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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송장, 野 분당” “혁신 민주당 올 것”…이재명 변수에 분주한 與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이 미칠 파장을 두고 국민의힘의 손익 계산이 분주하다. 민주당 내 이탈표로 확인된 내분 씨앗이 향후 새로운 민주당으로 발아할지, 외려 반대급부로 이재명 일극 체제를 가속할지 예단이 어려워서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한정애, 강선우 의원과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가 22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아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의 손을 잡고 대화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한정애, 강선우 의원과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가 22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아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의 손을 잡고 대화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당장 오는 26일 예정된 이 대표 영장실질심사가 첫 변곡점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경우에 따라 내년 총선 카운터파트가 ‘이재명의 민주당’일지 ‘새로운 민주당’일지 아니면 ‘분열된 민주당’일지 갈릴 수 있다.

국민의힘 주류에선 “이 대표가 총선까지 당내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많다. 지도부 고위관계자는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민주당 지도부가 전원 사퇴하고 쇄신할 거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비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와 송갑석 최고위원이 사퇴해 나도 놀랐다”며 “이를 봤을 때 앞으로 민주당은 이 대표의 구심력이 더 강해진 당으로 내년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친윤계 재선 의원은 “당 대표가 가진 권력의 원천은 공천권이고, 공천권 행사까지 남은 시간은 수개월 남짓”이라며 “그 시간 내에 소수의 비명계가 다수의 친명계를 꺾고 당을 접수해 공천권을 가져오는 건 물리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즉 “내년 총선은 이재명의 민주당과 맞붙는다는 얘기고,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국민의힘에 유리한 결과”라는 것이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역 인근에서 한 단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장심사 기각 탄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뉴스1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역 인근에서 한 단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장심사 기각 탄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뉴스1

나아가 정계 개편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지도부는 “이 대표는 지금 살아있으되 정치적으로 죽은 산송장”이라며 “당 수장의 모순적 지위 탓에 갈등이 계속돼 분당 수순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친윤 초선 의원도 “체포동의안 표결 때 나온 29명의 반란표는 ‘내년 총선을 이재명 얼굴로 치를 수 없다’는 뜻”이라며 “이 작은 날갯짓이 소용돌이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주류 쪽에선 “이 대표는 이미 끝났고, 쇄신된 민주당과의 대결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2일 YTN 라디오에서 “그동안은 사법리스크가 있는 대표 때문에 꼼짝 못 하는 당이어서 민주당을 때리면 됐는데, (가결 후) 주적이 사라졌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굉장히 위협적인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야권 출신으로 최근 국민의힘 합류를 선언한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도 같은 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로 변곡점을 지났다”며 “민주당엔 어마어마한 기회이고, 국민의힘은 상상도 못 할 위기”라고 말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이제 민주당은 이재명 이후 지도 체제를 건설해야 할 것이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없는 민주당과 맞붙어야 한다”며 “어려워지는 것은 우리”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영장실질심사나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등 눈앞에도 여러 변수가 있어 공식적으론 섣부른 말을 아끼고 있다”며 “우리 당이 그간 이 대표가 있는 민주당만 파트너로 상정한 결과, 이 대표의 안위가 국민의힘 총선의 최대 변수로 얽힌 모양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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