다. 재차 묻는 의원의 ‘대정부 질의(?)’에 장관은 답하지 않고 의원님은 출마하냐고 되물었다. 의원은 출마한다면서, 평상시 장관의 태도가 불손하다며 사과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장관은 “국민에게 욕설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고” “윤지오라는 사람을 공익제보자라고 추켜세워” “공익제보 제도의 존재가치를 무너뜨린” 분에게 사과할 마음이 없다고 했다.

의정활동 불량한 ‘국민의 대표’
일반 회사라면 당장 해고 대상
새벽부터 일하는 국민 아는가
어린아이도 이렇게 행동 안 해

[일러스트=박용석]

[일러스트=박용석]

정부를 견제하는 목적의 대정부 질의 시간이 한심하게 흘러가는 동안 의원들은 고함으로 야유하며 끼어들었다. 장관은 여기가 야구장이냐고 반문했다. 사회를 본 민주당 소속 국회부의장은 “최악의 대정부 질의로 가고 있다”고 했다. 더욱 가관인 점은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특전과 특권의 대우를 받는 300명이나 되는 국회의원 중에서 단 30명 안팎이 의석을 지키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경제정의실천연합’은 현 21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불성실 의정활동 명단을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출석률 하위 10인의 본회의 출석률은 77.2%이다. 입법실적 하위 10인의 연평균 발의 건수는 6.3건으로 총의원 발의 건수(22.2건)의 28.4%였다. 지난 20대에서는 출석률이 50%~60%에 머무는 의원들도 있었고, 18개 상임위 중에서는 평균 출석률이 80%에 못 미치는 곳(법사위)도 있었다.

다선일수록 출석률은 더 낮았다. 이런 출석률은 일반 회사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해고감이다. 대학의 학생들도 출석률이 67%를 넘지 못하면 시험 응시 자격도 없고 학점을 받을 수도 없다. 출석률은 낮고 법안 처리 수는 적어서 ‘일 안 하는 국회’라는 비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역대 국회에서 본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재석률은 출석률보다 한참 떨어진다. 출석 체크를 한 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어떤 의원은 본회의에 병가를 내고 외국으로 가족여행을 간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국민의 일상은 의원들과는 천양지차이다. 어느 국민은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한다. 새벽 4시와 4시 5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일터인 강남 빌딩에서 청소와 정비 일과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도 빠질 수 없는 여건에서 일하며 받는 월급은 국회의원과는 비교 불가능할 만큼 적다.(‘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 노회찬 의원의 당 대표 수락 연설.)

필자가 사는 도시의 지하철 공사장이 직장인 국민도 새벽 6시 30분이면 현장에 모여서 출석을 체크하고 일과를 시작한다. 러시아워에 버스와 지하철에 질식과 압사의 공포감이 엄습해도 출근을 빠뜨릴 수 없는 게 국민의 현실이다. 어린 아기들이 아침에 ‘아빠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 자지러지게 울고’,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기가 퇴근한 엄마에게 (엄마를 보지 못해서 오늘) ‘슬펐어요’라고 놀라운 고백을 할 만큼 부모와 함께 있기를 원해도 의원들처럼 직장에서 사라질 수는 없다. 인지적 능력이 다 발달하지 않은 3~4살 아이들도 ‘회사에 갔다’는 말을 부모 부재의 상징으로 알아차리고 투정을 체념한다. 어린 아기도 부모도 국민도 국회의원처럼 멋대로 하지는 않는다.

내년 4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이 다가오며 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전문성 대신 자화자찬성 책을 쌓아 놓고 돈을 거두는 때가 온 것이다. 의원들이 속한 상임위원회와 관련된 단체들은 눈도장을 찍고 책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를 고려하면 탈법성이 짙은 수단인 셈이다. 19대 국회에서 어떤 의원은 빠른 수금을 위해 카드단말기를 동원했다가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지난주 목요일(21일) 오후에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국회의원의 자율적인 입법 활동을 위해 존재하는 ‘불체포 특권’이 특정인을 위해 오·남용되는 사례를 이번에는 피하게 되었다. 그러나 ‘방탄’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와 민주당의 전력투구로 민생을 돌보는 데 이미 부실한 의원들의 의정활동은 더욱 유명무실해졌다.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을 헌법기관이라고 하는 것은 온 나라와 온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행정부를 견제하고 공정한 입법 활동을 하라는 의미이다. 그리해야 정정당당하게 제 역할을 하는 입법부가 완성되는 것이다. 국민은 특권과 선민의식에 물들어 안하무인으로 당파심이나 발휘하라고 국회의원을 선출한 게 아니다. 힘든 나에게, 어려운 이웃에게, 나라가 걱정스러운 국민에게 공감과 희망을 주는 의정활동을 하라고 뽑는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 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